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제대로 글을 써 보지 않고
오늘도 글을 접겠다 마음먹는다
얄팍한 관조와 실천 없는 방법론
자못 근엄한 표정 뒤로
잔뜩 몸을 웅크린 채 고개를 쳐드는 악의
타인을 향한 비난
세상에 대한 불만
자신에게만 그렇게 관대해서 쓰겠어?
겨자씨만 한 염치가 일으킨 파문이
눈 깜짝할 사이 매서운 소용돌이가 되어 몰아친다
온기 없는 비루한 언어들이
쏟아져 내린다
아직인가
아직일 뿐인 걸까
‘그저’와 ‘과연’을 선택하지 못한 채
오늘도 화면 속 커서의 깜빡임만큼
수신인도 목적지도 불분명한 SOS를 보내다가
조용히 절필을 선언한다
절필?
염치가 또다시 입을 달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