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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ul 02. 2021

[서평] 이방인

세상에서 소외된 뫼르소... 그의 본심은 들리지 않았어요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

<이방인>(1942)의 작가 카뮈가 자신의 작품에 관해 남긴 말이에요.

이방인이란 낯선 사람, 다른 곳에 속한 사람을 뜻해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뫼르소가 우발적으로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고, 법정에서 냉혈한으로 몰려 사형 선고를 받는 이야기이지요. 뫼르소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좀처럼 없고, 평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에요. 성격은 조금 특이하지만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던 그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사형을 받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뚝뚝하지만 평범했던 뫼르소, 범죄자로...

이 소설은 뫼르소가 먼 거리에 있는 양로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돼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먼 거리를 온 뫼르소는 장례식 내내 피곤함을 느끼고, 어머니와 관계된 낯선 이들을 어색해하지요.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그는 평소처럼 해수욕을 하고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며 주말을 보냈어요.


“그때 나는,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어머니의 장례식도 끝났고, 내일은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겠고, 그러니 결국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과장이나 왜곡 없이 그저 담담하게 묘사하는 뫼르소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구절이에요. 이렇게 무뚝뚝한 뫼르소에게는 찾아와서 푸념을 늘어놓는 이웃인 레몽이 있었어요. 뫼르소는 레몽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름의 조언을 해 주기도 했어요. 뫼르소는 레몽이 다정하게 대해 주는 순간을 과장 없이‘즐거운 한때’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나 레몽에게 초대를 받아 간 해변에서 뫼르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이 일어나요. 레몽의 옛 애인과 관련된 아랍인들과 다툼에 휘말리면서, 아랍인 한 명이 뫼르소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해요.


“(아랍인이) 단도를 뽑아서 태양빛에 비추며 나에게 겨누었다. 빛이 강철 위에서 반사하자, 번쩍거리는 길쭉한 칼날이 되어 나의 이마를 쑤시는 것 같았다. (중략) 모든 것이 기우뚱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바다는 무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하늘은 활짝 열리며 불을 비 오듯 쏟아놓는 것만 같았다. 나는 온몸이 긴장하여 손으로 피스톨을 힘 있게 그러쥐었다.”     



이성적인 판단과 현실의 차이

사람들은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애를 쓰지요. ‘어떻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총탄을 네 방이나 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뫼르소의 과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요. 검사는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조차 흘리지 않고, 장례가 끝나자마자 여자 친구와 해수욕을 즐기고 코미디 영화를 본 끔찍하고 매정한 사람이라고 주장해요. 아랍인을 쏜 것도 계획된 범죄라고 말하지요. 실제로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과 살인은 전혀 관련이 없었는데도 말이에요. 뫼르소는 난처함을 넘어 자신이 저지른 사건으로부터 자신이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받아요.


“어찌 보면 나를 빼놓은 채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참여시키지도 않고 모든 게 진행되었다. 내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내 운명이 결정되는 식이었다. 가끔씩 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중단시키고 싶었다.”


뫼르소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판단은 진실과 한참 떨어져 있었어요. 뫼르소는 그저 우연한 일이었고, 살인의 동기는 햇빛 때문이었다고만 말해요. 재판정에 있던 사람들은 죄를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 뫼르소를 괴물이라고 치부하고 사형을 선고해요.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란?

작가 카뮈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인간의 이성에 의해 파악되지 않는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어요. 카뮈가 이런 주장을 펼친 배경에는 현대 기계 문명의 급격한 발전과 제1차, 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한 인간 소외 및 허무주의가 깔려 있어요. 참혹한 전쟁은 사람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도덕이나 합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고, 사람들은 합리적인 질서나 구원이 정말 존재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어요. 카뮈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설명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 현실은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 했지요.

사형을 앞두고 뫼르소는 자신에게 회개를 요구하며 하나님의 자비에 매달리게 하려는 신부를 대하며 분노가 폭발해요. 화를 쏟아 낸 뒤 그는 자신의 삶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 자체로 진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남들이 어떻게 판단하든 말이지요. 그는 감옥의 창살에 비치는 밤하늘의 별, 흙냄새, 시원한 밤공기를 통해 ‘정답고도 무관심한 세계’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며 행복을 느낍니다.

뫼르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론해서 사람들의 동정을 샀다면 재판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지 않았고, 거짓으로 반성하지도 않았어요. 뫼르소는 사회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이방인이었지만, 어쩌면 자신이 가진 진실로부터 이방인이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저항한 것인지도 몰라요.



<작가 소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알베르 카뮈(1913~1960)는 군인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그가 태어난 다음 해 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고, 어머니는 청각장애인이자 문맹이었다고 해요.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낸 카뮈는 대학에 입학했으나 건강이 안 좋아져 중퇴하고, 후에 철학 학사 학위를 받아요. 1942년 ‘이방인’, ‘시시포스의 신화’를 발표하며 문단의 큰 화두가 되었고 전후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로 활약했어요. 1957년 ‘이방인’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지요.




* 2015.11.26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코너에 게재했던 서평입니다.

앞으로 브런치에 올릴 서평을 경어체로 쓸 생각은 없지만, 당시 글은 수정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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