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하이라이트는 질문을, 파란색 글은 에디터의 코멘트를 담았습니다.
에디터는 주말마다 꼭 지나야 하는 길이 있다. 노란색 간판에 써진 '여행자의 빵', 문은 굳게 닫혀있지만, 이 곳을 지나갈 이유는 충분하다. 유리문에 붙여진 <금요일의 편지>.
종이에 어떤 글자들이, 단어들이 조합됐을지 기대를 품으며 지나간다. 어떤 날은 두 번 세 번 곱씹으며 읽고, 카메라를 들어 사진첩에 남긴다. 내 삶을 넓히는 하나의 표현을 배워간다. 풍성하게
벌건 얼굴에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맻히던 어느 여름날, 에디터는 편지의 발송인을 찾아갔다.
사람이 용기를 내어 손을 뻗으면 가끔 손에 우연이 딸려 오곤 하는데, 에디터가 사장님께 첫 운을 땠던 그때 기막힌 우연이 다가왔다. 그 용기가 있었기에 이 인터뷰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보는 바이다.
한 시간이 넘게 나눴던 대화를 최대한 담백하게 편집했다. 나에게로 흘러온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흘러가길 바라며.
예림: 안녕하세요 사장님.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수민: 안녕하세요. 저는 유수민이고요, 나이는 쉰셋인가 쉰넷인가.. 아! 53살이네요. 제가 나이 생각을 안 한 지 오래돼서(웃음). 현재 저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고요. 아들하고 남 편하고 같이 가정을 꾸려 엄마로서의 삶도 살고 있어요.
예림: 사장님의 일과가 궁금해요. 보통 어떤 하루를 보내시나요?
수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냉동실에 있는 늘 있는 통밀빵으로 간단히 아침 을 먹고, 짐을 챙겨 5분 정도 걸어서 출근한다. 요즘은 나날이 선선해져서 아주 행복하게 오고 있어요. 더 걷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추고 이 가게로 쑥 들어오죠. 반죽 하고 계량하고 모양을 만들어서 굽는 그 과정을 반복해요. 4시 반 5시까지 빵을 판매하죠.
어떤 손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왜 이렇게 빨리 문을 닫느냐고, “이 가게가 사장님꺼인가요?” 라고요. 그렇진 않아요. 사실 저는 저의 일상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남편과 아들과 함께 하는 그 일상이 저한테는 가장 큰 축이고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빵을 굽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아침 일찍 빵을 준비하기 때문에 제 근무시간이 짧은 건 또 아니거든요.
그리고서 퇴근을 하고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는 좀 쉬어요. 그러다가 아들이 학원 갔다오면 함께 저녁밥을 먹고 아들이 독서실에서 돌아오는 걸 보기 전에 10시쯤이면 잠에 들죠. 불면증이 올 새도 없이 잠에 들다가 알람 소리와 함께 다음날 6시에 일어납니다.
예림: 어떻게 보면 빵집을 운영한다는 건 매일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일 같아요. 어떻게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할 수 있나요?
수민: 사실 저는 반복을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실 그렇게 반복적이지 않아요. 왜냐면 반복적이지만 늘 변하는 상수 이외의 변수들이 존재하거든요. 그 변수라는 것은 빵 자체의 변화로 볼 수도 있는데, 빵이 계절에 따라, 기온에 따라, 습도에 따라 상태가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매일 매일 빵의 상태를 살피면서 빵을 만들어야 되는 그 변수를 관리해야 돼요.
또 매일 손님들이 오시잖아요. 어떤 날은 장사가 잘 되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안 되는 날도 있고, 어떤 손님들이 오느냐에 따라 굉장히 또 다양한 변화들이 생겨요. 그날 하루가 재밌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지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나름 또 생각할 거리를 안고 집에 가기도 하고… 그래서 반복적이지만 결국 반복적이지 않은 하루하루인 것 같아요.
