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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의 3요소

by 부라톤

내가 생각에 가장 어려운 요리는 파스타다.

빠른 시간 안에 면과 소스를 각각 만들어

하나로 합쳐야 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


마치 포슬포슬 흰쌀밥이

만랩의 어머니의 영역인 것처럼.


잡힐 듯 안 잡힌다.


1. 면


면이 최적의 상태로 익어 씹는 맛과 소스의 풍미를

조화롭게 드러내도록 하는 작업은 파스타의 핵심.

라면도 탱글탱글 씹히는 면발의 감촉이 전부인데

하물며 파스타는 어떻겠는가?


면을 뭉개지지 않도록 하는 작업은 단연코

파스타를 파스타답게 하는 핵심이다.


알덴테.


면을 두꺼운 숟가락에 얹어 포크로 빙빙 돌려

말아 입 속에 넣는 순간의 촉감을 위해

파스타는 존재한다.


불 위에서 소스와 펜과 면을 하나로 만드는 노하우가 촉감을 결정한다.


촉감이 실패하면 그대로 남아있는 접시 위의

면이 나를 절망케 한다.


2. 육수(와인)


파스타의 소스 맛의 결정은 육수(와인)가 결정한다.

신선하고 적절한 열의 배합으로 재료들이 펜 위에 준비되었다. 이를 하나로 모아 감칠맛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전적으로 육수(와인)에 달려있다.


육수라면 소고기 육수 야채 육수

닭 육수 해물육수로,

와인이라면 레드 화이트 와인으로 나뉘고

본인이 구현하고 싶은 맛이 있다면

품종으로 선택하면 된다.


사골국의 진한 풍미를 담아내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개인적으로는 육수 사용법에 대해서 계속 원하는 맛을 내는 방법을 실패하다가 소비뇽 블랑을 사용한 남미 쪽 화이트 와인을 통해 맛을 찾아낸 후

같은 와인만 사용하는데, 나만의 맛을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이 맛이 손님들이 수긍하는 맛이 되는 일은 또 다른 일이다.


3. 소금과 후추 그리고 파르마지아노


오일 파스타가 어려운 이유는 소금 후추의 배합과 면의 조합을 일치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완벽한 비율의 리본 만들기가 힘들듯이

될 듯하면서 안된다.


소금과 후추 육수의 배합을 마지막에 완성시켜주는 일은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가 맡는다.

파르마지아노는 고추장, 된장의 역할이다.

비싸다. 없으면 맛이 겉돈다.

아... 너무 어렵다.



잘 익은 풍미 가득한 김치를 만나 흰쌀밥에 얹어

호오 호오 불어가며 한 끼를 정신없이 먹고 싶다.

조건이 있다.


잘 익은 맛난 김치와 포슬포슬한

촉감 가득한 흰쌀밥.


같은 조합이라도 쉰 김치와 24시간 지난

잡곡밥이라면 아무리 배고파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고 만다.


파스타는 마치 김치와 흰쌀밥을 하나로 합친듯하다.

3가지 요소라지만 파스타의 전부다.


오늘도 또 도전하고 좌절하겠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김치와 흰쌀밥을 포기할 수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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