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덕후#1 제가 좋아하는 인디게임을 소개합니다!
* 7월 25일 게임사 '프로젝트 문'이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개발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프로젝트 문은 26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개인 SNS 활동이 회사에 피해를 주었음을 해고 사유로 제시했으며, 해당 활동이 불법촬영 규탄시위, 낙태죄 폐지 등에 찬성하는 글로 추정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게시한 '프로젝트 문'의 IP 운용 방식을 다룬 두 편의 글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는데요. 저희는 글을 내리기 보다는 1) 해당 사건에 대해 콘텐츠 상단에 공지하고, 2) 콘텐츠 내에서 직접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추천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직 사건의 경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에 의견을 내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저희 콘텐츠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콘텐츠는 장르를 넘나듭니다. 웹툰이 드라마나 영화로 나오기도 하고, 소설이 웹툰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간단하게 마케팅 용어로 One Source Multi Use (OSMU)라고 해보겠습니다. 이런 IP 확장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디즈니, 네이버 웹툰, K-Pop 등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 속 1위는 프로젝트 문이기 때문에 오늘은 개구리의 허락을 받아 인디 게임에 대한 콘텐츠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국내 게임 개발사 <프로젝트 문>의 첫 번째 작품, <로보토미 코퍼레이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 게임을 계기로 프로젝트 문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도덕 윤리가 상실된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그려낸 게임입니다. 그 세계관 속 하나의 기업인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내부의 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영문 이름은 Monster Management Simulation. ‘환상체’라는 괴물 관리 시설의 관리자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려 괴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내는 게임입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스토리는 어떻게 ‘게임’ 속에 담아졌을까요? 독창적이다라고 평가 받는 이 작품의 스토리는 각 설정이 게임이란 매체적 특성과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즉, 스토리의 설정을 게임의 시스템과 연결하는 역량이 두드러집니다.
첫 번째는 플레이어의 시점입니다. 바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을 관리하는 ‘관리자’ 시점이죠. 플레이어는 관리자가 되어 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려 환상체를 관리하게 됩니다. 에너지를 추출하기 위해, 환상체를 관리하기 위해 직원들을 환상체가 있는 공간 안으로 넣게 되는 것이죠. 모든 죽음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구조 속에서 관리자라는 시점은 디스토피안 세계관을 통해 게임이 던지는 질문을 깊게 고민해보게 됩니다.
‘내’가 내리는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는 것은 게임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 방식이죠.(물론 넷플릭스에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있기는 합니다만 가장 적극적인 형태가 아무래도 게임이겠죠). 저는 게임에서 등장인물이 죽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그 죽음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게임이라면요. 본 게임을 100시간 이상 플레이하면서 한 명의 직원이라도 죽으면 재도전을 했습니다. 근데 어느 순간 깨달았죠. 진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모든 도감을 열기 위해서는 직원은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게임 리포트입니다. 이는 위 플레이어 시점과도 연결됩니다. 매 일 작업이 끝나면 관리 리포트 (Management Report)를 받게 됩니다. 게임 플레이를 고려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승급 직원 수겠죠. 하지만 아래 ‘생존 직원’과 ‘사망 직원’이 적혀있습니다. 환상체 특성 상 하루가 끝나면 직원이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 리포트에서는 무슨 직원이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생존과 사망이라는 단어는 본 게임의 하루 하루가 생존의 연속임을 나타내고, 이름이 적혀있지 않는 사망자는 본 게임의 세계관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성과도 축하도 아닌 Management Report는 직원이 하나의 숫자임을 차갑게 보여줍니다.
세 번째는 [기억저장소]입니다. 보통 많은 게임에서 세이브 슬롯이 있죠. 게임이 잘 진행이 되지 않으면 저장했던 위치로 돌아가 다시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이 흔한 게임의 장치는 본 게임에서 ‘기억저장소’라고 불립니다. 물론 이 게임에서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환상체가 나타났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주요한 역할도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건 플레이어의 이 무한한 뒤로가기는 스토리의 루프와도 연결되어 한층 더 스토리에 몰입감을 더해줍니다. 이 게임에서 기억저장소는 단순한 ‘저장’만은 아닌 것이죠.
네 번째는 [환상체 관리 방법]입니다. 각 환상체마다 관리 방법이 있고 그에 맞는 능력치의 직원에게 작업을 배정하게 됩니다. 이는 기존 ‘타이쿤’ 방식과 유사합니다. 다만 로보토미에 나오는 환상체는 SCP, 영화 캐빈인더우즈, 드라마 웨어하우스 13 등 기존 오픈된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알고 있던 그런 괴물들입니다. 우리가 아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도, 빨간모자의 늑대도 나옵니다. 다만 본 게임에서 환상체의 관리방법은 단순한 작업 배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각 환상체의 의미와 스토리와 연결되죠.
와닿지 않는 분을 위해 하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샤덴 프로이데> 환상체 작업에 문제가 없는데도 자꾸 튀어나와 직원들을 죽이기 시작합니다. 대체 왜일까요?
샤덴 프로이데,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뜻하죠. 나중에 알고보니 작업 중 10초 이상 환상체를 바라보고 있으면 (화면 내에 떠있으면) 환상체가 탈출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이걸 알았을 때 악! 소리를 질렀죠) 반면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탈출하는 환상체도 있습니다. 환상체를 관리하는 방법은 이 게임의 미시적 스토리라 볼 수 있는 각 환상체와 연결되는 것이죠. 관리 방법과 각 환상체가 가진 이야기의 연결성은 게임에서만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에게 환상체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다섯 번째는 [인지 필터]입니다. 게임 스토리 중 등장인물의 그림체가 갑자기 투박한 만화체에서 사실적인 그림으로 변경됩니다. 뒷배경에는 잔인한 상황이 묘사가 됩니다.
“제가 해결했어요. 잠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던 거네요…인간의 뇌는 너무나 유약해서 잔인하거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면 간혹 의도치 않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죠… 그래서 당신의 모니터에 인지 필터를 설치시켰죠. 이 인지필터가 원활하게 작동을 한다면 직원들이 죽어있는 모습도 붉은 물감을 칠한 귀여운 인형들처럼 보일 것이고 보기만 해도 정신력을 무너뜨리는 저 환상체들도 모니터 안에서는 앙증맞은 장난감들에 불과하다는 거죠. 저를 믿으세요, 인지 필터를 설치하기 전까진, 이 자리에 앉은 꽤 많은 사람이 정신을 놓아버렸다니까요. 당신마저 같은 꼴이 되게 둘 순 없죠”
제가 보고 있는 모니터의 화면이 인지 필터를 씌운 귀여운 모습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로보토미 코퍼레이션의 여러 잔인한 장면은 다소 귀여운 캐릭터들로 그려져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를 확대시킬 때 보이는 직원들의 대사는 다소 섬뜩한 면이 있죠. 게임의 그림조차 관리자라는 설정과 디스토피안 세계관이라는 설정이 맞물려 만들어진 부분에서 이 게임의 섬세한 스토리 구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게임 플레이 만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 스토리와도 연결되어 게임의 몰입감을 더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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