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배달의 시대에 철학 담아내기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by 부라톤

나만의 철학을 녹여내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인생은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그 치열함을 녹여낼 시간입니다. 요식업의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서운 일은 변화를 인식하지도 못한 채

실패를 맛본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임에도 여전히 요식업 시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배달과 밀키트 시장은 상상 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동시에 오프라인의 가게들은 빠르게 뒤쳐지고 있습니다. 매년 흥행하는 메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고객들의 접근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임에도 여전히 고객들은 새로운 맛과 경험을 원합니다. 온라인 매출로 인한 유통업계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요식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코로나로 매장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자 각각 운영하던 2개의 매장을 유연하게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동시에 배달도 감당할 가게의 모습도 갖춰야 했습니다. 2개의 매장은 각각 개성이 강한 가게여서 손님 연령대와 성별이 많이 달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와 브런치를 판매하는 카페와 스테이크하우스를 통합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같은 서양 계열의 음식임에도 고객들이 원하는 동선과 메뉴가 이어지지 않자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가구 배치, 인테리어, 주문받는 시스템과 직원 배치를 배달 중심의 스테이크 가게와 브런치와 버거, 스테이크를 동시에 판매하는 가게로 분리했습니다. 기존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기도 했고, 지금도 바뀐 분위기에 적응이 힘든 부분들도 있다. 스테이크하우스의 주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비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예약 고객과 플랫폼의 오더 시스템, 원두 및 스테이크 원육& 수비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트 겸 휴식공간으로 변화시킬 예정인데 코로나로 언제 가능할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스테이크를 찾는 고객에게는 카페의 디저트까지 맛볼 수 있도록 디저트 라인도 강화하였고, 브런치로 고기를 찾는 손님에게도 스테이크를 오전에 주문 가능하게 바꿨습니다. 아침부터 스테이크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은 계속 나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를 찾는 여정이기 때문에 계속 시도해야 합니다. 카페와 통합은 배달 손님에게 오전에 주문 시 콜드 브루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브런치로 스테이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매출의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시대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서 변화는 필수입니다. 변화는 고통으로 시작합니다.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데 변화를 모색할 사람은 없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면 생각할 수도 없었던 분야가 개척되고 그 분야가 새로운 매출로 자리 잡게 됩니다. 놀라울 정도로 사람들은 온라인 구매를 선호합니다. 한우 1++스테이크와 토마호크와 같은 상품들은 매장에서도 손님들이 높은 가격으로 선택을 주저하는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가장 고가의 상품들이 온라인 배달에서 매출이 가장 높다면 믿을 수 있으신가요?


한 번 주문에 30만 원을 넘나드는 주문이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에 꾸준히 들어옵니다. 한우 1++스테이크가 처음 배달 주문이 들어왔을 때,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만 원이 넘는 스테이크 1인분 가격을 홍보 정도나 하려고 올려놓았는데 계속 팔려나갑니다. 미국산 스테이크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첫 주문이 들어오고 리뷰에 인생 스테이크 집이라는 고객의 반응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런데 한우 1++ 배달이라니!! 주문을 받고 나서도 많은 걱정을 했지만 별점 5개가 달리고 그 리뷰는 한우 마니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한우 안심 스테이크는 매장의 가장 중요한 메뉴가 되었습니다. 외진 곳의 작은 매장이기 때문에 오픈 효과도 트위터로 잠깐 맛본 후 코로나가 터져서 소강상태였던 매장은 배달 전문 스테이크 하우스로 변신하게 되었습니다. 한우 안심에 이어서 텍사스식 바비큐도 부위별로 하나둘씩 선보였는데 반응이 역시 뜨겁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이 오면 변화해야 합니다. 반응을 이끌어내는 일이 어렵지만 반응이 시작되면 함께 발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고객과 발을 맞추며 대응한다는 말이 요식업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우리 가게에 기대하는 맛과

매스컴에서 접한 핫한 메뉴들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럴싸하게 만들어도 기존의 메뉴와 어우러지지 않으면 고객들은 찾지 않습니다. 동시에 설마설마하는 메뉴들이 팔려나가 가게를 살리는 효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설마 이게 팔리겠어?”


