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타니. 산골짜기같은 인생

by 평범한 에디터

Interviewee: 익명

Interviewer: 김찬민

Editor: 이수현


왕십리, 오래된 골목 어귀의 작은 우동집. 줄이 길게 늘어선 그곳에는, 땀이 식을 틈도 없이 일하는 한 사람이 있다. 면 반죽도, 국물도, 손님 인사도 직접 챙기는 사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국물을 내고, 면을 뽑았다.


“어느 날 문득, 나만 할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었어요.” 가게의 이름 ‘야마타니’에 담긴 뜻처럼, 좋을 때도, 안 좋을 때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을 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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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에서 우동집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름보다 직업으로 자신을 먼저 설명했다.

우동 반죽부터 국물 내기까지, 가게의 전부를 혼자 감당해온 10년.


“지금 이 크기가 딱 한계예요. 확장하려면 기계를 써야죠.”


하지만 내년이면 이 건물은 재개발 예정이다. 그때까진 이 자리에서 더 해보고 싶은 시도를 해보고, 그 다음엔 새로운 곳에서 ‘조금 더 넓은’, ‘조금 더 나은’ 공간을 꿈꾸고 있다. 장사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건 ‘맛있게 만든다’는 말이었다.


“면은 그날그날 달라요. 습도, 온도, 손의 감각. 똑같이 반죽해도 결과가 다르니까요.”


그는 홍대 ‘가미우동’에서 2년 반을 배우고, 오사카에서 워킹홀리데이로 국물을 배웠다.


“처음에는 초밥을 하고 싶었어요. 근데 어떤 일본 다큐멘터리에서 우동을 보고 꽂혔죠.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찬민: ‘야마타니’라는 이름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야마타니 대표: 산골짜기요.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는 그런 인생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평소에도 일본 다큐멘터리를 즐겨본다. 우동이 유부 잔뜩 넣은 휴게소 우동이 아니란 걸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일본 우동이라는 영화를 봤었어요. 근데 거기서 막 우동이 되게 막 심플한데 되게 맛있게 먹는 거예요. 그냥 면에다가 국물만 부어서 먹는데 되게 맛있게 먹어서 그때까지만 해도 제 생각은 그냥 유부 잔뜩 들어간 휴게소 우동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심플함에 꽂혔어요.”


찬민: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야마타니 대표: 군대 가기 전 일주일 동안 다섯 번을 방문했어요. 휴가 나와서도 또 다섯 번.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대요.



가격은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왜 그럴까?


“내가 이 가격이면 사 먹겠다 싶은 가격으로 정해요. 요즘은 너무 비싼 데가 많잖아요. 밀가루인데.”

그래서일까.



“처음에 그냥 연습할 겸 만든 가게였어요. 10년이 될 줄은 몰랐죠.”


찬민: 앞으로는 어떤 걸 해보고 싶으세요?

야마타니 대표: 우동 말고 다른 것도 해보고 싶어요. 젊었을 땐 주방에서 일하는 게 좋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다른 걸 해보고 싶기도 하고…”


‘야마타니’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술에 곁들이는 안주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어렸을 땐요, 나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 지금도 그 마음은 남아 있어요. 우동이든, 다른 음식이든 나만 만들 수 있는 걸 만들고 싶어요.”



왕십리의 작은 가게, 그곳에선 매일 아침 면이 반죽되고 한 그릇의 국물이 정성스럽게 끓는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우동만은, 그 사람만의 맛이 있다. 그리고 어쩌면, ‘나만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그 모습이 진짜 장인(匠人)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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