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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철 소통과 공감 Nov 16. 2018

페르소나를 잘 쓰는  사람이 진정한 소통해결자

성격기질을 이해하는 것은 상대방의 다름을 이해하는 시작이다

아래의 글은 품질경영 2018년 6월호 리더십 소통 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아래를 클릭하면 컬럼 PDF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성격기질의 차이가 사람들과의 관계를 힘들게 한다


사람들 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데에는 많은 원인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성격기질의 차이이다. 한 사람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무리 이야기 해도 또 다른 한 사람은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저 사람 왜 저렇게 생각을 하지” 라며 이상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심해지면 아예 소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조직에서나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성격기질의 차이는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로 작동한다.

정신과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은 사람의 성격과 기질에 대해 연구한 후 <심리유형론>이라는 학설을 정립하게 된다. 융은 1875년에 스위스 바젤에서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는데 아버지가 보수적인 목사였기에 대화를 하면서 많은 답답함을 느꼈고 결국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바젤대학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 당시 사람의 심리에 대한 연구는 의과대학의 정신과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융이 선택한 학문은 의학이었다. 그때 당시 전 세계 심리학계를 뒤흔든 사람은 융보다 20년 앞선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였다. 프로이트는 융이 대학에 갈 당시 이미 여러 책과 논문을 내면서 심리학계의 기린아로서 논란과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이었다. 많이 알려져 있는 성적 이론, 리비도 같은 이론을 통해 기존의 심리학을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융은 이런 프로이드에 관심을 갖고 존경심까지 갖게 되었다. 세계 3대 심리학자 중에 첫 번째, 두 번째로 꼽히는 프로이트와 융은 결국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던 프로이트였지만 스위스에 살고 있는 융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프로이트는 융과의 첫 만남 이후 본인의 집으로 초대까지 하게 된다. 이때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프로이트가 융을 집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무려 14시간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한 사건이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통찰이 서로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이때 대화를 나누면서 프로이트는 융의 천재성을 알게 되어 심리학계에 앞으로 융이 나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선포까지 했다. 그만큼 신뢰하는 융이었지만 가까운 지인으로 오랫동안 만나게 되면서 융은 프로이트의 만남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프로이트는 융에게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를 강요했기 때문에 독립적인 분야를 연구하고 싶었던 융은 프로이트의 독단적인 주장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구분야에 대해 갈등하게 되고 1912년 융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근본 이론을 비판하면서 프로이트와 결별을 하게 된다. 프로이트와의 갈등으로 인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면서 융은 사람은 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가에 대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사람 사이의 갈등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된다. 갈등은 결국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인데 융은 이러한 갈등은 사람의 성격기질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고 꾸준히 연구하여 <심리유형론>을 완성하였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아닌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사는 삶


사람들은 각각 성격기질이 다르다.  사람들은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맺는 일과 소통하는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실제 나의 성격대로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성격대로 살아가다보면 타인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페르소나(persona)를 쓰고 살아간다라고 심리학자인 융은 말했다. 페르소나는 라틴어로 고대 그리스의 연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한다. 사람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person과 사람의 인격을 뜻하는 personality의 어원이 바로 persona이다. 페르소나라는 단어는 심리학자인 융이 쓰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페르소나는 자아가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 외면적으로 자신이 보여지기를 원하는 모습을 말한다. 이러한 페르소나가 있어서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닌 만들어 낸 모습으로 타인에게 비춰지며 살 수 있다. 조직에서는 상사와 잘 지내기 위해서, 선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페르소나를 쓴다. 그러한 페르소나가 관계를 더욱 풍요롭게 해준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페르소나를 필요한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자신의 성격기질대로 무조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상황에서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융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페르소나를 사용하지만 사람은 태생적으로 선호하는 기질이 있고 그 기질은 타고났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요에 의해서 페르소나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페르소나를 사용해 온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성격기질이 무엇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나 융은 자신의 성격기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유명한 소설가 카프카의 예를 든다. 카프카는 법과대학을 나온 인재로 보험회사에서 오랜 기간 관리직으로 일을 했다. 그러나 카프카가 진심으로 원한 것은 글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평일 저녁과 주말을 활용해 글을 썼고 그 글이 빛을 보게 되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기자가 카프카를 인터뷰 하는데 카프카가 의외의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회사 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일한 거다. 그래서 퇴근하고 나서 평일 저녁과 주말에 미친듯이 글을 썼다.’ 그 이야기를 들은 기자는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죽기보다 가기 싫은 회사를 그렇게 오래 다녔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직접 보험회사에 찾아가 카프카와 함께 일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와 함께 일한 모든 사람들이 카프카를 극찬하는 것이 아닌가? 카프카처럼 열심히 일한 직원이 없었다며 그는 최고의 동료였다고 칭찬을 했다. 융은 이것이 페르소나의 사례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은 페르소나에 지배된 생활과 심리적 욕구를 채우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르소나를 너무 사용하게 되면 자아와 페르소나가 동일시되고 이것이 팽창되면 터지게 된다. 정작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융은 판단했다. 자신이 정신과에서 상담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페르소나 때문에 우울중에 걸리거나 정신병에 걸리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기질대로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 융의 주장이다. 사회적으로 우리는 페르소나를 쓰고 살 수밖에 없다. 나는 내향적이지만 취업을 했는데 영업파트에 발령이 났다. 조용히 혼자 있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회식도 자주 한다. 사교적으로 변해야만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어떻겠는가? 페르소나를 쓰면 완벽하게 외향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게 페르소나를 사용하면서 영업직무를 몇 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외향적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렇게 잘 살아간다. 오랜 시간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영업부서에서 회계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일이 달라졌다. 나는 어떻게 되는가? 다시 원래 나의 성격기질인 내향적인 모습을 찾게 된다. 사람들은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잘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철저하게 페르소나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잘 살아간다. 그러나 융은 페르소나를 사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기질대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성격기질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자유자재로 페르소나를 쓰면서 자신의 정확한 모습을 거울에 볼 수만 있다면 일상의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우리는 페르소나를 쓴다. 결국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하는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필요한 상황을 잘 가려서 자유자재로 페르소나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진정으로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다.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기인식을 명확히 하고 사람들의 성격기질에 맞게 맞춤형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진정한 소통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고 나와 다르면 배척하고 비난한다. 그런 방식으로 사는 삶은 다른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다. 따라서 진정한 소통해결자는 사람들의 성격기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개인 별 맞춤형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성격기질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을 알고 타인을 이해하는 삶. 관계에서 자유로워지고 고통 받지 않는 삶을 우리는 누구나 살 수 있다.

유 경 철

현재 소통과 공감 대표.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컨설턴트로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리더십과 소통강의를 하며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코오롱베니트 인재개발팀, 능률협회컨설팅(kmac), PSI컨설팅 등에서 근무했으며 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리더십을 전공중이다. 2015년 한국HRD명강사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완벽한 소통법”, “문제해결자”, “피터드러커의 인재경영 현실로 리트윗하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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