에디터는 사장님의 답변에 번뜩 눈이 뜨였다. 에디터 본인은 모험적이지 않고 규칙적이고 루틴화되어 있는 하루의 반복을 좋아하는데 가끔은 이런 성향이 단점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던 터다. 에디터의 말을 들은 후 수민님은
수민: 그런 생각 안 하셔도 돼요! 성향이 다른 것보다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가면은 어느 순간 내가 원하는 데 가 있더라고요. 저도 어릴 때 지금의 모습을 꿈꾸진 아니었어요. 딱히 뭐 꿈이랄 것 없이 커서 대학을 가고 신방과를 졸업을 했지만 첫 번째 직장은 금융회사였어요. 근데 그때부터 부딪히면서 차근차근 알아갔던 것 같아요. 금융기관에 있었는데 숫자가 영 와닿지 않았고 제 동기들은 대기업 홍보실에 배치가 돼서 사보를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부러운 거예요. 나는 이 허황된 숫자를 막 다루면서 적응도 못 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한 달이 지나면 책이 손에 다 얹혀져 있잖아요. 그래서 다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해서 그들과 같은 삶을 살았죠. 책이 딱 만들어지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 시절에 책을 만드는 것, 글을 쓰는 것 그런 것에 한 발짝 다가갔고 길게 그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게 글자 이외에 뭔가 더 실체적인 무언가를 하고 싶다, 갖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이 생각이 빵으로 가 닿았던 것 같아요. 물론 글 쓰던 사람이 빵을 만든다는 게 어느 날 짠하고 되는 일은 아니죠. 많은 용기와 또 좌절과 좌충우돌이 있었지만, 포기 안 하고 그냥 계속 그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내가 이러고 있네! 이렇게 되더라고요.
꿈은 매번 달라지고 내가 여기 가야 되겠다 해서 딱 도착했을 때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꿈을 언젠간 또 꿀 수도 있어요. 그럼 언젠간 또 거기 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지금도 저는 이 빵이 저의 최종 job이라곤 생각하지는 않아요. 왜냐면 지금 계속 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글과 관련된 일을 취미든 비즈니스든 반드시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냥 포기 안 하면 돼요. 그냥 생각을 계속하고 있고. 그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놔둬요.
매일 열정적으로 새로운 것을 쫓아야 할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 사장님의 답변이 본인에게도 공감이 되었다. ‘늘 변하는 상수 이외의 변수들’. 분명 우리는 하루하루 발생하는 변수들을 조절하고 인내하며 누구나 치열하게 하루 끝을 맞이하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수민님이 말을 끝맺음하려는 그때 오늘의 손님이 왔고, 오늘의 마지막 빵이 팔렸다.
이 답변은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중 일부의 내용이 생각나게끔 하였다. 작가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김영하의 <단 한 번의 삶 中> (분량 상 편집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삼십대에 잠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들 중 꽤 여럿이 교수실로 찾아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그들이 그때 그토록 궁금해하던 미래가 되었다. 그때 ‘가능성’ 판별을 부탁했던 학생들 중에 작가가 된 사람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가르쳤던 학생들 중 몇몇은 작가가 되었는데 그중에 내게 가능성 같은 것을 물으러 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묻지 않고 그냥 썼다. 그들은 자기 미래가 궁금하지 않았을까? 많이 궁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쓰는 게 좋고 작가가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 계속 썼을 테고, 쓰다보니 작가도 되었을 것이다.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발췌
예림: 제가 평소에 빵집을 앞을 지나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편지가 있었는데요. 사장님이 길고 지루한 여름을 버티기 위해 ‘균열’을 내줘야 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굳이’ 무언가를 해내는 거죠. 그렇다면 효율성을 버리고 ‘굳이’ 해내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수민: 효율성을 버리고 굳이 하고 싶은 것들….
금요일날 퇴근하면서 글을 써서 붙이는데, 어떨 때는 뭐에 대해서 쓸 지 글감이 생각이 나지 않으면 머리를 막 싸매고 괴로워하기도 하고 또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연재에 대한 부담??(웃음) 그래서 가끔은 쉬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한테 제가 말을 거는 방식이기도 해요. 그냥 흔하디 흔한 가게, 흔하디 흔한 빵집에서 빵을 굽는 사람과 그냥 빵을 사는 사람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라, 같이 말을 섞고 너의 삶과 나의 삶을 같이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것들이 하고 싶어서, 제가 먼저 말을 걸고 싶어서 ‘금요일의 편지’를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글을 보고서 말을 건네 주는 사람도 있어요. “저번에 어떤 글을 봤는데, 어떻게 됐나요? 여행은 어디로 간 건에요?” 등등이요. 이런 것들이 모여서 다소 반복적인 삶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되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먼저 글을 건넸지만, 나중에는 그분들이 다시 말을 걸어주시거든요.
