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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진 Aug 22. 2021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이수인 선생님 영전에 부쳐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께서 오늘 타계하셨다.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솜사탕, 별, 방울꽃, 외갓길, 아카시아꽃...

유명한 곡들이 참 많지만, 특히나 '바람이 서늘도 하여~'로 시작하는 <별>이란 곡을 어릴 적부터 참 좋아했다.


내가 아직 열 살 무렵이던 90년대 초반.

정확한 연도 계절은 가물가물하지만 부모님을 따라 한 번인가 두 번 성산동에 위치한 선생님 댁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대문을 지나 낮은 돌층계를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두꺼운 현관문이 나오고, 내부에는 나무틀에 유리를 끼워 넣은 중문이 있아담한 단독주택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사모님과 함께 현관까지 배웅 나오셔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던 선생님 손에서는 담배 냄새가 났다.

그리 넓지 않은 거실 한쪽 구석에는 연륜이 묻어나는 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당시에도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하셨던 선생님은 화려한 연주 실력의 소유자는 아니었지만 손가락 끝으로 건반을 꾹꾹 눌러 가며 정성스레 피아노를 치셨다.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별>을 불러 보기도 했다. 나는 노래에는 소질이 없는 아이였다. 어린 나이에도 눈앞의 유명한 작곡가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가창자 아이들을 많이 만나 보셨을 것을 알았기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선생님은 어린아이의  따윈 순식간에 날려버릴 만큼  미소를 어 주셨다. 조금은 버벅거리며 그렇게 노래를 불렀던 은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별>을 더 자주 즐겨 불렀다.




하늘의 별이 되신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가족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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