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 일기

할아버지

첫 손주의 탄생

by 박경진


호연이가 태어나고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빠가 카톡으로 축시를 한 편 보내 주셨다.





평균보다 작게 태어난 아이를 처음 보았던 순간에도

처음으로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물렸던 순간에도

감동의 눈물은 흘리지 않았는데.


아빠의 시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곧바로 밀려오는 민망함.

자신이 쓴 동화를 자녀들에게 읽어 주다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처럼, 복잡 미묘한 웃음이 나오는 그런 심정이었달까.

그렇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울게 하지요.(라고, 오스카 와일드가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모자라나요?"

버찌 씨를 은박지에 고이 싸서 사탕을 사러 갔던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그런 마음을 소중히 지켜준 위그든 할아버지의 따뜻함.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 하나가 은 파문을 일으키며 살포시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낸다.


시인이자 국어 교사로 반평생을 중학교에서 이들을 가르치셨던 아빠는 한때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이해의 선물>이라는 작품이 퍽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다. 내가 어릴 적, 유치원도 다니기 전인 너댓살 무렵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더랬다.

우리 주변에는 흔치 않 버찌 씨 대신, 안뜰의 봉숭아 씨나 예쁜 조약돌을 들고 길 건너 슈퍼에 가면 과자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것.

영악했던 꼬마 아이는 실제로 신림동 홍은슈퍼에 조약돌을 들고 찾아간 기억이 없지만, 아빠는 딸아이의 소중한 추억을 위해 부러 슈퍼에 찾아가 "우리 아이가 혹시라도 돈 대신 꽃씨나 조약돌을 들고 과자를 사러 오면 나중에 비용을 지불해 드릴 테니 과자를 내어 주십시오" 하고 주인 아저씨께 부탁까지 하실 만큼 진심이었다.


비록 현실에서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빠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새로운 동화가 되어 내 유년기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아빠에게서 나에게로ㅡ

그리고 나에게서 다시 아이에게로ㅡ

그렇게 전해질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씩 또 쌓여 간다.





(*2016년 12월의 기록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덕이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