예림: 앞선 질문과 이어지는 질문인데요. <금요일의 편지> 를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수민: 삶의 주거지나 환경이 변하면서, 변화의 시기가 온 것 같아요. 글 쓰는 일을 20년 넘게 했기 때문에 계속 품고 있는 것 같아요. 단지 쓰고 싶어서. 쓰고 싶어서 쓴다는 게 가장 맞는 표현 같아요.
에디터는 앞서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던 도중, 사장님이 실은 에디터로 꽤 긴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편지에 써진 글감이 여느 평범한 빵집 사장님의 솜씨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에디터는 글을 보는 안목을 인정받은 듯이 기뻐했고, 또 에디터를 희망하는 자신이 한때 에디터로 활동했던 인물을 인터뷰한다는 기막힌 상황에 가슴이 떨려왔다.
예림: 과거에 에디터로 꽤 오래 활동하셨다고 들었어요. 에디터에서부터 빵집 사장님이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수민: 글을 쓰는 건 기업의 사보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소질도 있었죠. 그래서 그쪽 분야로 나가게 되었고, 잡지를 만드는 일, 책을 만드는 일 그리고 거기에 들어가는 글을 쓰는 일, 누군가를 취재하는 것, 인터뷰하는 것. 이런 것들을 했었고, 나중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주로 인터뷰, 취재 그리고 카피를 쓰는 일들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 일을 받아서 하는 거잖아요. 프리랜서는 다 그렇겠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게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한테 받아서 하는 일 말고 내 일을 하고 싶다 이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때 또 큰 변화가 있었는데, 아이가 6살에서 7살이 돼가는 때에 남편이 한 마디를 던졌어요. 아이를 ‘남한산초등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거예요. 이 학교가 당시 사교육에 지친 학부모들이 몰렸던 학교인데, 남편이 거기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거에요. 근데 그 학교를 보내려면 조건이 있었는데, 바로 산에 살아야 돼요. 저는 싫었지만 어쨌든 그 사교육 없고 휴대폰을 못 쓰는 그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아이가 7살 때부터 남한산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카페랑 음식점이 많지만, 그때만 해도 산에 도시가스도 안 들어오고 빵집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 이 산속에서 빵이나 구워 먹고 살까? 이러면서 빵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프리랜서 시절이라 글을 쓰다가 이렇게 빵을 굽기 시작했죠. 마침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부모를 위한 공간을 마련 받아 그 공간에서 학부모를 위해서 빵을 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1년을 지내고 코로나랑 이런저런 이유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통밀빵을 팔기 시작했어요. 온라인에서 빵 판매를 먼저 시작하고 아이가 중학생이 돼서 시내로 내려오면서 빵을 만들 공간이 필요했고 2023년부터 오프라인으로도 고객을 만나기 시작했죠.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통밀빵을 판매하고 고객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늘 인터넷에서만 고객을 길 위에서 보게 되었어요.
예림: 빵집 이름이 ‘여행자의 빵’이에요. 사장님에게 ‘여행자’의 면모가 있어서 ‘여행자의 빵’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건가요?
수민: 사실 손님들이 여행을 많이 다녀서 이렇게 지었나보다 생각해서 물어보세요. 근데 저는 집에 있기를 좋아해요. 제 대답에 실망하는 분도 계셨죠 (웃음)
남편이 지은 이름이에요 ‘여행자의 빵은’. 처음에는 멋있어서 했는데, 나중에 제가 생각하는 빵에 대한 생각을 결합시켜서 풀이한 게 있어요.(웃음)
우리 모두는 여행자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세상을 여행하는 여행자인데, 이 여행자들한테 건강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 건강하고 맛있는 빵으로. 그렇게 워딩을 했죠(웃음)
예림: 저도 항상 저 스스로를 ‘유목민’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사람들이랑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새롭게 자극을 받고 그 에너지를 주고받는 게 너무 좋으니까 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쩌면 새로운 대륙을 계속 찾아 떠나는 것과도 비슷한 거예요.
수민: 정말 놀라운 게 저도 고객들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대륙을 만나는 것 같아요. 통밀빵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시거든요. 길을 다니다 보면 저 혹은 저보다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솔직히 꽃처럼 피어나는 20대 30대처럼 보이지 않잖아요. 어떻게 보면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는 면도 있고 눈길이 가거나 그렇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이 저의 고객으로 와서 대화를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너무나 멋진 삶을 사셨던 분들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런 삶을, 그 결과로 이어가고 있는 분들이거든요. 너무나 놀라워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분들의 그 빛났던 시절들이 읽히는 거예요. 각자의 삶 안에 있는 깊이와 빛남은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죠.
