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를 꿈꾸던 대학생, 창업 실패 후 우아한형제들까지 - 차승학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우아한형제들 신사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차승학이라고 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많은 분이 알고 계신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회사입니다. 지금 이곳에 있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얘기하려면 조금 예전의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 한동안 기자가, 취업이 점점 다가올 때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었습니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학회에 들어가거나 광고 연합동아리와 광고대행사 인턴을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죠. 하지만 정~말 인원을 적게 뽑더군요.
졸업 시즌을 앞둔 상태에선 남들처럼 열심히 입사 지원을 했습니다. 그중에서 운 좋게 딱 한 군데 인턴에 붙었는데요, 바로 청와대였죠.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동안 국정홍보비서관실 인턴으로 디지털 채널과 관련된 업무를 하며 6개월을 보냈습니다.
큰 그림을 그리던 정부 기관에 있다 보니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청년창업 정책이 활성화돼 있었고 스마트폰을 통해 혁신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젊은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이전에 관심이 있었던 카피라이터만큼이나 스타트업의 세계도 궁금해졌습니다. 또한 적어도 스타트업의 세계에서는 광고주(클라이언트)의 것이 아닌 내 것에 대해 더 주도적이고 장기적으로 일해 볼 수 있겠다는 적당한 자기합리화도 작동했습니다.
우선 창업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유망한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자는 생각으로, 일할 곳을 찾았는데요. 바로 그곳이 아래의 사진에 보이는 마이리얼트립이란 회사입니다.
에어비앤비가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행'에 있어 더 로컬적인 '경험'을 사고 싶어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제가 느끼기엔 로컬 가이드판 에어비앤비였는데요. 그렇기에 무척 매력적인 비즈니스로 느껴졌습니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님과 건대 한구석의 카페에서 인터뷰를 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짧은 인턴 기간이었지만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스타트업의 일, 조직 그리고 의사결정에 대해 많이 훔쳐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정유미가 나오는 TV 광고를 하는 성공한 스타트업이지만 당시엔 판교 인큐베이팅 사무실에서 있던 6~7명 정도의 초기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인턴인데도 불구하고 바로바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이렇게 인턴 생활을 마치고,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하게 됩니다.(계속 마이리얼트립에 있었다면.. 정유미와 광고 캠페인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공동창업으로 만들었던 서비스는 호우호우라는 날씨 서비스였습니다. 물방울 캐릭터가 날씨를 알려주는 아주 귀여운 서비스였죠. 결과부터 말하자면, 서비스는 현재까지도 운영되고 있지만, 공동창업한 회사는 3년 반 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생존하기 위해 이것저것 디자인과 코딩 빼고 다 했지만, 시장에서 혁신을 만들지도 못했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증명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일에 참여하는 구성원에게 적절한 보상을 줄 수 없었습니다. 제 개인의 삶에서도 이 서비스를 붙잡고 있는 게 너무 큰 기회비용이었습니다.
창업 실패의 후폭풍은 꽤 컸지만, 창업 경험이 있다는 것으로 트레져헌터라는 국내에서 꽤 규모가 있는 MCN 회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콘텐츠와 관련하여 '돈'을 만들어내는 경험이 있었다는 게 아마 트레져헌터로 저를 부른 이유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유튜버 또한 사실 이전 창업 때 제가 어떻게든 팔아 내야 했던 호우호우의 캐릭터 IP와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어야 하니까요.
유튜브는 너무나 매력적인 플랫폼이고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엄청난 성장을 이뤘지만 저는 그때 이미 유튜브는 너무나 과포화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상 콘텐츠 시장, 특히 유저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UGC 시장은 하드웨어, 통신망 등의 급속한 발달로 더 대중화될 것 같은데, 유튜브의 넥스트 혹은 유튜브만큼의 위치에 오를 서비스들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때 발견한 서비스가 바로 틱톡(TikTok)이라는 15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숏폼 플랫폼이었습니다.
틱톡은 놀랍게도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ByteDance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사실 전 그때까지 살면서 중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중국에 전혀 관심 없고, 무관한 사람이었습니다. 단순히 틱톡이라는 플랫폼이 꽤 매력적이었고, 그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가 너무나 미친 듯이 빨라서 무조건 옆에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틱톡의 모회사 ByteDance는 현재 전 세계에서 비상장 기업 중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로 손꼽힙니다. 예상 기업가치는 약 78조 정도네요.
아무런 지식도 없는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주위 사람들께 많은 도움을 청했습니다. 인터뷰를 볼 기회도 당시 셰어하우스에 함께 살고 있던 형이 지인의 지인을 소개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무턱대고 베이징 본사로 가 인터뷰를 보고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 긍정적인 답변을 받게 됩니다.
당시에는 한국 오피스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베이징에서 약 4개월 정도를 근무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지만 당시에는 끔찍했습니다. 주 6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동료들과 함께해야 했고 새벽에도 업무가 쏟아졌습니다. 현지의 진짜 중국 음식은 진짜 절대 제 취향이 아니었으며 중국어는 1도 못 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열심히 하니 정말 서비스가 성장하더군요. 또래의 실무자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큰 예산을 핸들링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도 있었고요.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빠른 성장에, 급속도로 체력과 정신력이 지쳐갔지만, 쾌감 또한 컸습니다. 창업 때 결핍되어 있던 부분(=빠른 성장)이 주는 쾌감이었지 않았을까요.
작년 말부터는 우아한형제들로 이직하여 신사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스타트업 중 가장 큰 규모로, 또 특색 있는 조직문화를 지켜오면서 성장해온 기업 중 하나라 이전부터 매우 관심이 컸고, 반년 넘게 일하고 있는 지금도 너무나 신나게, 개인적으로 성장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참여하고 있는 신규 서비스가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라 열심히 달리고 있기도 하고요.
왜 이렇게 길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나.. 이쯤 되면 궁금해지시겠죠?
사실 제 이야기의 주제는 간단합니다.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모두가 사실 각자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콘텐츠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면 분명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저 또한 여유가 없어서, 모두 하니까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어떤 타이틀만 획득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아서.. 등등의 이유로 큰 노력과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Vacilando[바실란도/스페인어]
'어디로 가는지보다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한 여행을 한다'
기자와 카피라이터가 되지 못했어도, 창업에 실패하고 나서도, 해외와 국내 스타트업 여러 곳을 심한 말로 전전? 하면서도 전 무척 즐겁습니다. 다시 못 할 경험, 다시 못 올 시간이니까요.
결론:
어느 순간부터인지 저도 모르게 무척 꼰대 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민망하게도 민망하게도 대학생분들보다는 조금 나이를 더 먹은 거지만, 점점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
저의 이야기, 그리고 콘텐츠가 각자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Tb2DD0qCgGQ
+
중국에서의 경험은 '중국의 한국인'이라는 행사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조금 더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영상을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https://tv.naver.com/v/4408853
++
외국계 회사에서의 경험, 지금 하는 일들 그리고 저의 취향들에 대해서 브런치를 통해 꾸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ttcha) 이런 경험과 시간도 각자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꽤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