나의 갱생일지 (1)
요즘 ‘도파민 중독‘에 대한 책과 영상이 넘쳐나고 있다.
도파민 중독은 자극에 대한 중독으로 볼 수 있다.
의사쌤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기질적으로 호기심이 많아서 (다르게 말하면 쉽게 질려해서) 기자라는 직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원하는 만큼의 자극이 없으면 유튜브나 술로 심심함을 풀려고 한다고 하셨다.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대신 술을 찾았고, 빈 시간에 글을 쓰고 책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기보다는 손쉽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소셜미디어 앱으로 시간을 때운 것 같다.
즉석 자극과 만족을 매번 쫓다 보니 머리로는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알아도 매번 건강식보다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자극 추구는 참지 못하는 습관과 연결되어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욕구를 지연시켜야 하는데 나는 그 부분에 대한 학습이 아예 되어있지 않아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항상 아이같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기를 쓰고 그것을 이루거나 얻으려고 했다. 성취적으로 좋은 점도 있었지만, 문제는 장기간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은 도전도 안 하고 포기한 적이 많다.
술을 금주 3개월을 통해 어느 정도 정리를 하니, 음주 (자극) 시간을 다른 자극으로 채워야 했다.
어렸을 때부터 ‘활자 중독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항상 책이나 기사를 읽어왔다.
이제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책보다는 영상을 가까이 했다. 과하게.
아무리 스크롤해도 끊임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는 유튜브에 중독되어서 일을 할 때도 영상을 백그라운드 소음으로 켜놨다.
샤워실 안에는 핸드폰을 넣는 방수함을 달아서 샤워하는 20분 동안 ‘슈카월드’를 보고, 머리 말릴 때는 짧은 인스타 영상을 봤다.
의사쌤은 나의 과도한 자극 추구 성향 때문에 이렇게 일상의 모든 순간을 영상 (= 자극)으로 채운다고 하셨다. 차라리 영상을 보지 말고 차악으로 라디오를 들으라고 하셨다. 물론 둘 다 추천하지 않지만.
영상 중독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어느 날 스크린 타임 기능을 켜봤다. 그전까지는 현실을 직시하기 싫어서 기능을 꺼놨었다.
그날 스크린 타임은 11시간 13분이 나왔다.
앱 삭제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우고 나서 공백기간을 참지 못하고 금방 다시 깔기 때문에.
지겨워서 미칠 것 같았다. 답답해서 돌아버릴 것 같았다.
3월 어느 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핸드폰 대리점으로 갔다.
피쳐폰은 신중하게 골랐다.
찾아보니 한소희가 썼다는 피쳐폰에 대한 후기가 제일 많았지만 나는 업무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인터넷과 기본적인 앱 (카카오, 카카오 택시, 슬랙)이 깔릴만한 스펙이 필요했기 때문에 2000년대 쓰던 구형 피쳐폰은 사용이 불가했다.
고르고 고르다 보니 모 국내기업에서 작년인가 재작년에 출시한 어느 정도 스마트폰 같은 구색을 갖춘 피쳐폰을 10만 원대 후반에 구매했다.
스크린 터치가 되지만 키보드가 너무 작고 느려서 타입 하기는 너무 불편하고, 필수 앱을 몇 개 깔았더니 공간이 부족해서 유튜브는 엄두도 못 냈다. (후기를 보니 유튜브를 깔아도 너무 느려서 안 보게 된다고…)
아무튼, 대리점에 가서 피쳐폰을 개통하면서 쓰던 아이폰 5g 요금제를 인터넷이 없는 요금제로 바꿔달라고 했다. 아이폰은 애플와치 연동 때문에 살려 놔야했다.
직원은 재차 인터넷을 끊을 것인지 물었다. 결의에 가득한 표정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선언했다.
그리고 아이폰 전원을 껐다.
그렇게 피쳐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여담으로 피쳐폰 카메라가 맘에 들었다. 찍을 때 엄청 크게 찰-칵! 소리가 나서 약간 민망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면 사진에서 후지필름 감성이 나서 찍는 재미가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