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 일기

덕이를 만나다

어서 와, 여긴 지구별이야

by 박경진

2016년 12월 10일.

덕이와 조우한 역사적인 날이었다.

조우(遭遇)라... 자식의 탄생을 '우연한 만남'이라고 칭하기엔 너무 가벼울까.

하지만 딱 이 정도가 좋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우연과 우연이 닿아 이렇게 너를 만났고, 나는 이 연(緣)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너를 우리를 위한 '선물'이라거나 '분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지만서도, 너를 품은 순간부터 막연히 생각했다. 나와 네 아빠는 너를 이 세상에 초대한 사람들일 뿐이라고.


제왕절개를 여, 내가 낳았다기보다는 의사 선생님께서 꺼내 주신 덕이는 우렁차게도 울었다.

산모를 배려하는 의미로 출산 과정까지는 반신 마취로만 진행하고, 산모가 아이를 직접 확인한 뒤에 전신마취로 후속 처치를 해 주는 병원이었다.

마취로 인해 희미한 의식 속에서 네 첫울음을 듣고 나서, 태고의 바다에 잠기듯 눈을 감았다.

여기가 네가 온 곳, 그리고 앞서 내가 있었던 곳일까.



2.72kg으로 태어난 작은 아이.


호연아.

어서 와, 여긴 지구별이야.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2016년 12월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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