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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경철 소통과 공감 Nov 23. 2018

사람을 처음 마주할 때
대화를 트는 기술 "라포"

사람들과 처음 마주할 때 가장 중요한 “라포”

아래의 글은 품질경영 2018년 7월호 리더십 소통 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아래를 클릭하면 컬럼 PDF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라포(rapport)는 프랑스어로 수익‧이익‧관계‧보고서라는 의미지만, 오스트리아의 의학자인 프란츠 안톤 메스머와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피에르 자네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친화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로 처음 도입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신경분석 분야에서 신경분석가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 사용하면서 널리 확대되었다. 라포는 서로를 잘 아는 상대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마음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법이다. 그럼 다음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한 부부가 있다. 이미 오랜 시간 함께 살았기 때문에 대화가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오래된 부부에게는 흔히 감각적인 정서라는 게 있지 않은가? 라포를 형성한다는 것은 신체적인 오감을 통해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퇴근 후 함께 식사를 하는데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아 남편이 “직장에서 무슨 문제 있어? 표정이 좋지 않네….”라고 물었다. 아내는 “별 일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밥이나 먹어.”라고 답한다. 워낙 이런 식의 대화가 익숙하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날, 또 식사를 하는 아내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래서 “어제도 표정이 좋지 않더니 오늘도 그렇네. 말해 봐.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더니 아내는 “별 일 아니야…. 그냥 몸이 안좋은가 봐. 밥이나 먹자.”라고 답했다. 이틀째 좋지 않은 아내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있는 것 같았지만 본인이 말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아 그냥 또 넘어갔다. 드디어 사흘째 저녁식사를 하는데 아내의 표정이 또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묻지 않고, 식사를 마친 후 거실 소파에 아내를 앉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마사지를 해줬다. 어깨도 주무르고 다리도 주물러주고 등도 두들겨주면서 편안하게 해줬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아내가 말문을 연다. 

“사실은 말이야, 팀장이 좀 이상해. 원래 나하고 사이가 좋았는데, 요 며칠 동안 날 너무 힘들게 하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실수를 가지고 좀 심하게 질책을 하는가 하면 이미 지난 과거 업무 실수까지 들먹이면서 나를 평가절하하고… 하여간 좀 짜증나네.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렇다. 아내는 직장에서 힘들었던 것이다. 그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을 들어본 결과 상사가 화가 난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줬다. 


이것은 오감을 통한 신체적인 라포 형성이 이루어진 경우다. 라포는 ‘보고 느끼는 생리적인 것’을 기반으로 한다. 라포는 사람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에서 느껴지는 정보를 활용하여 상대방이 어떤 신체적인 상태인지를 파악해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맞춰주는 것이다. 


라포 형성시 필요한 것은?

라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과 적절한 반응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그렇기 하기 위해서는 오감을 통한 상대방의 상태를 잘 관찰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마주 앉아 대화를 할 때 계속해서 상대방을 관찰하게 된다. 그때 그 사람의 얼굴 표정, 몸 상태, 목소리 등 전반적인 상태를 오감을 통해 파악하여 그 사람의 상태와 나의 상태를 맞춰주면 정서적인 교감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라포는 상대방의 신체생리학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자세, 손과 발의 위치와 모습, 말할 때의 리듬과 톤, 호흡, 말하는 내용, 그때 느끼는 감정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런 상태를 파악한 후에 상대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반응을 보이면 상대방이 이해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라포가 형성되는 것이다. 


눈맞춤과 고개 끄덕임

라포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눈을 맞추는 것이다. 상대방의 눈을 보게 되면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성격기질과도 연관성이 있는데 외향적인 사람들은 눈을 보고 편안하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그 빈도가 낮다. 눈을 보고 있으면 왠지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성격기질과 상관없이 상대방과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눈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상대방의 눈을 마주하기가 정말 불편하다면 최대한 얼굴 방향으로 시선을 주어야 한다. 볼이나 입술, 이마 등 얼굴 방향으로 바라보면 된다. 시선을 얼굴 이외에 다른 곳에 두게 되면 ‘당신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군요’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래서 대화를 할 때는 최대한 상대방의 눈을 보며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리액션의 반응이다. ‘내가 당신의 말을 잘 듣고 있다’ ‘당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너무 자주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오히려 대화를 방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고개 끄덕임은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좋은 리액션이 된다.

거울을 보듯 함께 호흡하는 미러링

라포에서 미러링(mirroring) 스킬이 있다. 단어의 뜻 그대로 거울을 보듯이 상대방을 따라하는 것이다. 가끔 큰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볼 때가 있는데, 그때 다양한 얼굴 표정도 지어보고 몸동작을 해보면 거울 속의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미러링인데, 만약 타인이 마치 거울 속의 나처럼 똑같이 따라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물론 대화를 하는데 모든 것을 똑같이 따라하면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하는 행동을 비슷하게 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화 중 커피를 마시고 있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커피잔을 들고 마실 때 조금 후에 나도 커피잔을 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머리를 만졌다면 나도 조금 후에 머리를 만지고, 다리를 꼬고 이야기한다면 나도 따라서 다리를 꼬는 식이다. 이렇게 미러링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무의식이 열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친근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상대가 하는 모든 것을 마치 거울을 보듯이 따라한다는 것이 미러링이지만 우리는 모든 동작을 똑같이 따라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게 되면 상대방은 오히려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간단한 행동에 대해 미러링을 하거나 말의 내용에 대해 미러링을 한다면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주면서 대화의 몰입에 큰 도움이 된다. 

필자 역시 직접 미러링을 실험하면서 대단한 몰입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자신의 경력에 대한 코칭을 받으러 온 직장인과 처음 만나 어색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나는 미러링 연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지속적으로 그분이 이야기할 때 미러링 기법을 활용했다. 커피잔을 들면 나도 잠시 후에 커피를 마시고, 손을 책상 위에 올리면 나도 조금 후에 손을 올리고, 의자 뒤로 등을 기대면 나도 그렇게 하는 등 전혀 어색하지 않게 간헐적이면서도 의도적인 미러링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 분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모두 털어 놓았다. 경력관리에 대한 코칭을 받으러 왔지만 개인적인 회사에서의 어려움부터 가정에서의 힘든 상황까지 자신이 고민하는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첫 만남이었고 어색한 상황이었는데 라포에서의 미러링이 잘되어 대화가 순조롭게 이어졌다. 그때 미러링을 의도한 나는 이것이 실제 사람들에게 얼마나 친밀감을 제대로 주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미러링은 상대방의 모든 동작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하면서 적절하게, 간헐적으로 따라하되 어색하지 않게 따라하는 미러링은 라포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라포 형성을 위한 다양한 스킬들이 있다. 타인과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상태를 파악하고 내가 그에 맞춰주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정서적인 교감이 있을 때 라포는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 경 철

현재 소통과 공감 대표. 사람들의 변화와 성장을 돕는 컨설턴트로서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리더십과 소통강의를 하며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코오롱베니트 인재개발팀, 능률협회컨설팅(kmac), PSI컨설팅 등에서 근무했으며 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치고 aSSIST(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리더십을 전공중이다. 2015년 한국HRD명강사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완벽한 소통법”, “문제해결자”, “피터드러커의 인재경영 현실로 리트윗하다”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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