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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Apr 18. 2022

염치는 이렇게 말했다

절필에 관하여


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 보지 않고

오늘도 글을 접겠다 마음먹는다


얄팍한 관조와 실천 없는 방법론

자못 근엄한 표정 뒤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쳐드는 악의

타인을 향한 비난

세상에 대한 불만


자신에게만 그렇게 관대해서 쓰겠어?

겨자씨만 한 염치가 일으킨 파문이

눈 깜짝할 사이 매서운 소용돌이가 되어 몰아친다

온기 없는 비루한 언어들이

쏟아져 내린다


아직인가

아직일 뿐인 걸까

‘그저’와 ‘과연’을 선택하지 못한 채

오늘도 화면 속 커서의 깜빡임만큼

수신인도 목적지도 불분명한 SOS를 보내다가

조용히 절필을 선언한다


절필?

염치가 또다시 입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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