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시작에서 배운 인생 교훈
저의 시작은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저질러 놓고 수습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 인생에서 의미 있었던 3가지 시작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는 사진입니다. 사진은 지금에 직업이자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두 번째는 강의입니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은 시작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글 쓰기입니다. 글 쓰기는 꾸준하면 어떤 일이던 할 수 있겠다는 믿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사진을 취미로 찍다가 우연히 교수님들 사이에서 잘 찍는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그러다 한 교수님께서 사진이 필요하다며 촬영을 의뢰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듣지도 않고 일단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촬영을 준비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무모한 일을 벌였는지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사진 전공도 아니어서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하나하나 찾았습니다. 누군가가 촬영 스케치 사진을 올려놓으면 어렴풋하게 보이는 장비들을 찾아서 용도를 파악하고 구매했습니다. 게다가 카메라도 없어서 대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정신도 없고 부담도 컸지만 설렘이 더 컸습니다.
촬영 당일에도 역시 우왕좌왕하면서 진행했습니다. 대여한 카메라는 익숙하지 않아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끝은 났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어떻게 촬영을 했는지도 기억도 안 납니다. 그렇게 첫 상업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이라 아쉬움도 많고 실수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께서는 사진에 만족하셨고 이 일을 계기로 다른 교수님께서도 저에게 촬영을 맡기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날 무턱대고 하겠다고 저질러 놓은 시작이 직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만약 그날 교수님의 촬영을 거절했다면 저는 아마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매일같이 하는 일도 재밌게 느껴지는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날 외래 교수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용은 2시간짜리 음식 사진 특강을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은 취미라도 해봤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강의는 비슷한 경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재밌을 것 같아 ‘해보겠습니다’ 하고 특강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1시간은 이론을 설명하고 1시간은 촬영 시연이라서 부담은 줄었습니다. 그렇게 강의 전에 촬영 내용과 팁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강의를 하기로 했던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몰라도 너무 모른 게 문제였습니다. 준비를 너무 허술하게 한 거였습니다.
내용을 설명하는데 횡설수설하고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저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강의를 끝내고 교수님과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자리에 앉았는데 온 몸에 힘이 풀리고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마치 배터리가 방전된 자동차 같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잘했다고 위로해주셨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후 수업도 남아있어 일단 먹었습니다.
오전에 해봤던 경험이 무색하게 또다시 횡설수설을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오후 특강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습니다. 아무런 힘이 안 났습니다. 그런데 기분은 좋았습니다. 그동안 배우고 익혀왔던 것들을 알려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강의는 엉망이었지만 다시 해보고 싶었습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심지어 제가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생각 속에서 저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았습니다. 경험이 없었을 뿐이었습니다. 존재는 행동으로 증명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해보겠습니다' 라는 시작으로 새로운 존재을 찾았습니다.
유튜브를 보다가 동기부여 관련 영상을 봤습니다. 영상 속 작가분께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자기가 하는 일에 있어서 책 한 권 쓸 정도로 읽고 써보라고 그러면 고수가 안될 수 없다고.” 이 말이 깊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었던지라 책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책을 쓰기 위해서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던져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까 그 작가분 영상을 더 찾아봤습니다. 글 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서평 쓰기를 추천하더군요. 그래서 읽었던 책에 서평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썼다 지웠다만 반복했습니다.
이렇게 쓰면 이상할 것 같고 저렇게 쓰면 멋있지 않아서 썼다 지웠다 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책은커녕 업로드도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쓰고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도 또 읽고 쓰고 올렸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5줄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사람 서평을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하고 본문을 요약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하게 글을 쓰면서 하루정도 걸리던 글 쓰기가 이제는 2시간에 2500자는 거뜬하게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3가지 시작을 통해서 배운 점은 완벽한 시작은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불안하고 어설픕니다. 그런 시작으로 저는 좋아하는 직업을 찾고 정체성을 발견하고 능력을 만들었습니다. 완벽한 시작을 위해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시작을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