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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크 Mar 29. 2024

샤이샤이 페미니스트

#페미니스트 #여돕여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샤이’ 페미니스트가 된 것은 페미니스트임을 밝혔을 때, 회사 내 생존이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에 대항하여, 여성의 권리와 주체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나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한 사상인데, 미디어에 나오는 ‘남혐’, ‘메갈’ 같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로 욕을 먹게 되는 것이 두려웠다.


특히 여경의 입지는 조직 안팎으로 매우 좁다.   

외근하는 여경에게는 “현장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애초에 여경을 뽑으면 안 된다.” 순찰팀장님끼리 팀원을 정할 때 “우리 팀에 여경은 받기 싫다”라고 한다.(최소 팀 당 여경 한 명씩은 받아야 하는 상황이면, “우리 팀에 여경 두 명은 못 받겠다”는 식이다.)


내근하려는 여경에게는 “여경은 내근만 하려고 한다” “요즘 여경 수가 너무 많아 내근자리에 들어가기 힘들다” “여경들은 편한 보직만 하려고 한다”는 식이다.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여경이 내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내근을 하고 있는 수많은 남경도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내근을 선호해서 내근만 하는 남경도 있지만, 그분에게 “남경이 내근만 한다”라고 욕을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외근을 하는 여경에게도, 내근을 하는 여경에게도 비난은 따라다닌다.


얼마 전, OO부서에 보직 공모를 했는데 떨어졌다. 탈락한 이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스스로 분석해 봤는데, 나중에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분에게 기존 직원이 여경과 같은 팀에서 근무하기 싫어했던 것이 이유인 것을 들었을 때 받은 허탈감이 상당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배제된다는 것이 너무 불공평하다.


‘샤이’ 페미니스트지만 다른 페미니스트를 만나 연대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다. 그것만이 나에게 희망이다.

  

[추천책] 전은영, 김소라 페미니스트인 내가 어느 날 직장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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