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엄청 좋아했지만 부모님이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반대해서 키워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 앞 집에서 키우던 사모예드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이제는 독립해서 혼자 사니까 이번 기회에 한 마리를 분양받기로 했다. “삐약삐약” 병아리처럼 울고 있는 7마리 강아지 중에서 가장 통통하고 활발한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그리고 6년 동안 멍뭉이 엄마로 살아오면서 사모예드에 관해 알게 된 점은 다음과 같다.
모습
-추운 러시아 출신답게 흰색 이중모가 빼곡하게 있다(물론 그 털이 매일매일 너무너무 많이 빠진다 털갈이 시기는 말할 것도 없고)
-쌍꺼풀 진 눈이 귀엽다. 검은색 천연 아이라인, 하얀 속눈썹에 갈색 눈동자
-동그란 검은색 코
-검은색 입술에(강아지 입술색이 검은색인지 전에는 몰랐었다) 입꼬리가 올라가서 항상 웃고 있는 것 같다.
-혀라도 옆으로 빼꼼 나오면 치명적이게 예쁘다(나 외모지상주의 맞네)
의외의 브레인
-밥이 먹고 싶으면 밥그릇을 발로 치고, 물이 먹고 싶으면 물그릇을 발로 친다.
-산책 가고 싶으면 가슴줄을 입에 물고 와서 던진다.
-자고 있으면 안 깨우고 눈 뜨면(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일어나라고 코로 밀고, 앞 발로 툭툭 친다.
-내가 혼자 나갈지, 데리고 나갈지를 안다.
-부스럭거리는 비닐 소리 나면 간식 주는 줄 알고 나한테 온다
-이웃한테 들었는데 내 차 소리를 안다고 한다.
-각종 개인기(앉아/엎드려/손/기다려)
성격 및 행동 특성
-참 순하고 사람을 다 좋아한다(처음 보는 사람 포함)
-거의 짖지 않는다
-동네 고양이를 보는 족족 죄다 잡으려 한다
-입었던 양말과 속옷에 집착한다(좋은 냄새로 분류되나 보다)
-썰매견 아니랄까 봐 32킬로가 넘는 몸으로 줄이 당겨질 정도로 나보다 막 앞서간다. 방랑견, 길냥이를 보고 확 달려가서 넘어져서 다친 적도 몇번 있다.
흑역사
-부끄럽지만 어렸을 때 똥을 먹었었다. 똥은 똥개만 먹는 줄 알았는데 우리 개가 똥을 먹을 줄이야 검색을 해보고서야 ‘식분증’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똥에 레몬즙도 뿌려보고, 식분증 약도 먹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2개월 정도 똥을 먹었을까... 산책 중 야외에서 처음으로 똥을 싸더니 그때부터는 계속 야외배변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식분증이 고쳐졌다.
-이갈이 때 소파, 침대의 원목 부분을 이빨로 씹어 망가뜨리고, 이불, 침대커버, 라텍스 매트리스도 다 뜯어놓았다. 그 밖에도 정말 수 없이 많은 물건을 망가뜨린 진정한 파괴왕이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달라진 점
-뭉크 님과 같이 살기 전에는 (출퇴근을 제외하고) 어쩌다 약속이 있거나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나가는 것 외에 집밖으로 나갈 일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산책을 하면서 이웃을 만나 인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뭉크 님은 야외배변만 하기 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출근 안 할 때는 점심에도 한번), 퇴근 후, 자기 전, 하루에 최소 3-4번은 산책을 시켜야 한다. 원래는 밥 먹을 때 빼곤 대부분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는데 뭉크 님 덕분에 강제 운동을 하게 되었다.
-뭉크 님를 안고, 쓰다듬으면 행복해진다. 똥 쌀 때 특유의 자세로 집중해서 싸는 것을 보면 속으로 ‘파이팅’을 외치면서 배변봉투를 들고 기다린다. ‘안전하니 맘 놓고 싸’라는 시선을 몇 번 보낸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똥냄새에도 불구하고, 똥 싸는 게 귀여운 건 찐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