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세계 3대 바보 노래를 아는가. 오아시스의 wonderwall, 뮤즈의 plug in baby, 그리고 라디오 헤드의 creep이다. 이 노래들은 좋아하는 이를 대상으로 바보를 넘어서 찌질하게 그지없는 모습을 가사로 적었다. 공교롭게도 브릿 팝을 꽤나 좋아하는 나는 세 곡을 모두 애정한다. 역시 찌질한 이는 찌질함을 알아보는 법인가.
중학교 시절에는 내 친구 준식이의 영향으로 뮤즈의 거의 모든 노래를 들었고, 그다음 자연스럽게 오아시스를 접했다. 그리고 우연히 들은 creep을 통해 라디오 헤드까지 빠져들었다. 세 밴드의 음악을 자습할 때거나 책을 읽을 때 들으며 한 번도 그들이 찌질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항상 그들은 쿨했다.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음악이거나 유튜브를 통해 본 무대나 인터뷰에서 말이다. 그런 멋있는 이들이 자신들의 찌질한 경험을 솔직하게 말한다는 건 정말 경탄을 느끼게 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는 creep이 제일 찌질하고 못나고 안타까운 녀석이다. 밴드의 리드 보컬을 맡은 톰 요크가 대학 시절 짝사랑하던 경험을 적은 가사다.
『You're so fuckin' special
넌 정말 매우 특별해
I wish I was special
나도 특별했으면 좋겠어.
But I'm a creep
하지만 난 찌질이에
I'm a weirdo
괴짜일 뿐이야.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난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적어도 나는 찌질하고 구질구질했던 기억은 숨기고 싶다. 잊지 못할 만큼 창피한 기억들이 몇 개 몽글하고 떠오른다. 예를 들면, 아름다움을 비추려다 나를 잊어버렸던 기억이거나, 말을 예쁘게 하지 않던 기억 같은 거. 할 수만 있으면 악마에게 조금의 생명을 떼어주고서라도 나와 타인의 기억 어딘가에 박혀있는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그러나 나에게 그럴 기회는 없을테니 포기하는 수 밖에.
그런 기억들을 몇 차례 의식적으로 타인에게 밝힌 경험은 있다. 그 이유는 의식적으로 솔직해지고 싶어서다. 나의 밋밋하고 구질한 날 것의 모습을 밝혀도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 그런 모습이 정말로 멋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솔직히 이야기해버리지만, 본성이 정말 찌질한 녀석이라 그런 이야기하고 나면 너무 부끄러워진다. 부끄러워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부끄러워진다. 누군가 얼굴이 빨개진 나를 보고 빨개졌다고 외치면 밑도 끝도 없이 발갛게 상기되는 것처럼 말이다. 타인에게는 생채기를 내는 줄 알면서도 그들에게 솔직한 말을 뱉어내면서 정작 나는 나의 부끄러움 탓에 소극적이라니…… 또 부끄러워진다. 무어든 그런 척을 하다 보면 정말 그런 태도를 보였었는데, 솔직함은 용기나 대담함과는 다르게 퍽 만만치 않은 녀석이다.
진부하고 또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나 그들의 발가벗은 듯한 솔직함을 이유로 이 세 곡을 애정한다. 그들처럼 부끄러운 기억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솔직함도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