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삶의 동료
김치찌개와 떡볶이를 사랑하는 나에게
나이프와 포크보다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친하다.
먹는 일과 만드는 일은 너무 다르다.
퇴근하며 일주일에 두 번은 꼭 떡볶이와
오징어튀김을 사 가서 먹는다.
그 순간이 꿀맛 인생!!
맛있는 떡볶이집을 찾기 힘든 것처럼
정말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맛있는 순간은 짧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희열과 감격의 시간이다.
엔드게임의 전투신을 보며
"이제 끝나는 건가? 안 끝나면 안 되나?"
내 마음은 아쉬움에 조마조마했다.
재미있는 영화가 벌써 끝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한 마음으로 시간이 느리게 가길 바라듯,
맛있는 음식은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그릇이
비워지지 않길 바란다.
난 제일 맛있는 부위는 마지막까지 남겨놓고
먹는 일이 익숙하다.
익숙한 두려움.
누군가 내가 남겨둔 이 부분을 낚아채지는 않을까?
여전히 그 두려운 즐거움을 즐긴다.
포크와 나이프 혹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고서.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과 젓가락은
음식을 비우는 나의 든든하지만 잊힌 동료다.
인도에서 경험한
카레를 요구르트와 비벼 손가락으로
입안으로 넣을 때의 그 낯선 촉감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벌거벗겨진 손가락 사이로
넘어와 나의 배고픔을 달래는 그 순간
포크가 그리웠다. 숟가락이 그리웠다.
그리움을 느낀 바로 그 순간
알싸한 떡볶이와 오징어튀김을 버무려 먹던
분식집의 자욱한 어묵 수증기의
향기가 나를 휘감는다.
그리움이 한번 시작되자 걷잡을 수 없다.
한 달 가까이 손가락으로 먹는 일에 거부감을
못 느꼈는데, 한순간 찾아온 그리움이 여행을
가로막았다.
내가 낯선 땅에 서있다는 사실이 깊숙한
외로움이 되어 박혔다.
처음으로 타국에서 내뱉은 깊은 탄식,
"집에 가고 싶다."
음식을 비움에 있어 포크와 나이프
그들은 잊을 수 없는 존재다.
동료이자 익숙한 곳에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이정표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지만
우리 손에 포크와 나이프가 없다면
그 감동이 바로 눈 앞에 있어도
맛볼 수 없다. 느낄 수 없다.
가장 맛있는 부위를 남겨놓고
테이블을 떠날 수 없듯이,
포크와 나이프가 없는 식사는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
나는 포크와 나이프를 집음으로,
때론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에 쥐고
인간임을 자각하며 맛을 누릴 준비를 한다.
맛을 누리고자 식탁에 들어선
나를 맞아주는 포크와 나이프.
너와 함께 오늘도 삶을 누리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젠 너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