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를 쳐 둔 마당 입구에태극기를 달면서 딸내미에게 광복절의 의미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광복절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빛 광! 다시 찾을 복!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빛을 다시 찾았다는 뜻이야.
호연이도 사촌 언니 오빠가 보는 마법 천자문을 몇 번 같이 봐서 '한자'가 무엇인지 대강 알고 있다. 한두 해 전부터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주문 외우듯 "물 수! 불 화!" 이런 식으로 일상 어휘에 쓰이는 쉬운 한자어의 뜻과 음을 적당히 알려 주고 있는데, 기특하게도 제법 이해를 하고 기억도 한다.
그렇다 해도 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광복절의 의미를 이렇게 알려 주는 것은 좀 과했지 싶다.
2차 도전.
-옛날에 일본 나라랑 우리나라가 사이가 굉장히 안 좋았던 적이 있었다고 했지? 광복절은 일본 나라가 우리나라를 공격해서 사람들을 막 괴롭히다가 물러가게 된 날을 기념하는 날이야.
일본 나라라고 하니까 "이순신 장군님이 물리쳤던?"이라고 말하는 딸내미에게, "아니 아니~" 하며 종이에다가 고조선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까지 한국사 연표를 그리고 앉아 있는 엄마... orz
종이가 아닌 허공 위를 헤매는 아이의 눈동자를 보니 아차 싶은 마음이 든다.
-괴롭힘에서 벗어나면 얼마나 행복하고 기쁘겠어. 반짝반짝 밝고 기분 좋은 마음이 되어서, 빛을 되찾은 날이라고 표현했나 봐.
이렇게 급히 수습을 하고는 아이와 함께 쨍한 여름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마당으로 나섰다.
복잡하고 심오한 이야기들은 조금 매달아(suspend) 두고, 곱디 고운 여름 꽃들을 눈에 한가득 담아 보자.
이천 가족 별장 마당에 만발한 여름 꽃들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반짝이는 나뭇잎과 꽃들, 청명한 하늘...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
어렵게 되찾은 광명(光明).
수십 년 전 선조들이 느꼈던 그날의 빛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그저 지금은 이 밝은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자꾸나.
이 행복을 안다면 빼앗긴 슬픔도, 되찾은 기쁨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미리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
미리 알지 않아야 더 좋은 것들이 있다.
(사실 저는 스포일러도 꽤 좋아하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이야기(narrative) 전개에서 긴장감을 뜻하는 '서스펜스'는 '매달다, 미루다, 연기하다(suspend)'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핵심 정보를 꼭 필요한 순간까지 미루고 미루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다가(=바로 던져주지 않고 매달아 두었다가) 빵! 하고 터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