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을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견종이 몰티즈, 푸들,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견이 대부분인 것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이다.
신체적
산책할 때 모든 사람이 개를 무서워한다는 마음가짐을 디폴트로 한다.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이 놈은 지나가는 개를 보는 족족 다가가려 하는데 못 가게 줄을 꼭 당기다 보면 손목과 손가락 마디 전체가 너무 아프다. 30kg에 육박하는 무게 때문에 번쩍 안아서 들어버릴 수도 없다.
금전적
대형견은 많이 먹고, 많이 싸고, 약 구입비와 병원 진료비(체중에 따라 늘어나므로)도 비싸기 때문에 소형견 키우는 것보다 금전적 부담이 더 큰 편이다. 거기에다 살림살이를 파괴하는 스케일도 엄청나다. 기억나는 것만 해도 소파, 침대, 벽지, 라텍스 매트리스, 거기에 수많은 이불, 옷, 신발, 장난감 등을 파괴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파괴력 정점인 이갈이 시기를 지나면 파괴 강도와 빈도 모두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동투입 측면
시기에 맞춰서 예방접종을 하고, 심장사상충약을 먹이고, 기생충 약을 바르고, 목욕을 시키고,적어도 하루에 3번 이상 산책을 하고 있다. 때때로 빗질을 하면서 진드기가 있지는 않은지 꼼꼼히 살펴본다. 그나마 뭉크는 흰털이라 검은색 진드기가 눈에 잘 띄어 찾기는 수월한 편이다. 털이 엄청 빠져서 집 청소도 자주 해야 하고 털이 옷에도 묻고 음식에도 들어갈 때도 있다. 물론 키우면서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뭉크와 같이 살면서 얻는 기쁨이 크고, 게으른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어주므로 뭉크를 키운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추가적인 제약
회사 가는 것 말고는 되도록 뭉크가 집에 혼자 오래 있지 않도록 노력한다. 외출해도 밥 먹고 커피 마시는 정도만 하고 되도록 빨리 집으로 돌아간다. 놀러 갈 때도 강아지 출입 가능한 곳으로 제한을 받는다. 특히 애견동반이라고 하더라도 체중에 제한을 두는 곳이 많아, 뭉크의 경우 선택의 폭이 더욱 줄어든다. 장기간 여행도 자제하고, 꼭 가야 하는 경우에는 뭉크를 돌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간다.
뭉크에게 바라는 점
뭉크의 예쁜 얼굴, 웃는 표정,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다. 다리를 벌린 채로 눕거나 다리를 벽에 올리고 자는 것처럼특이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산책 중에 지나가는 사람이 뭉크를 보고 귀엽다고 칭찬하면 내가 괜히 뿌듯하다. 하지만 늙은 뭉크, 예쁘지 않은 뭉크, 아픈 뭉크여도 사랑할 것이다. 귓병이나 설사로 진료를 받은 적도 있고 한밤중에 다리 경련으로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해 울면서 병원에 간 적도 있다. 다행히 의사가 단순 경련 같다고 하셨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곧 괜찮아졌다.
뭉크가 건강하게(잘 먹고, 잘 싸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뭉크는 현재 6년 5개월로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54년 11개월로 벌써 중년이다. 뭉크는 차에 타는 것을 몹시 좋아하는데(장난으로 내리라고 줄을 당겨도 절대 내리지 않는다) 확실히 점프해서 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예전만큼 날쌔지 못하다. 비만과 치아관리 상태가 수명에 영향은 준다고 하는데 체형은 적당한데 양치를 싫어해서 치석이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스케일링을 시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