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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따따 Oct 06. 2020

거미

“무허가 건축을 하여 다른 이들을 감금, 살인으로 유죄!”
 까만 피부에 알록달록한 옷을 걸친 피고의 판결이 내려졌다. 최후의 변론 따위는 없었다. 그는 그저 아무 소리 없이 도망치려 발악을 할 뿐이었다.

 그는 많은 형제와 함께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입이 많은 식구 사이에서 밥그릇 싸움이 치열하다. 더군다나 형편이 넉넉지 않은 홀어머니 아래에서는 더욱 치열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그날은 어김없이 끼니를 굶어야 했다. 더구나 날이 궂은 날, 이를테면 비가 쏟아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며칠씩 가족 전체가 굶주렸다. 그 덕에 죽는 날까지 식탐이 참 많았다. 그는 그래서 어린 나이에 독립했다. 홀로 구석진 곳에서 집을 짓고 살았다. 나름의 계산과 과학적인 방법으로 건축을 해왔다. 그런 그에게 인정해주는 이는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두가 그의 집을 방문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럼에도 일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 끼니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삶이란 것이 열심히 산다고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면, 그가 지은 집은 여기저기 문제가 생겼다. 특히 올해는 비가 참 많이 왔었지. 쉴새 없이 집을 고쳤다. 다행히 날이 맑은 날이면, 일부로 찾는 이는 아니지만 집을 방문하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런 날은 끼니를 걱정을 덜었다. 집 여기저기 비축을 해놓기도 하였다. 그래 봤자 비가 오면 없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참 성실히 살아갔다. 그는 언젠가 자신을 희생하여 여자와 아이들을 부양하고 싶은 소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보글’하며 물거품이 되었다.

형이 집행되었다. 참으로 짧은 생이었다. 중세시대의 단두대보다 더 야만적이었다. 커다란 무언가가 그를 짓눌러버린 것이다. 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였다. 생김새를 보면 눈치를 챘듯, 전혀 가족처럼 보이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재빠르게 숙련된 기술로 그의 시신을 수습해버렸다. 남은 것은 그가 남긴 무허가 집. 집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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