한우 1++ 안심 스테이크를 배달로 올린 날 제가 혼자 중얼거린 말입니다.


제 예상과 다르게 바로 팔렸습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입니다. 가장 해보고 싶은 꿈의 메뉴를 메뉴판에 올리세요. 처음 스테이크를 가게에서 팔기 시작했을 때, 환불해 준 적도 있습니다.


“맛있는데, 질겨요.”

“스테이크를 배달로도 판다고요?”

“이렇게 비싼 걸 배달로 사람들이 주문을 한다고요? 누가요?”


단골고객들의 반응입니다.

가장 저렴한 제품부터 개별 단가가 10만 원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한 라인의 스테이크 메뉴를 감당할 주방이 필요했고 다시 한번 주방을 손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에 돈을 많이 들여서 인테리어를 완성해버렸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손님들은 연기와 냄새에 매우 민감합니다. 또한 배달 중심이 되면 어수선한 분위기와 라이더들의 알람 소리가 계속 울리기 때문에 매우 싫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과 예약 손님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일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가게의 시스템을 계속해서 정비하며 온라인 배달 주문을 담당하는 주방과 매장의 주문을 담당하는 주방을 분리시키고 온라인에 특화된 메뉴를 수시로 개발해서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만약에 혼란을 감수하지 않고 멈췄더라면 아마도 코로나가 장기화되었을 때 심각한 타격으로 폐업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변화와 혼란이 생존을 위한 밑거름이 된 셈입니다.


같은 메뉴라도 매장에서의 구성과 온라인의 구성이 달라야 하는 이유는 배달시간 때문입니다. 스테이크의 부드러움와 굽기 상태에 따라서 고객의 반응이 리뷰로 바로 언급되기 때문에

조리 후 배달시간까지 고려해서 조리법을 개선하고 신중하게 조리해야 합니다. 고객은 당신과 음식과 분위기를 누리기 위해 차를 타고, 검색을 해서 찾아옵니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은 고객이 우리 가게까지 오는 노력을 깨뜨립니다. 배달원과의 마찰은 기본이고, 어수선한 가게의 모습이 그대로 손님에게 노출되는 일은 난감한 일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은 배달시간과 정확도에 사활을 걸기 때문에 조리시간도 자신들의 뜻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합니다. 초반과 다르게 일정 가게들을 확보했고, 이탈하는 가게보다 입점 가게가 더 많기 때문에 그들이 갑이 된 지 오래입니다. 한번 배달을 시작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져도 그만두기 힘듭니다. 당장의 매출에 굶주린 자영업의 현실에 처해 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로 겨우 매출이 채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업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배달을 유지합니다.


업주들은 당장의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배달 할인을 적용하게 되고 그 결과 비용이 상승하게 되고, 배달 할인이 없으면 고객은 주문하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저는 일정액 이상으로는 절대 배달 팁 할인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느 플랫폼은 최소 주문 4만 원으로 못 박아버려서 휘둘리지 않게 했습니다. 쓴 경험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연말까지 플랫폼에서 배달 팁 할인 비용을 대준다고 기본 할인을 적용하라고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가게들은 참여했고, 플랫폼은 바로 그 가게들을 바탕으로 홍보를 시작했습니다. 배달 콜이 줄어든 일은 당연한 일입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 때는 차라리 새로운 타인들이 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매장을 찾는 손님에게 더 집중해야 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시대에 나의 가게를 산으로 이끄는 보이지 않는 사공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플랫폼들은 잘 사용하면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가게가 산으로 가게 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흔들리리 말고 멈추지 않는 결제의 압박 가운데서도 내가 중심을 가지고 밀고 나가며 고객들을 유치하며 계좌관리를 온전히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는지 항상 고민하며 휘둘리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을 했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철학을 매 순간 심고, 흔들리지 말고,

파도를 맞아야 합니다.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보이지 않게 우리를 흔들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시장을 바라보고 자신의 강점을 찾으려는 시도와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변하지 않는 지난날의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면 좌절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전 04화4. 사장이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