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경진 Sep 07. 2021

책을 읽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나요?

독서의 목적 바로 알기

독서 교육자들이 밝히는 '독서의 목적'은 크게

1 앎을 위한 독서, 2 깨달음을 위한 독서, 3 즐거움을 위한 독서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에 대한 대답들을 이 세 가지 카테고리 안에 담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비단 독서뿐만이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문해 활동, 문자 외에도 그림이나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를 포함하는 '텍스트 수용의 목적'이라고 보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책 한 권을 읽으며 지식의 습득과 깨달음,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세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하나의 책을 두고서도 독서의 목적셋 중 하나라고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을 알아두고 독서의 주체인 독자의 성향과 대상이 되는 책 특성, 독서가 필요한 상황 등분석할 수 있다면 개인의 독서 활동 및 자녀의 독서 지도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독서 교육자나 가정에서 자녀의 독서 지도를 하는 학부모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편독과 관련된 논란거리들은 위에서 말한 독서의 목적 중 하나를 최상위 가치로 여기거나 다른 목적을 경시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우리 아이는 허구한 날 공룡 책만 봐요."라고 하면 누군가는 편독은 마치 편식과도 같다고 강한 우려를 표하며 균형 독서를 강조한다. 그러면 또 누군가는 편독이나 균형 독서는 사교육 업계에서 만든 말일 뿐이며 책에 대 개인의 취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론한다.


"우리 아이는 공부는 제쳐두고 하루 종일 만화책만 봐요."라고 하면 누군가는 만화책을 아이 눈에 보이지 않게 치우고 가정에서 학업 분위기를 조성해 주라고 조언하고, 또 누군가는 그래도 앉아서 책을 보는 게 어디냐며 아이가 만화가나 소설가가 되려나 보다 하며 너스레를 떤다.


위에 제시한 질문 사례의 대답은 모두 한쪽으로 편향된 것들이다.

독서의 목적으로 꼽은 앎, 깨달음, 즐거움 이 세 가지는 인간의 정신적인 성장과 성숙을 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특히 이미 성인이 된 자발적인 독서가 아니라 아직 독서 습관이 들지 않아 적절한 지도와 코칭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의 목적이라면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만을 강조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하지!"라고 독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의 다양한 지식을 골고루 제공해 주기 위해 여러 분야의 책을 학년별 교과 주제와 연계하여 골고루 꼼꼼히 읽히고, 책의 세부 내용 파악을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물론 때로는 앎을 위한 전략적인 독서도 필요하다. 단 암기와 이해의 범위는 부디 해당 학년의 교과서 수준을 기준으로 삼도록 하자. 그 이상을 해내는 아이들이 대단하고 칭찬할 만한 것이지, 지식 습득을 위해서라고 해도 책에 나와 있는 모든 정보를 아이가 세세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부모님들도 절대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고 계시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지식 도서는 성인들에게조차 생소한 전문적인 정보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것을, 자녀들이 보는 지식 도서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신 부모님이라면 익히 아실 것이다.


"진정한 독서는 문학(고전 명작)이지!"라고 깨달음과 재미를 위한 독서를 강조하는 사람들도 있다.(사실 대부분의 초보 독서 교육자들은 앎을 위한 독서를 강조한다. 문학 독서나 자율 독서를 강조하는 이들은  교육 방식이나 비대해진 독서교육 업계에 반발하는 마음이 큰 진보적인 교육자들이다.) 이들은 문학 작품을 읽다 보면 시대적 문화적 배경을 통해 배경지식도 축적이 되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독서의 즐거움을 동시에 얻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상당 부분 옳다. 하지만 문학 작품'만' 는 독서 교육은 반쪽짜리 교육이다. 초보 독서가라고 해서 꼭 문학부터 읽기 시작할 이유도 없다. 당장 도서관 서가 분류만 보아도 세상에는 문학 작품(800번대) 외에도 가치와 재미를 담은 수많은 책들이(000~900번대) 무수히 존재하지 않던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목표와 목적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 뜬구름 잡는 소리라거나 뻔한 소리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사람들은 원론적인 개념을 충분히 숙지하기도 전에 좀 더 직접적이고 실생활에 적용하기 쉬운 방법론을 이것저것 찾아 시도해 본다. '빨리빨리'가 중요한 사회에서 보다 즉각적인 해결 방법을 제 손에 그러쥐고픈 마음이야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나, 단한 목적의식 없이는 실천을 지속하지 못하거나, 개개인의 특수성 고려하지 못한 채 남의 방법을 선택한 탓에 적잖이 실패와 좌절을 겪는다.

목표와 목적은 모든 행위의 근간이자 나침반 역할을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교과서를 볼 때도 목차를 먼저 보고 수업시간에도 학습 목표를 먼저 본다.

두서없이 주절거렸다만, 결국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독서 교육 방법론을 가지고 쓸데없이 싸우지 마세요. 독서의 목적은 다양합니다. 새로운 지식을 알고, 무언가를 깨닫고, 읽는 즐거움을 얻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2차원 종이 위의 텍스트로만 정보를 얻는 시대도 더 이상 아니니까요. 아이가 부모님의 기대만큼 책을 많이 보지 않더라도, 지식은 강연이나 강의로, 깨달음은 대화와 토론으로, 즐거움은 공연이나 게임으로 얻는다 한들 또 어떻습니까.

그럼에도 독서는 참 좋은 것임을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우리 자녀들도 그것을 알았으면 한다면,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권하는 독서 지도를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쨌든 지금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셋 중에 하나의 목적을 스스로 추구하고 있을 테니까요. 자녀가 아직은 모르고 있는 또 다른 독서의 목적과 기쁨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진심을 담아 소개해 주고 추천해 주면 어떻겠습니까.

이 세상에 꼭 읽어야만 하는 책(필독도서)은 없습니다만, 읽으면 좋은 책(권장도서)은 참 많으니까요. 강요하는 대신, 권장해 주세요."


아이가 공룡 책만 읽어서 걱정인 부모에게 이렇게 말해 준다.

"아이가 공룡에 푹 빠져 있다니 대단한 몰입 능력이 있네요. 공룡 이름이나 특징에 대해 해박하다면 다양한 공룡의 생태나 고생물학, 지질학, 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 아이에게 관련된 질문을 해 보시거나 자연과학에 대한 대화와 토론을 해 보세요. 공룡과 관련된 지식으로부터 발생하는 또 다른 호기심을 충족해 줄 수 있는 책, 공룡이 주인공인 동화책이나 영상 콘텐츠를 찾아서 추천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몰입은 굉장히 소중한 능력이니까, 긍정적으로 아이의 취향을 바라보고 응원해 주세요."

이 답변이 납득되신다면, 만화나 판타지 소설만 끼고 읽는 아이의 사례에도 어떤 답변이 가능할지 쉬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실전이다. 여러분의 자녀,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독서 습관을 돌아보자.

나는 왜 때문에 어떤 책을 주로 읽고 있는가?

앎? 깨달음? 즐거움? 내 삶은 이 세 가지가 모두 충만한 삶인가?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던지는 독서 조언은 무엇인가?

작가의 이전글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