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육아 일기

기다리는 마음

목화솜을 고르며

by 박경진

부모님 몇 해 전 경기도 이천 교외에 밭을 마련하셨다.

작은 컨테이너를 하나 두고 주말 농장으로 활용하시는데, 농사에 진심이신 아빠와 '꽃 엄마'를 자처하시는 엄마의 시너지는 가히 가공할 만하여 농장 곳곳에 온갖 작물과 꽃들이 그득그득하다.


더위가 한풀 꺾인 9월의 주말, 이천 농장에서 엄마와 함께 목화를 땄다.

솜을 타서 아가 이불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시는 우리 엄마. 12월에 태어날 첫 손주를 기다리 예비 할머니의 마음다.


엄마는 이런 귀여운(?) 면이 있다.

내가 처음 수능을 치르던 해에도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쪼개어 시험날 점심밥을 지을 쌀을, 부서지지 않은 실한 놈들로만, 기도하는 맘으로 고르셨더랬다.

(드라마 보면서 고르시는 거 다 봤어요.)

(버뜨 난 재수를 했고, 첫 딸의 두 번째 수능 두 동생들 때는 그런 없었다?!ㅋㅋㅋ)


애틋하고 절절한 모정이라기보다

유쾌하고 간질간질한 애정 느낀다.



목화 양이 넉넉지 않아서 아가 이불은 무리고 베개 정도 나올 듯하지만

따땃한 햇살을 받으며 살살 씨 빼고 솜을 고르다 보니

기분도 솜털처럼 간질간질해 온다.


문익점 아저씨 감사합니다.






(*2016년 9월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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