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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Sep 10. 2019

스타트업을 첫 직장으로 삼고  3년이 흘렀습니다.  

취미는 일 벌이기, 교육스타트업 3년차 프로덕트 매니저 김수정

교육 스타트업 3년 차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을 감상하며 행복해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며 꽉 찬 캘린더를 보며 흐뭇해하는 사람입니다.

스타트업을 첫 번째 직장으로 선택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그간의 시간을 한번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 글은 어쩌면 스타트업에 관심 있는 예비 스타트업계인 이나, 아니면 다음 직장을 스타트업으로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첫 직장을 선택하기까지


평범한 성적, 보통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혹시 웹 디자인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컴퓨터 공학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아뿔싸, 안타깝게도 제가 선택한 전공은 웹 디자인이 아닌 소프트웨어 기술을 배우는 학문이더군요. 게다가 전교에 시험 답안 족보가 공유되고 그걸 외워서 시험을 쳐야 하는 상황도 싫었습니다. ‘졸업하고 내가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친구들처럼 공채를 준비해서 대기업에 입사하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당시 제 결론은 ‘전공을 살리면서도 제가 잘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의 교집합을 찾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매 방학이 되면 재미있는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스타트업이나 창업이라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많은 스타트업계의 사람들이 ‘즐겁게 일한다.’ ‘힘들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등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전해주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게 많은 희망이 됐죠. 그러다 우연히 만난 친구가 스타트업에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친구를 통해 지금의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성인 대상 교육 분야에서 선도 주자로 나서, 교육업계에서는 꽤 인지도가 높은 스타트업입니다.


처음 합류 당시 저는 3개월간 수습으로 일을 했습니다. 주로 3~5명 정도의 팀원들과 협업을 했고, 저는 커리어 전환을 위한 장기 과정을 담당했는데, 저희 팀은 10~15명이 있었습니다. 전체 인원은  70명 정도였습니다.



# 첫 직장에서의 1년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교육’이라는 점이 좋았습니다. 매일 제가 하는 고민이 ‘어떻게 하면 수강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게 좋았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교육 회사인 만큼 자기 계발과 성장에 관심 많은 팀원도 가득했고, 항상 분위기는 활기찼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었습니다. 원하는 일을 선택한 만큼, 반대로 잃는 것도 있었습니다. 주변에 삼성전자, LG전자 등으로 공채 입사한 동기들과 비교해서는 초봉도 낮았고, 복지도 부족했습니다. 인센티브도 전혀 없었죠. 번쩍번쩍한 건물 대신 반지하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일하며 시설이나 환경이 불만스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대신, 완전 신입이었던 저에게도 정말 다양한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교육기획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지만 고객 상담부터 영업, 마케팅, 행사 기획과 진행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야근해야 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한 덕분에 굉장히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부수적으로는, 날씨가 좋으면 기분 전환을 위해서 카페에서 일한다거나, 언제든지 쉬고 싶으면 눈치 보지 않고 연차를 사용한다거나, 저 같은 신입도 미팅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팀장이나 대표와도 수시로 1:1 면담할 수 있는 수평적인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 첫 직장에서의 두번째 해


제가 일을 시작한 지 반년쯤 되었을 때 회사가 매출 100억을 찍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해가 되었을 때, 회사는 더욱더 빠르게 성장해서 매출 200억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오순도순 함께했던 반지하 사무실을 벗어나 2층 사무실로 이사했고, 그리고 그다음에는 강남역 한복판의 고층 건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나갔고, 또 새롭게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도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중 하나는 회사의 과거를 모르는 신입사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빠른 성장이 필요한 시기다 보니 안타깝게도 사내 시스템이나 문서화가 잘 장착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사람을 통해서 배울 수밖에 없었죠.


그러면서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사수’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저 역시 커리어의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아가야 할지 눈으로 보고 배울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궁금증 때문에 외부 교육을 참여하며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사수와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물어보며 궁금증을 해결하려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저는 시니어가 부족하다고 고민만 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좋은 사수가 되고 좋은 시니어가 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포함해 어떤 기업이든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있기 마련이지만, 저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라면 조금씩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본격적으로 내부 시스템이나 신입 사원 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에는 사람이 붙어서하던 일들을 자동화나 분업화를 하고 있습니다. 인사팀이 생기면서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 개편이나 신입사원을 위한 온보딩 프로세스도 생겼습니다. 또한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연봉에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일반적인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의 연봉 인상률보다 연봉 인상 폭이 높았습니다)



# 첫 직장에서의 현재

패스트캠퍼스 School 홈커밍데이

그렇게 저는 첫 직장을 스타트업으로 선택해 2년 반 동안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기획뿐 아니라 넓은 영역에서 역할을 담당하며 빠르게 제 능력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장기 과정 1개로 시작했지만, 그동안 원데이 클래스, 단기 과정, 온라인 과정 등을 50회 이상 과정을 오픈했고, 그동안 1,000명 이상의 수강생들을 만났습니다. 또한 해커톤, 네트워킹 행사 등 소규모 행사들도 20회 이상 진행자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애정을 담았던 ‘스쿨’ 과정에서 그렇게 하고자 했던 졸업생 행사를 열다.. 감동)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저도 변화하고 성장했지만, 이 기업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었기에 더욱 실감할 수 있었겠죠.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의 회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조직들로 개편되었고, 저에게도 더 많은 동료와 협업하는 일이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회사 역시 현재 140여 명 정도의 중소기업 규모로 커졌고, 사업부 중 일부는 분사하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스타트업을 유일한 정답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기업이나 공무원 외에도 여러 가지 다른 선택지와 길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획뿐만 아니라 다양한 역할들을 담당하며, 더 빠르게 자신을 스스로 검증해볼 수 있었고 그런 점에서는 스타트업을 첫 직장으로 선택한 것이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고 느낍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구분하지 않고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성장하고 싶은 여러분의 커리어 선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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