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가 브랜드다.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by 부라톤

작은 가게를 열어서 영업을 시작하는 순간 식당 자체가 브랜드로 나아가야 합니다. 동네 상권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드는 여정에 동참했습니다. 브랜드로 나아가는 일은 작은 가게라고 해서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객들이 인식한 가치를 제공하는 곳으로 자리 잡는 순간 브랜드가 됩니다. 마치 한 사람이 성장해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는 과정처럼 브랜드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고유성입니다. 같은 카페의 카테고리에 속했다고 하더라도 제공하는 음료와 분위기가 하나의 경험으로 고객을 찾아가는 과정이 다릅니다. 식당도 동일합니다. 팔아야겠다가 아닌 무엇을 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공간과 더불어 함께 이어집니다. 음악 선곡, 매장의 동선, 인테리어 접근 등 업주의 손길에 닿는 구석구석에서 가치가 드러납니다.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 해지는 거대기업만이 브랜드가 아닙니다. 동네의 작은 카페, 식당임에도 브랜드입니다. 고객들은 브랜드를 소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작은 가게들도 브랜드로 인식하려고 합니다. 자신들의 소중한 돈을 쓰는 이유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카페를 열었을 때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의 음악들 틀었습니다. 그중에서도 STAN GETZ와 BILL EVANS의 음악을 자주 틉니다.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거장들의 음악을 틀 때 가장 멋진 음색을 뿜어내는 덴마크의 다인오디오를 구입했습니다. 색소폰과 피아노 재즈의 선율에 맞춰 제공하는 다크 스모키 한 커피와 묵직한 디저트, 브런치의 조합을 제가 가장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묵직한 재즈와 발랄한 재즈, 팝 음악 선곡에 따라 어울리는 조명과 음식 종류도 다릅니다. 재즈를 설렁탕과 조합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겠지만 실제로 설렁탕을 재즈음악을 들으며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음악을 선곡할 때부터 멜론 같은 곳에서 임의대로 여러 곡 모음집을 틀어놓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곡을 선정한다면 어떨까요? 음식을 전혀 만들지 못해 커피만 판매할 때, 고객들은 재즈음악을 멋진 음색으로 즐기기 위해서 가게를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을 판매한 것이죠. 그리고 책장을 만들어 재즈 책, 미술책, 만화책을 고객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두었습니다. 만화책을 보려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꼭 차는 바람에 카페인지 만화방인지 헷갈린 적도 많습니다. 맛에 자신이 없으니 일단 그렇게 시작했고 점점 고객들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 스탄 게츠, 빌 에반스, 나윤선 등의 앨범을 찾아서 가게에 한 번이라도 틀어보세요.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 음식을 고객들이 즐기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남이 만들어놓은 툴을 사용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특한 나만의 공간을 드러내는 일을 두려워합니다. 오히려 독특함이 사라지고 나면 브랜드의 가치가 아닌 어정쩡한 공간만 남고 맙니다. 저는 술이 남기고 간 자리의 느낌을 싫어하기 때문에 스테이크 집에서 와인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6개월 넘게 손님들과 줄다리기가 벌어졌습니다.


“스테이크 집에서 와인을 안 파는 게 말이 되냐?”

“정드시고 싶으시면 가지고 오셔서 드세요. 팔지는 않습니다.”


가지고 오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 술이 없다고 하면 발길을 돌립니다. 많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냥 제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배달용 스테이크 키트를 만드는데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술과 어울리는 한 끼가 아닌 식사로서 한 끼를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배달 스테이크 맛집으로 소문이 났고 매장엔 술을 드시지 않는 가족단위의 고객들이 예약 위주로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술 없는 식당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저는 술이 너무 싫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제공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좋아하지도 않는 제품을 어떻게 손님께 권할 수 있을까요?


식당을 시작하면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는 각각 다르기 때문에 타협하면 메뉴가 점점 늘어나면서 산으로 갑니다. 저도 제가 정말 사랑하는 메뉴들을 포기해야 할 때 가슴이 아픕니다. 가끔 아직도 팔지 않는 메뉴를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참 답답합니다. 애써 찾아오신 손님들을 돌려보내는 마음이 좋을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전진하기 위해서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쓸데없는 고집은 포기하되, 결코 나의 정체성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정체성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누가 우리 가게를 브랜드로 기억하냐고요? “아들아 스테이크 먹으러 거기 가자!!” 이게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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