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 일기

그릇을 닦으며

진한 일상의 조각

by 박경진


육아휴직을 쓰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주일에 한 번씩은 친정집에 와서 퇴직하신 아빠(호연이 외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도 퇴근하고 들어오시면 다 같이 저녁까지 먹고 귀가하는 코스로.

엄마 아빠는 이쁜 손주 보며 힐링하시고,

나는 육아 휴식 시간을 갖고,

남편도 하루쯤은 온전히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목요일이다.


아이는 잠시 보행기에서 혼자 놀게 두고 아빠와 점심을 먹었는데, 식사를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안아 달라며 빼애앵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설거지 할랬더니만, 이런 효녀 같으니라구...ㅎㅎㅎ


아빠가 설거지를 하시는 동안 옆에서 호연이를 안고서


-할아버지가 뭐 하시나~? 그릇 뒤도 깨끗이 닦아요~.


하다가, 문득 동시 하나가 떠올라서


-어머니~, 내 뒤의 얼룩 말해 주세요.


하고 읊었더니, 버튼이라도 누른 듯 <그릇을 닦으며> 동시 전문을 술술 암송하시는 울 아부지.







말을 잊고 귀를 기울인다.


물소리와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가 BGM이다.







그런 순간이 있다.

분명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란 확신이 드는

아주 진한 일상의 조각.





(*2017년 6월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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