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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따따 Oct 06. 2020

Someday I dreamed

 “이게 뭐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아리같은 샛노랑의 털뭉치가 있었다.
 정말 아담한 덩치에 갓 태어난 병아리가 가지고 있을법한 색의 털을 뒤덮은 무언가가 보였다. 덩치에 어울릴만한 크기의 두 개의 자그마한 뿔, 그 아래엔 새까만 단추같은 눈이 달려있었다. 괴상하게 느껴졌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한눈에 봐도 책이나 동물원에 있을 법한 모습은 아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마존같이 인간이 아직 꿰뚫지 못한 지구의 어딘가가 아니라 지구 밖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것을 말이다.
「외계인」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다른 은하에서 온 생명체라는 것을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말이 많지만, 이 자그마하고 노란 생명체는 분명 ‘외계인’이었다. 하긴 이 넓디넓고 수많은 행성에 인간과 동식물 말고 없다는 것은 지구의 생명체들에게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 비참함만 느끼게 할 뿐이다. 이 노랗고 자그마한 생명체에게 지구인의 옷을 던지니 옷에 맞게 ‘변신’을 했다. ‘펑’하는 소리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섬광이 반짝이는 일은 없었다. 그저 순식간에 노랗고 복슬복슬한 털과 아담한 뿔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살색의 지구인으로 변했다. 아쉽게도 태초부터 작은 덩치에 키는 지구인 중에서 작은 편이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 모습은 이질감은커녕 참 자연스러웠다. 오랜 시간 지구에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외계인은 보기와는 다르게 꽤나 똘똘했다. 변신한 모습에 알맞은 언어를 빠르게 체화해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티가 날 만큼도 아니었다. 그렇게 외계인은 지구인들 사이에 스며들었다. 참 자연스럽게 말이다. 타고난 성격으로 지구 안 어느 곳에서나 잘 어울려 다녔다. 마치 자신이 오래전부터 지구에 있었던 냥, 오래전부터 지구의 생명체와 다른 존재였던가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니 어쩌면 혹 다른 지구의 생명체들 또한 외계인이 변신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다들 그 외계인에게 ‘외계인이다!’라고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어쨌든 그건 별 주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서 빨리 지구를 정복해서 지구인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고양이를 위해 거대한 캣타워를 세우고 옆에는 노란 외계인 동상을…… 같은 따위의 막대한 임무를 갖거나 지구정복을 하러 온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온 것이다. ‘멀리 다른 행성에서 지구별을 그냥 왔다고?’라고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근데 당신들도 여행은 잘만 다니지 않는가. 꼭 대단한 목적을 갖고 가지 않고서 말이다. 모든 것들이 거창한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그저 지구에 와서 스며든 외계인은 주변의 지구인들처럼 지구에서의 앞날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언젠간 떠날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흘러들어와서인지 혹은 둘 다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래서 속 편해 보이겠지만, 무의식 속 어딘가 본질은 지구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항상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 고민은 있지만, 고민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중요한 사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이곳의 일상이 재밌다는 것이겠지. 아 참. 잊고 있던 사실이 있다. 이 노란 외계인은 기억력이 사실 그리 좋지는 않다. 어느 정도냐면 자꾸 상기시키고 사용하지 않으면 여름날의 초콜릿 아이스크림처럼 금세 없어져 버린다. 대충 흔적은 남아겠지만 말이다. 예상한 것처럼 시간이 흘러 그 외계인은 자신의 본질마저 잊었다. 변신을 한 사실조차. 그렇게 외계인은 지구인으로서 살아갔다. 자신의 가족도, 친구도, 본 모습도 잊은 채 말이다. 이유를 잊은 이방인이라는 기분만 남아있을 뿐이다. 이곳에서의 일상에 너무 스며들어 어느새 주변 지구인들처럼 이곳에서의 앞날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일상도 권태로워졌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걱정들이 앞섰다. 이제는 아스팔트 바닥에 눌러붙어 원래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는 검댕이 마냥 남아있는 이유 모를 걱정 위에 지구의 걱정이 덧대여지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구인은 꿈을 꾸었다. 샛노란 털을 가진 또 아담한 뿔을 가진 성별이 있는지조차 모르겠는 꽤나 괴상하고 아담한 털뭉치가 인간의 옷을 입고 변신을 하는 꿈 말이다. 지구인은 혼란스러웠다.
 “이게 뭐지?”라며 말이다.
 금세 다시 잠에 빠져들 터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까먹기 싫다는 기분이 들었고, 아이폰을 켜 메모를 했다. 「샛노란 털과 아담한 뿔을 가진 외계인. 인간의 옷을 입으면 변신」이라고.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해가 뜨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아이폰을 보는 것이다. 평소같이 그가 잠에 빠져든 사이 날라온 메시지에 답을 했다. 몇 개의 동영상과 타인의 공유된 사생활들을 들여다보다가 메모장을 들어갔다. 그리고 발견했다. 어젯밤 잠결의 기록을 말이다. 그는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 속에는 늘 보던 사내 모습을 한 지구인이 보였다.
 그는 문득 철학 했다. 자신의 본질은 외계인일까 지구인일까. 한동안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그 날들은 이상하리만치 햇살이 좋았고, 온도는 적당히 좋았고, 평화로웠다. 문득 몽글거리며 떠오르는 생각을 들여다보기 좋은 날들이었다. 그러다 지구인인지 외계인인지 모를 그것이 내린 결론은 딱 ‘그’다웠다. 『외계인이든 지구인이든 어때.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말야. 그래도 이곳에서의 앞날을 크게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일단은 하고 싶은 것하고 가고 싶은 곳을 가면서 더 알아보지 뭐, 다음은 글쎄. 모르겠네. 나도 날 모르는데 말야. 뭘 알겠어』라고 말이다. 그렇게 지구인으로 당분간 더 지내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변신하는 방법도 까먹어버렸고, 돌아갈 방법은 물론 갈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멍청한 외계인 같으니라고.

나는 외계인. 어느 날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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