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사장이 된다는 것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by 부라톤

지금은 종영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서 느끼는 점 하나가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강점인 메뉴가 아니라 누구나 인정하는 메뉴를 누군가 저렇게 가려서 자신감 있게 가르쳐주고 제시해준다면 정말 좋겠다. 그렇지만 다 떠먹여 준다면 곧 흐트러지는 순간,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골목식당에 출연했지만 사람들의 뭇매를 맞으며 좌절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꿀 수 없는 자신의 모습입니다. 식당이나 장사를 하는 일은 인생을 밖으로 노출하는 일입니다. 프로그램으로 만나면 쉽게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고 비평하고 댓글로 욕하지만 인생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은 어렵고도 타협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누가 와서 바꾸라고 한다고 바꿔진다면 인생이 아니겠죠. 누가 뭐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소비자가 돈을 지불하고 먹는 제품을 만드는 데는 상대편의 패러다임도 품어야 한다는 사실은 언제나 머릿속에 있어야 합니다.


판매에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메뉴와 고객들이 인정하고 찾아오는 메뉴는 정말 다릅니다.

그 두 개를 일치시키는 작업이 입지선정이며 식당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든 식당을 준비하는 분들께 입지 선정은 가장 어렵고도 힘든 과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흔하게 생각하는 입지 선정은 장소 선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이 둘을 구별해야 권리금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상권의 몰락과 함께 무너지는 경험을 하지 않습니다. 선택한 장소에서 제시하는 메뉴를 찾아오는 고객과 일치시키는 작업이 입지선정입니다.


쉽게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식당을 찾아오게 만들면 그게 입지의 전부라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식당 창업의 전부입니다. 그 일치 작업을 위해서 재료 선택과 작업동선과 조리도구,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배달만 할 것인가?”

“홀을 함께 운영할 것인가?”

“예약제로 할 것인가?”


선택지도 많아집니다. 배달업을 생각하신다면 한번 쭉 서비스를 둘러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시장도 이미 포화시장입니다. 배달비 할인, 서비스로 제 살 깎아먹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시장에서 얻는 혜택은 상위 1%의 독점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입니다. 배달업의 폐해는 식당에게 매우 큽니다. 올망졸망한 작고 깊은 브랜드를 만들 기회를 얻기도 전에 휩쓸고 지나가버리는 현실의 벽이 높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이 다하는 서비스를 혼자서만 안 하면 버틸 시간도 얻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손님의 필요와 메뉴가 일치가 되어도 재미있게 판매가 이루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1-2년, 짧으면 3-6개월이다. 이른바 오픈 효과입니다. 고객들은 곧 다른 것들을 원하기 시작하고 마음을 흔들어대기 시작합니다. 흔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옵니다. 단골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골은 누구보다 우리의 강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순한 메뉴로 승부하는 과정은 고됩니다.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고 업종 변경하고 인테리어 새로 하면 손님이 다시 올 것 같은 마음에 괴롭습니다. 그 작업을 생략하고자 프랜차이즈를 선택해보지만 정작 메뉴는 본인의 강점과 일치되지 않으면, 본사에서 성공을 자신한 맛을 구현할 수가 없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치킨도 지점에 따라 질과 양, 맛이 완전히 다른 이유는 다 만드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본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들이 돌아가면 이때부터 진짜 피 말리는 사투가 벌어집니다. 이벤트도 해야 하고 쉬는 날도 없고 할인율은 본사에서 지정해주고 쉴 틈이 없고 들어오는 돈도 별로 없습니다. 식당은 결국 수많은 경험의 총합으로 뽑아낸

대표 메뉴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IT 스타트업도 아이디어와 기술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어떤 방향으로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경험의 총합으로 매출을 올리듯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경험으로 얻는 기쁨을 맞이하기 위해 고객들은 우리들의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돈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조금씩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느낌이 올 때쯤 가게의 인테리어와 도구들이 나랑 맞지 않는 옷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초창기에 멋있는 가게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올인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식당 창업을 결심했다면 계속해서 메뉴를 만들어서 주기적으로 반응이 좋은 메뉴와 소외 메뉴를 찾아내어 솎아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공든 메뉴들을 없애는 일은 매우 힘듭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메뉴를 추가만 해서는 효율성도 떨어지고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좋지 않은 결과가 생깁니다.


메뉴를 계속 만드는 일은 힘들지만 무엇보다 재료비가 생각보다 매우 많이 소모됩니다.

요리가 재미있어야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계속 실패하기 때문이다. 통하는 메뉴가 만들어지면 경쟁업체가 같은 메뉴를 가지고 치고 들어온다. 경쟁업체가 생기면 1년 넘게 매출은 눈에 띌 정도로 떨어집니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반복되는 과정 가운데 변함없이 강점을 드러내는 메뉴가 탄생합니다. 그 시간을 버텨야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이 발굴 현장에서 나올 듯 안 나오는 유물들을 찾아 헤매듯, 숨 막히는 매달 결제일을 극복하며, 고객들의 마음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식당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5년이 넘게 버티다 보면 몸이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몸만 아파트면 버틸 법도 한데, 마음의 병을 얻는 일도 많습니다. 유명한 셰프들도 일정기간 가게 문을 닫거나 6개월간 휴식기간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장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흥분했지만 그 무게에 짓눌려 포기하고 도전을 멈추는 일은 흔합니다.

결론은 하지 말라는 것인가요? 제 대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당신이 고객이 되어 당신의 가게에 가서 돈을 쓸 만한 이유가 없다면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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