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한국인’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한국 시스템이 익숙하고 언어도 잘 통하니 맞겠다"라고 맞장구쳤다. 다만 우리는 ‘돈 많은’ 한국인이 아닐 뿐이다. 우리나라 부자의 기준으로 금융 자산을
10억 이상 보유해야 한다고 한다(부동산은 제외) 로또가 되지 않는 한 우리 부부가 평생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돈 없는 사람’이 한국에서 살기 힘든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리나라가 비교와 평가 공화국인 이유가 제일 클 것이다. 외국에 나가면 잠시나마 비교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해방감을 느낀다. 한국에서는 체격에 대한 평가나(마르면 말랐다고, 뚱뚱하면 뚱뚱하다고) 옷차림 지적에서(색상, 실루엣, 노출 정도, 패션감각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세세한 지적이 많다) 벗어날 수 없다. 학생 때는 얼평을, 성인이 되어서도 회사에서 여직원(또는 남직원) 중에 00이 젤 예쁘다(잘 생겼다), OO, OO, OO가 외모 탑 쓰리라는 외모평가를 흔히 듣게 된다.
비교와 평가는 어릴 때부터 시작해 노인이 되어서까지 계속된다. 취학 전에는 인기 있는 어린이집, 영어유치원, 체육학원에 자녀를 보내는 것을 자랑하고, 초중고 때는 시험 등수를 비교한다. 취업을 하면 연봉에 대한 비교가, 결혼을 하면 상대 배우자에 대한 조건을, 자녀를 낳게 되면 다시 성적을 비교하는 당사자가 된다. 노인이 되어서는 자녀의 효도(주로 용돈, 선물, 해외여행)에 대한 자랑 배틀이 이어진다.
비교와 평가의 가장 나쁜 점은 불안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내 위치가 평균보다 떨어질까 봐 조급해진다. 경제력, 성적, 취업 등 모든 분야에서 자기 앞만 보고 불안해진다. 이쯤 되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건지 나를 위해 사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연봉에 맞는 차량 계급도, 지갑 브랜드 계급도, 가방 브랜드 계급도 같은 이미지가 온라인에 공유된다. 내가 쓸 제품인데 본인이 결정해서 구입하면 되는 것 아닐까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글이 OOO 한 상황인데 제가 너무 예민한가요? 친구와 OO 일이 있었는데 손절해도 될까요? 어쩌다 우리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관계를 끝내는 것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묻게 된 것일까?
우리나라에 교회와 점집이 유난히 많은 것도,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각자도생 사회에서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한 발버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