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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Jul 09. 2021

[서평] 금방울전

조선 시대 제약 많던 여성들의 자유를 꿈꾸다

 조선 시대 고전소설인 <금방울전>은 초능력을 가진 여자 주인공 ‘금방울’이 사랑하는 남자를 구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내용의 작자 미상의 작품으로, 당시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주인공 금방울은 만화책 속 원더우먼이나 영화 ‘어벤저스’의 블랙 위도우처럼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세고 강단 있는 모습을 뽐내요.

 조선 시대 여성들은 대다수가 집안일만 했어요. 벼슬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과거 시험을 봐야 하는데, 과거 시험을 주관하는 관청인 예조에서 시험 응시 자격을 양인 이상의 남자로 한정했거든요. 그나마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궁궐이나 관청에서 남자보다 낮은 신분으로 관청 살림을 돕는 일을 했죠. 그래서 신통력을 발휘하며 세상을 종횡무진 누비는 금방울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더욱 멋져 보였을 거예요.

 


남해 용왕의 딸이 금방울로 환생하다

 금방울의 전생은 남해 용왕의 딸이었어요. 그리고 아직 나이가 어린 꼬마 신랑, 동해 용왕의 아들과 부부가 될 운명이었죠. 그런데 결혼식을 마친 뒤 둘이서 돌아가는 길에 괴물에게 쫓기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어요. 남해 용왕의 딸은 어린 신랑을 지키며 싸우다가 결국 죽고 말았지요. 동해 용왕의 아들은 산골에서 조용히 살던 장원 부부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몸을 피했어요. 그리고 장원 부인의 몸으로 들어가 아들 ‘해룡’이 되어 다시 태어났어요.

 한편 남편을 구하고 목숨을 잃었던 남해 용왕의 딸은 신선의 도움을 받아 과부 막씨의 몸에 잉태됐어요. 과부 막씨는 남편 대신 시어머니가 세상을 뜰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아주 선량한 사람이랍니다. 그래서 신선들이 남해 용왕의 딸을 막씨에게 점지해 준 것이지요.

 열 달 뒤 막씨는 금빛 찬란한 금방울의 모습을 한 딸을 낳았어요. 처음엔 막씨도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금색 방울을 괴이하게 여겼지만, 강물에 던져 보고 아궁이에 던져 보아도 흠집이 나기는커녕 더욱 빛나고 향기가 진동하는 금방울을 자식으로 받아들이지요. 신선들은 금방울에게 기이한 신통력 선물해 줬어요. 금방울은 작품 말미에서야 모든 고난을 극복한 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변하지요. 



금방울의 활약

 금방울의 운명의 반쪽인 해룡은 장원 부부의 아들로 사랑받으며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해룡이 다섯 살 되던 해 나라에 전쟁이 나 온 가족이 함께 피란을 가게 됐어요. 안타깝게도 난리 중에 해룡은 장원 부부와 헤어지게 돼요. 다행스럽게도 목숨을 건져 다른 부부의 양아들로 자라지요.

 해룡을 잃고 슬퍼하던 장원 부부는 우연히 막씨가 살고 있던 고을의 현감이 되어 금방울과 만나게 됐어요. 금방울은 신통력이 있기 때문에 해룡이 전생의 남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해룡을 잃은 슬픔으로 병을 얻었던 장원 부인의 목숨을 살려주고, 해룡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어요.

 금방울이 장원 부부를 챙길 동안, 해룡은 양아버지가 병으로 죽은 뒤 새어머니 변씨로부터 학대를 당하고 있었어요. 새어머니 변씨는 친자식이 아닌 해룡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거든요. 금방울은 위기에 처한 해룡을 돕기 위해 막씨 부인 곁을 떠나요. 그리고 해룡의 앞에 나타나서 그가 새어머니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구해주지요. 그 후 해룡은 금방울과 함께 새어머니 집을 떠나 세상으로 향했고요.     

 이때 마침 금방울과 해룡이 사는 나라의 공주인 금선이 지하국에 사는 요괴에게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해룡과 금방울은 금선 공주를 구출하려는 계획을 세웠어요. 이번에도 금방울의 신통력 덕분에 금선 공주를 구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소신이 요괴를 물리치고 공주마마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방울의 재주와 신통력 덕분이옵니다.” 


 해룡은 황제 앞에 나가 금방울에게 공을 돌리지만, 황제의 명에 따라 금선 공주와 혼인을 하게 돼요. 갑자기 좀 의아하지요? 다행히 금선 공주도 선한 사람이라 금방울과 매우 친밀한 관계가 됩니다.     


 이후 해룡은 장군의 지위에 오르고, 금방울은 해룡을 도와 북방에서 침입한 외적을 물리치고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 금방울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바로 어머니 막씨와 해룡의 부부가 살고 있는 고을로 간 것이었어요. 드디어 이곳에서 금방울은 방울의 몸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신했답니다. 이후 해룡은 여인으로 변한 금방울, 그리고 부모님인 장원 부부와 재회했지요. 황제는 금방울을 양녀로 삼아 금령(金鈴) 공주라 부르게 했고, 해룡은 금령 공주와도 결혼하게 되었어요.


 해룡이 두 명의 부인을 맞이한다는 설정은 오늘날의 정서에는 맞지 않지요. 금방울이 자신의 초능력을 오직 해룡을 돕는 데에만 쓰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하지만 <금방울전>이 창작된 당시의 사회와 문화를 고려해 보았을 때, 여성 금방울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전생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고, 나라를 구하고, 스스로 힘으로 공주의 지위를 쟁취한다는 줄거리가 대단히 획기적인 내용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요.

 만약 금방울이 오늘날의 여성 영웅이라면 어땠을까요? 자신이 지닌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 2016.6.2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코너에 게재했던 서평입니다.

앞으로 브런치에 올릴 서평을 경어체로 쓸 생각은 없지만, 당시 글은 수정 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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