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유의 집이 없다는 것만으로 막연한 불안을 느낀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집값 폭등을 경험했으므로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지역의) 집값이 하락 후 현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또다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지 못할 정도로 오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집을 지금 당장 살 것도 아니면서 관심 있는 아파트의 매물가를 매일 들여다보는 의미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이 30대로(26.7%) 늘 1위를 차지해 온 40대(25.6%)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집을 제일 많이 구입하는 나이대가 30대라는데 40대인 내가 집이 없는 것이 어쩐지 뒤처진 것 같아 조바심이 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한 통계에 불과할 뿐이고 각 개인의 재정적 상황과 목표로 하는 아파트의 금액이 다 다를뿐더러 집 사는 것이 선착순으로 경쟁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괜히 괴롭히고 있다.
뭉크 님이 나설 때다. 뭉크는 뭉크집이 따로 있지만 집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테이블 아래, 문 앞 같은 곳이 더 편한가 보다. 테이블 다리 밑에 엎드려 있거나 문에 기댄 채 기괴한 자세로 누워있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기분이 제일 좋을 때는 아얘 집 밖으로 나갈 때다. 어제와 같은 곳을 산책해도 밖으로 나오자마자 줄을 당기며 ‘재밌어’ ‘신나’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꼬리는 둥글게 말리고 여기저기를 킁킁거리고(1보1킁) 새소리에 귀가 쫑긋쫑긋하고, 지나가는 고양이, 사람을 보면 관심을 보인다.
웃을 일은 항상 있어요
근엄한 상(리걸(regal) 뭉크라 칭한다)을 어쩌다 보여줄 때도 있지만 항상 웃상이다. 기분이 좋으면 꼬리콥터가 작동하고 주변에 있는 아무거나(주로 실내화나 옷 따위를) 입에 물고 온다. 6월부터 계속된 지겨운 장마에 남편과 나는 비 오는 게 싫다고 비가 그만 좀 오면 좋겠다고 툴툴대지만 뭉크는 장대비에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더위는 싫어하지만(시베리아 출신 뭉크에겐 생존문제) 눈, 비 모두 산책욕구를 꺾지 못한다.
뭉크는 사람처럼 우리를 혼란하게 하지 않는다. A라고 했다가 B라고 하는 경우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과는 달리 누가 봐도 명확하다. 산책, 간식, 고기, 장난감, 강아지를 좋아하고 옷 입는 것, 더위, 목욕을 싫어한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를 살지 못하는 나에게 뭉크는 지금 여기 현재에 살라고 가르침을 주는 것만 같다.
아싸 부모를 인싸로 만들어 줘요
우리 부부는 둘 다 아싸이다. 사람들과 있을 때면 기가 빨려서, 집에서 조용히 쉬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다. 소수의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마음 편하게 같이 있기가 힘들다. 이런 우리도 뭉크 덕분에 산책하는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는 “크다”(주로 어린이들이), “멋있다” “잘 생겼다”이다. 다른 강아지를 보면 같이 놀고 싶어 해 강아지 정모처럼 모이게 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며칠 전에는 손주와 산책 중이던 할머니를 만났는데 말씀을 재밌게 하시는 분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이름을 물어보셔서 뭉크라고 하니 “뭉크 그림 잘 그리니?” (마킹 후 킁킁 냄새를 맡는 것을 보고) “수컷이구나. 네가 싸놓고 냄새 맡니?” (풀을 뜯는 걸 보고) “개가 풀을 뜯네” 만져도 되냐고 하셔서 만져도 된다고 하자 (털을 만지며) “만 질만 하다”라고 하셨다. 기분 좋은 관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