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성장하는 아빠
응애응애
어푸어푸
음냐음냐
새근새근
옹알옹알
쿨쿨
냠냠
메롱
뿡
어쩌면 이 단어들이 아기들의 몸짓의
기록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감탄한다.
아기를 만나 함께 지내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몸짓을 표현한 아름다움을 언어에 담아낸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생명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지 떠올리자
내 마음이 분홍빛 풍선처럼 벅차오른다.
역시 역사는 사랑으로 이어져온 발자취다.
엄마, 아빠가 되는 법을 배운 사람들의 역사.
어쩌면 세종대왕은 첫 감격의 아이를 만나
자신만의 언어로 그 아이의 몸짓을 담아 선물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한글을 창제하기로 마음먹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그랬음이 분명하다.
기저귀를 갈다가 아기가 뿌웅방귀를 뿜어내는 순간,
새벽에 겨우 잠들어 아기가 작은 숨을 내쉬는 순간,
아빠의 눈을 바라보며 뭐라고 말하고 싶어
자신만의 언어로 옹알대는 아이의 작은 입술을 보며
처음으로 이상한 마음의 몸부림을 느꼈다.
아기의 몸짓과 소리를 기록하고
아기와 나만의 단어로 만들어 함께 나누고
선물해주고 싶은 열망.
언어의 아름다움과 사랑에 전율했다.
한글의 섬세한 표현에 가슴이 부르르 떨렸다.
"이것을 기록할 수 있다니,
글자 하나하나가 이토록 예쁠 수 있다니,
이것이 아름다움이구나."
아이를 포대기에 안고 처음 나간 외출
꽁꽁 싸맨 아기를 꼭 안고 광장으로 나갔다.
광화문 광장에 앉아있는 그분에게 처음으로
인사했다.
감사했다.
"당신은 아빠의 마음으로 아이에게, 백성에게
그 아름다움을 선물한 거였네요.
포기할 수 없었겠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아기가 내 품에 안겨 담아낸 사랑이
당연하게 여기던 내 삶에 감사의 마음을 피워낸다.
이 마음을 타국의 언어로 담아낼 수없어
그는 온 힘을 다해 정치생명을 걸고
한글을 만든 것이리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하는 도구가 언어고,
언어의 소통이 대화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으리라.
세종대왕은 그렇게 아이의 아빠가 됐고,
백성의 아빠가 됐다.
아빠가 되고 나니 그 마음의 간절함이 와 닿는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맑고 고요한 삶의 진리와 아름다움을
말로 전하라는 울림이다..
내 소리 지르는 잠버릇에 놀라
마음을 닫았던 아이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온 맘을 다해 눈을 바라보며
가슴의 울림을 담아 속삭였다.
"정말 미안해, 아빠가 고칠게."
이렇게 아빠가 된다.
아빠는 마음을 담아 건네는 말을 배우는 사람이다.
아빠는 아름다움에 감격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습관을 기르는 사람이다.
아빠는 사랑과 돌봄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다.
"아빠"라는 단어도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가!!
오늘도 난 아빠가 되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