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다른 인식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타인과 소통하는 빠른 길이다
아래의 글은 품질경영 2018년 5월호 리더십 소통 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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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다른 인식의 사다리
소통에서 성격기질이 중요한 이유는 대화를 하는 프로세스나 내용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각자 받아들이는 내용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인식(perception)의 차이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유리병을 쓰고 있고 그것을 벗지 않으면 소통을 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이 쓰고 있는 유리병을 벗었다 하더라도 인식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정해야 소통이 되는 것이다. 인식은 8단계 인식의 사다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인식의 사다리는 어떠한 상황에 대해서
1. 카메라를 찍듯 어떠한 일을 인식하는 단계
2. 수집된 데이터를 가지고 내가 인식하는 단계
3. 그 인식된 데이터를 가지고 내가 가치 판단하는 단계
4. 가치를 판단하며 내가 해설을 하며 의미를 부여하는 단계
5. 해설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논리를 만들어 가는 단계
6. 논리를 갖고 감정과 육체적으로 반응하는 단계
7. 그 모든 것을 아울러 나의 신념으로 판단하는 단계
8. 그 신념을 갖고 내가 행동을 하는 단계 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의 예를 가지고 8단계의 인식이 사람마다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두 명의 친구가 고속도로에서 운전을 하며 가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옆 차선의 차가 갑자기 앞차를 세게 들이받았다. 사고를 당한 앞차는 차선을 벗어나 뒤집어졌고 사고차 안에는 두명이 피를 흘리며 기절해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때 옆 차선에서 사고를 목격한 두 명의 친구 중 한 명인 운전자는 옆 차선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소리치듯 말한다.
인식의 사다리
1단계 : 앗….대형사고다. 뒷차가 앞차와 충돌했어. 앞차에 있는 사람들 거의 기절했는데….
2단계 : 그런데 내가 잠깐 보니까 사고차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한 것 같은데… 얼굴이 시뻘갰어.
3단계 : 아니 어떻게 대낮에 술을 먹고 운전을 하지? 정말 정신 나간 사람 아니야
4단계 : 우리나라는 말이야. 음주운전 한 사람에게 너무 관대한 게 탈이야. 도대체 말이지. 음주운전을 해도 법이 허술하니까 또 음주운전을 하고 말이야. 문제가 많아.
5단계 : 그래서 우리나라는 빨리 교통법규를 정비해야 해. 음주운전을 하면 감옥에서 10년 이상은 살게 해야 한다니까…그래야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
6단계 : 정말이지 너무 화가 나….저기 2명 사고 난 사람들, 죽을 수도 있잖아. 만약 그러면 저 사람 살인자라니까….
7단계 : 안 되겠다. 이런 일은 그냥 화만 내서는 안돼. 내가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겠다.
8단계 : 저녁에 집에 가서 청와대와 경찰청에 청원도 하고 그래야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행동으로 옮겨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구….
이렇게 인식의 사다리 8단계에 따라 반응을 한다. 그러나 옆에 앉아 있는 친구는 운전자와는 전혀 다르게 인식의 사다리 8단계를 작동하고 있다.
1단계 : 와…어떻게 해…. 대형 사고가 났어.
2단계 : 뒤에 있는 차가 앞차를 박은 것 같은데… 앞차의 2명은 피 흘리면서 거의 기절해 있는데….
3단계 : 어떻게 하지. 119로 전화해야겠다. 저기요 119죠. 여기 고속도로인데 사고가 났어요.
4단계 : 어떻게 하냐, 내가 도와줄 수도 없고 정말 큰일이다. 어떻게 해…..
5단계 : 저렇게 사고가 나면 빨리 응급조치 할 수 있는 제도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정말 큰일이다. 큰일이야… 저 사람들 죽으면 어떻게 해
6단계 : 정말 고속도로만 아니었으면 내가 가서 도와줬을 텐데… 이미 이렇게 많이 지나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7단계 : 제발 저 사람들이 살았으면 좋겠어. 정말 기도할꺼야. 나이도 중년쯤 되어 보이는데 만약 죽으면 아이들도 어릴텐데 어떻게 해…너무 걱정된다.
