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공간이 있나요?

전국에 있는 일일 별장

by 여행하는나무

나는 전국에 별장을 갖고 있다.


남편과 나는 거의 매주 월화여행데이로 1박 2일 여행을 다니고 있다. 주말에 집중적으로 몰아서 일을 하는 남편의 휴식 겸 운동을 위해 전국에 있는 산과 바다를 간다. 2년 동안 100군데 이상 새로운 숙소에서 머물렀다. 어색하고 낯선 내음을 품고 있는 그곳은 늘 새로운 사람들이 드나든다. 우리는 일일 별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공간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면 먼저 공간 전체를 둘러보고 분위기를 느껴본다. 따스한 분위기를 주는 곳도 있고 세련된 느낌을 풍기는 곳도 있다. 어딘지 어색하고 거슬리는 것들이 보이는 곳도 있다. 다음에는 침구류 상태를 점검한다. 베개는 높은지 낮은지, 이불은 깨끗한지. 베개가 낮으면 일단 점수를 높게 준다. 휴양림이나 펜션 같은 경우에는 부엌을 꼼꼼히 살펴본다. 조리 기구나 그릇은 제대로 있는지, 밥솥,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은 하루치 식사를 하는데 불편하지 않는지 살피는 것은 나의 중요한 일이다. 옆지기는 여행 가이드 겸 운전을 담당하고 나는 먹거리 담당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취향에 맞추기보다는 그 공간에 나를 적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이를 맞이하는 그 공간도 우리를 탐색한다. 어떤 사연을 가지고 오늘 여기에 왔을까? 서로 잘 어우러지고 친해질 수 있을까? 서로의 탐색전을 마치고 나면 오늘 이 공간은 나의 두 번째 집이 된다. 그러면 마음부터 내려놓고 짐을 풀어놓는다.




별장 관리비는 한 주에 5만 원 정도 든다. 보통 한 달에 20만 원이면 일 년에 200만 원가량 쓰는 셈이다. 대부분 장소가 달라지는데, 같은 공간을 두 차례나 세 차례 가기도 한다. 사진으로 미리 확인할 수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방문하면 조금 차이가 있다. 어떤 곳은 생각보다 괜찮고, 어떤 곳은 이미지와는 달라서 실망할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별장들은 관리해 주는 분들의 세심한 손길 덕분에 깨끗하고 쾌적하다. 정당한 돈을 내고 빌리는 사용자이지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지역의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봐서 저녁과 아침식사를 한다. 집에서보다 훨씬 간단하게 준비해서 먹는다. 별 거 없어도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일상과 다른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주변에는 잠자리가 달라지면 잠을 못 자는 사람도 있고, 낯선 곳은 불편해하는 친구도 있다. 냄새와 소리에 무척 예민한 딸과 달리 나는 감각이 예민한 편이 아니다. 대체로 무던하고 까다롭지 않아서 낯선 공간이 조금 불편해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잠은 집에서 자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이 많아서 일찍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한번 잠들면 중간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잔다. 다음날 일정에 따라 일찍 움직이기도 하고, 늦게까지 여행자의 여유를 부리기도 한다.





그동안 다녀본 곳 중에서 어디가 좋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자연휴양림을 추천하곤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여 어느 정도 수준을 보장하고, 근처 산을 트래킹 하거나 등산하기에도 좋아서 전국에 있는 자연휴양림을 자주 이용했다. <숲나들e> 앱을 이용해 사전에 예약하는데,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월~화요일에 여행이라 원하는 때에 방을 구하기가 비교적 쉽다. 분위기 좋은 숲에 안겨서 자연을 누리며 고즈넉하게 하룻밤 보내기에 그만이다.


제주도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인데,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는 서귀포자연휴양림이다. 한라산 중턱에 자리하여 제주도 화산 지형과 다양한 수종, 특히 잎이 두툼한 초록의 난대림이 어우러져서 언제 봐도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숙소 앞은 탁 트인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고, 잘 가꿔진 산책로는 1시간 이상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오래된 숲에는 온갖 나무들이 제각기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귀에 익숙한 삼나무, 소나무, 편백나무도 많고, 굴거리나무, 사스레피나무, 서어나무, 비자나무, 윤노리나무 등 이름도 독특한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친절하게 이름표를 달아준 덕분에 반갑게 나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두툼한 줄기도 어루만진다. 마법처럼 나무와 친해지는 나만의 방법이다. 느긋하게 천천히 걸으며 맑은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마신다. 저절로 호흡이 고요하고 깊어진다. 덕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새롭게 충전된다.


서귀포자연휴양림


경치 좋은 곳에 별장이나 세컨드 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승합차를 캠핑카로 개조하여 전국을 돌아다니는 친구도 있고, 가까운 지인은 주말마다 강화도에 있는 별장으로 가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온다. 우리는 특정한 장소에 정착하기보다는 전국에 있는 일일 별장으로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매주 여행을 떠나고 낯선 장소에 친숙해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그것마저 즐거움이 되는 건 넉넉한 자연이 함께 하고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선한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일일 별장에서 새로운 힘과 에너지를 얻기에 다음 여행을 기대한다.

다음엔 어떤 별장이 기다리고 있을까?





공간은 나를 잘 말해주기도, 나를 집어삼켜 버리기도 해요. 또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싫어하는 공간이 있기도 하고, 또 그리운 이와의 공간이기도 해요. 처절한 순간과 절망의 순간에도 나는 분명 '어떠한 공간' 속에 있었고 그래서 그때의 분위기가 영원히 박제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거-현재-또는 미래의 공간일 수 있을 '나의 어떠한 장소'에 대해 생각합니다. 익숙한 공간, 낯선 공간, 왜 나는 특정한 '어떤 곳'에 대해 생각하는지, 또 그곳은 내게 어떠한 영감을 주고 어떠한 풍경을 선사하는지.

공간은 때론 사람을, 사물을, 그리고 나를 데려옵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머무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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