손님들을 만나서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들의 빛났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굉장히 기분이 좋고 예림씨가 말했듯이 새로운 대륙을 만나는 기분이기도 해요. 이 일을 함으로써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 되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이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예림: 말씀해 주신 내용이 저희 인터뷰 취지(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와도 잘 맞물리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그리고 본인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해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빛나는 각자인 걸 말이죠.
수민: 맞아요. 저도 그 생각을 했어요. 저번에 어떤 분도 오셔서 자기가 옛날에 대기업의 해외 주재원이어서 해외에서 오래 사셨다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영국에 살 적 얘기를 해주셨는데, 영국에서 살 때 늘 치안이 걱정이었대요. 그래서 밤만 되면 나갈 수가 없었는데, 아들들이 “아빠 나 햄버거 먹고 싶어요. 햄버거 사줘요.”라고 말할 때마다 밤길에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겁내는 거냐고 물으니,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래 방법은 있어!” 하면서 뛰어갔다 왔대요. 근데 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젊은 아빠가 애들 먹을 햄버거를 사기 위해서, 그리고 또 아이들한테 멋진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 어둑어둑한 그 외국 거리를 뛰어 갔다가 다시 뛰어오는 행복을 안고 있는 그 모습이 상상돼서… 너무 아름답다. 정말 빛난다. 그 손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막 웃으시는데, 너무 빛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아빠의 젊은 모습이 상상되면서 너무 예쁘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예림: 평생 단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요?
수민: 아까 글에 대해서 계속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것이 왜 그런가를 생각했을 때 글을 쓰면 내가 뭐 글을 문법에 맞게 혹은 창의적으로 엄청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건 아니에요. 글이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좋아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글은. 그리고 글을 쓰면서 마음이 위로받는 것도 있어요. 질문의 전제와 상관없이, 향후 빵 이외에 무언가를 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겠느냐고 했을 때 계속 글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유는 글이 사람을 담아서 보여주고, 그 글에 담긴 사람이 예뻐서. 사람이 예뻐요.
예림: 그렇다면 현재 바라는 것들이 있나요? 소망하는 것들이요.
수민: 빵집은 동네 밥집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동네 카페가 아니라. 이 동네 분들이 부담 없이, 편안히 와서 밥집 들리듯 들려서 오늘내일 먹을 빵을 골라갔으면 좋겠어요. 어떤 일본 영화에 ‘스며든다’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동네 분들 삶에 스며드는 빵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내 삶과 고객의 삶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네요.
예림: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사장님이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의미인가요?
수민: 좋은 삶을 실천하고, 좋은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렇게 되고 싶어요. 25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써 붙인 글에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썼었는데.
나의 좋은 삶이 가깝게는 내 아들부터 다른 사람한테도. 신기하게도 글을 쓸 때보다 빵을 구우면서 사람들에게 배운 게 많아요. 저는 제 거를 잘 챙겼던 사람인데, 빵집을 운영하면서 자기의 경계를 서슴없이 허무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그게 어른 같아요. 그 어른 분들한테 저도 배우고, 제가 만약에 다른 사람한테도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그 사람한테도 저도 어른이 되는 거고요.
동네에 따스함과 온정을 더해줬던 주인공을 만나볼 수 있었다.
괜스레 미소를 짓게 되고, 매주 안부를 묻고 싶고, 안녕을 빌고 싶었던 인물을 대면해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질문의 답은 인터뷰 전체를 읽어야만 비로소 완성된다.
결코 하나의 답변이 하나의 질문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답변은 하나의 궤에 속한다.
사장님이 바라본 우리들은 예쁘다는 것.
그녀에게 그 사람들을 발견하고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글이었다는 것.
먼 훗날에도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은,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반짝임을 바라보고 싶다는 것.
사람이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게 무한하다는 것.
사장님은 수민의 문체로 이들을 남기고 싶다는 것.
그녀의 글이 또 누군가의 삶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
지금은 나에게로 흘러들어왔지만, 어느 순간에는 당신에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
사전인터뷰 시간 사장님은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유를 알려주셨다.
첫째, 질문을 받는 기분은 어떨까? 라는 궁금증.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질문했던 수민님.
두 번째, 에디터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분명하고 확실했다.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다.
p.s 주제넘지만 사장님의 가슴도 두근거리셨길 빌어봅니다.
Interviewee: 유수민
Interviewer: 고예림
Editor: 고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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