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 여행 1

얼음나라에 사는 아리

by 박경진

아리와 얼음 친구들이 사는 마을은 꽁꽁 얼어붙은 북극입니다. 이곳은 일 년 내내 겨울이 계속됩니다. 꼼짝도 할 수 없이 얼어붙어 있는 아리와 친구들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지냅니다. 하늘의 색깔이나 구름의 모양이 조금씩 변하기는 해도 새하얀 설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얼음 친구들에게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내가 여기에 이렇게 머물기 전에는 말이다……”


얼음산의 더 깊숙한 곳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시작합니다. 조그만 개울에서 어린아이들의 발목을 간질였던 이야기, 강가에 뗏목을 대어 놓고 시끌벅적하게 물건을 사고팔던 먼 나라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 그리고 울창한 밀림을 휘감아 흐르며 수많은 동물들과 인사를 나눴던 이야기와 바다에서 만난 신기한 산호들과 아름다운 열대어들의 이야기,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떠돌아다니다가 눈이 되어 이곳 북극에 내려오게 된 사연까지. 듣고 보면 모두가 벌써 몇 백 년 전의 추억담입니다. 이제까지 수도 없이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아리에게는 이것만큼 또 신나는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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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저도 자유롭게 세상을 돌아다녀보고 싶어요!”

“그럴 수 없단다. 보렴, 우리는 여기서 움직일 수 없어.”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훈수를 둡니다.


“아리야, 저기 눈으로 뒤덮인 눈부신 산과 들판을 보렴. 여기처럼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은 어디에도 없단다.”


아리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쳇, 할아버지들은 이미 많은 곳을 돌아다녀 보셨으니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거지요. 하지만 저는 제 눈으로 직접 넓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단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리가 사는 차가운 북극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햇볕이 내리쬐며 아리와 주변 친구들을 자꾸 간질였습니다.


“어, 내 손이 움직이네.”

“어라, 기지개를 켤 수도 있어!”

“우리가 지금 녹고 있는 거야!”


얼음 친구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떠들어댔습니다. 정말입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얼음산이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부서지면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지요. 이대로라면 아리와 얼음 친구들도 이 산을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리도 몸이 근질근질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난 이 산에서 내려가면 할아버지들이 말했던 푸른 들판 위를 졸졸졸 신나게 달려보고 싶어.”

“나는 하늘을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새들과 친구가 되면 좋겠어.”


친구들이 제각기 꿈을 말합니다. 아리도 즐겁게 외쳤습니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하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넓은 세상을 전부 보고 싶어! 그래, 우선 따뜻한 남쪽의 바다로 가겠어!”


각자의 꿈을 품은 얼음 친구들은, 아니 이제는 녹아서 물방울이 된 아리와 친구들은 재잘대며 산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빠르게 달려가면서도 아리의 마음은 벌써 훨씬 먼 곳까지 내달리고 있습니다. 머나먼 남쪽에 있다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섬,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물 친구들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어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으니까요. 이제껏 아리가 그렇게 애타게 꿈꾸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다음화)

아리의 여행 2 (brunch.co.kr)


2009 그린스타트 창작동화제에서 발표했던 환경동화입니다.

정식으로 출간되지는 않았으나, 당시 환경부 지원으로 동영상이 제작되어 초등학교 현장에 보급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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