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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기
나무 목도리
아이의 시선
by
박경진
Oct 25. 2021
곧 48개월을 맞는 아이의 건강검진을 위해 함께 소아과에 다녀오는 길에 가로수에 볏짚을 묶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겨울이구나.
아이를 키우며 참 좋은 점 하나는 예전에는 잘 눈에 띄지 않던 계절의 변화나 사물들이 내게도 덩달아 새롭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분명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저렇게 나무들에 볏짚이 둘러 있었을 텐데... 꽤나 오랜만에 보는 듯한 모습이 반가웠다.
아이를 잠시 멈춰 세운다.
- 호연아, 이게 뭘까?
- 음... 나무 목도리가 아닐까?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정답을 찾았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꼬리가 절로 휘어진다.
설명을 해 주려는 마음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고 한 번 더 물어본다.
- 왜 나무에 목도리를 해줬을까? 여기 일하시는 분들이 해주신 건가?
- 지금은 겨울이니까~ 추워서 그런 거겠지~.
- 그렇네. 나무가 추울까 봐 나무에 목도리를 둘러주었나 보다.
다섯 살 아이의 눈을 필터 삼아 상상해 보니 호- 호- 입김을 내뿜으며 서 있는 나무들이 볏짚 목도리를 두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예쁘구나, 정말.
볏짚의 정확한 명칭이 떠오르지 않아서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잠복소', '해충 포집기'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
이것의 본래 목적에 대해서는 좀 더 나중에 알려주어야겠다. 그리고 이번 겨울엔 아이와 함께 나무 목도리를 두른 나무들을 볼 때마다 오늘은 춥지 않은지
안부를 물어야겠다.
(*2020년 11월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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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진
즐겁게 배우고 더불어 성장하고자 합니다. 본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취미로 글을 짓고 노래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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