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된 내 일그러진 모습들
"응애응애"
"으앙 으앙"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
바로 옆에서 방금 잠든 아이가 귀에 대고
울기 시작한다.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신호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소리를 못 들었다.
잠잘 때, 난 유독 예민해진다
잠귀가 얕아서인지,
혼자일 때 누군가 밤에 깨우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든다.
꿈에서 일어난 일인 줄 알지만 깨 보면
마음 상한 사람들이 생기곤 했다.
많이 피곤하면 마치 잠꼬대처럼 그런 행동을 한다.
새벽까지 잠들지 않아 애먹으며 겨우 재우고
3시가 넘어 잠이 겨우 들었다.
평소 같으면 작은 응애 소리에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었을 텐데, 아기의 울음소리를 놓쳤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지고 난 놀라서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
아이는 자지러져 운다.
그 순간부터 나에게 다가오지 않고,
내가 안으려 하면 자지라 지며 울기 시작한다.
작은 나쁜 습관 하나도 작은 생명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진작에 고쳤어야 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나쁜 습관이 많다는 사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분노를 다스려야 했고, 목소리 크기를 낮춰야 했다.
사랑을 표현하고, 아내가 아이를 돌보면 설거지와 청소를 맡아서 해야 했다.
누군가가 이해하고 넘어간 나의 나쁜 습관들,
내가 할 일을 대신해주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이 조금씩 내 마음을 민망하게, 창피하게 했다.
나는 철부지에 망나니였다.
아기가 옆에 있음으로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다스려야 할 잘못된 성품들이 나에게
이토록 많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기는 마음의 거울이 되어 나를 비춘다.
그 거울에 나의 일그러진 성품들이 하나둘 드러나면
비로소 나는 한 단계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다.
성장하고 싶다.
아이에게 인정받고 싶다.
아빠가 되고 싶다.
사랑받는 아빠가 되고 싶다.
인생은 성공이 아닌 성장하는 여정임을,
성장은 함께 즐거워하는 눈 맞춤에서 시작함을
아기는 가르쳐준다.
함께하는 일이 소중하고 즐겁다는 사실이
아기를 가슴에 꼭 안으니 실감 난다.
이토록 두근거리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심장 고동소리를 느낄 줄이야...
일그러진 성품을 아기는 작은 손길로
어루만져 나를 아빠로 만든다.
낳아서 아빠가 되는 게 아니라 길러서 아빠가 된다.
이틀째 아빠인 나는 또 성장했다.
삼일째 아빠인 나는 또 엉망일까?
내일 또 만날 아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