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이수인 선생님 영전에 부쳐

by 박경진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께서 오늘 타계하셨다.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솜사탕, 별, 방울꽃, 외갓길, 아카시아꽃...

유명한 곡들이 참 많지만, 특히나 '바람이 서늘도 하여~'로 시작하는 <별>이란 곡을 어릴 적부터 참 좋아했다.


내가 아직 열 살 무렵이던 90년대 초반.

정확한 연도와 계절은 가물가물하지만 부모님을 따라 한 번인가 두 번 성산동에 위치한 선생님 댁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대문을 지나 낮은 돌층계를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두꺼운 현관문이 나오고, 내부에는 나무틀에 유리를 끼워 넣은 중문이 있아담한 단독주택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사모님과 함께 현관까지 배웅 나오셔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선생님 손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그리 넓지 않은 거실 한쪽 구석에는 연륜이 묻어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당시에도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하셨던 선생님은 화려한 연주 실력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손가락 끝으로 건반을 꾹꾹 눌러 가며 정성스레 피아노를 치셨다.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별>을 불러 보기도 했다. 나는 노래에는 소질이 없는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도 눈앞의 유명한 작곡가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가창자 아이들을 많이 만나 보셨을 것을 알았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선생님은 어린아이의 정 따윈 순식간에 날려버릴 만큼 환 미소를 어 주셨다. 조금은 버벅거리며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일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별>을 더 자주 즐겨 불렀다.




하늘의 별이 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