8단계 : 다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이렇게 똑같은 상황을 겪었지만 두 명의 친구는 각자 인식을 다르게 한다. 이것이 인식의 사다리다.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겪지만 그것을 보고 해석하는 것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이 나와 다르게 인식한다고 해서 ‘너 정말 이상하구나’, ‘정말 특이하구나’라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이러한 소통의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오해인 것이다. 우리가 일을 할 때나 생활을 할 때 여러가지 상황에서 다른 관점을 보이고 그것을 다르게 인식하며 이해하는 것이 이런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제대로 된 소통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갈등은 서로 같아야 생각에서 생긴다
융이 프로이트와 결별하고 나서 고민한 것이 사람의 인식인데 사람들은 자기와 타인의 다름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들이 나의 기준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애를 하는 커플을 생각해보자. 데이트를 하는데 저녁을 먹어야 하니까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어본다. 이때 남자는 이미 갈비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여자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물어봤을 것이다. 그때 여자친구는 “자기야, 나 오랜만에 탕수육하고 자장면 먹고 싶어, 중식당 가자” 라고 말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친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마다 반응은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본인이 갈비를 먹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중식당으로 갈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 연애를 하는 단계이고 좋아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연애가 잘되어서 결혼까지 한다. 결혼 1년 후에 다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외식이 잦은 편인데 주말을 맞아 토요일 저녁에 외식을 하기로 했다. 이날 남편은 갈비가 무척 먹고 싶은 날이었다. 그래도 연애시절부터 항상 아내에게 물어봤으니 자연스럽게 “여보, 오늘 저녁 뭐 먹을까?” 하고 물어본다. 그랬더니 아내가 “자기야 오늘 오랜만에 팔보채랑 탕수육이 먹고 싶네. 중식당에 가자” 라고 대답한다.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물론 사람마다 대답은 다양할 것이다. 남편은 언제나 그랬듯이 아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혼 후 많은 남자들의 태도는 달라진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을 한다. "자기야 오늘은 나 갈비 먹고 싶으니까 그냥 갈비 먹자” 라고 말한다. 이때 아내가 순순히 “그래 당신 먹고 싶은 거 먹어” 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미 연애시절부터 자신의 의견을 들어준 경험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아내 입장에서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자기야, 오늘따라 왜 그래? 항상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었잖아! 결혼하고 나니 사랑이 변한거야?” 라고 서운해 하며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남편이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아니 그게 아니고 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고,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으면 안돼?” 라고 말할 수 있다. 드디어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조금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부부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융이 주장한 것은 사람은 자신의 기준대로 움직일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입장에서 결혼 전에는 사랑하기도 했고 결혼도 해야 하니까 여자친구에게 다 맞춰줬지만 결혼도 했고 이제는 자신도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것이 갈등의 원인이 된다. 융은 인간이 서로 같아야 한다는 전제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이야기 했다. 결국 사람은 같을 수가 없는데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싸우게 되는 것이다. 결혼을 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부부 사이에 갈등이 없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부부 중 한명이 모든 것을 배려하는 경우이다. 옛날 부모님들이 하는 말씀 중에 가정의 평안을 위해서 네가 그냥 죽어 살아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어라. 라는 말을 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한 명이 다 들어주면 갈등이 생길 이유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다. 배려심이 많은 사람들조차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그런데 부부싸움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자기중심적인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이 가진 스타일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부부들이 싸움을 많이 한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영영 헤어질 수도 있다.
조직 관점에서 이 상황을 생각해 보면 관계나 소통에 있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자신의 기준대로 부하직원들이 행동하기를 원한다. 본인이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자기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직원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이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다 보면 더 나은 방식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경우라도 대부분의 상사들은 자신의 관점과 스타일을 고집한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이 생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해야 만족하는데 단지 상사라는 이유로 부하직원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강요한다면 조직생활을 더 힘들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타인이 다르게 인식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서로 존중해주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머릿속에만 있지 실제로 일을 하다 보면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고 타인도 나와 같아야 한다는 고집을 부린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가 소통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해 요소이다.
유 경 철
현재 소통과 공감 대표.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컨설턴트로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리더십과 소통강의를 하며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코오롱베니트 인재개발팀, 능률협회컨설팅(kmac), PSI컨설팅 등에서 근무했으며 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리더십을 전공중이다. 2015년 한국HRD명강사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완벽한 소통법”, “문제해결자”, “피터드러커의 인재경영 현실로 리트윗하다”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