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아이들이 부러워서, 늦게 나왔어요.

by 평범한 에디터

Interviewee: 음순옥

Interviewer: 이수현

Editor: 이수현


할머니 한 분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공장에서 밤을 새우고 나오는 길, 교복 입은 아이들을 마주치기 싫어서 일부러 늦게 나왔던 그 시절. 그 시간 속에는 배우지 못한 서러움과 여전히 ‘배우고 싶다’는 소망이 동시에 남아 있다.


86세, 음순옥 할머니의 이야기는 그저 지난 시간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배움’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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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꿈도 많았어요. 내가 좀 더 배우고 있었더라면…”


한참 일하고, 아침 여섯 시 반쯤 되면 학교 가는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지나갔다.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그걸 안 보려고 일부러 늦게 나왔다.


수현: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순옥: 음순옥이에요. 올해 여든여섯 살이에요. 그땐 옥 자 돌림으로 그냥 편하게 지었어요. 복잡한 거 안 좋아하잖아요, 옛날 사람들은.


세월이 가장 빨리 흘렀던 때는 30대.
“애 낳고, 키우고, 돈도 벌어야 하고… 하루하루가 너무 바빠서 그냥 훅 지나가버렸어요.”


그 시절을 돌아보며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하는 일 없이, 아무 거 없이 그렇게 그냥 나이를 먹었어요.”


순옥이 하고 싶었던 건 하나였다.


공부요.

그땐 사범고등학교만 나와도 초등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었거든요.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을 알려주고 도와주고 싶어서.”


그는 시골에서 태어났고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다.


“힘들었죠. 열네, 다섯 살 때부터 일을 했어요.”

“밤일하고 나오면 애들이 학교 가는 게 그렇게 부러운 거예요. 그거 안 보려고 늦게 나왔어요.”


수현: 만약 다시 젊어진다면 몇 살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순옥: 20대요. 그땐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잖아요. 요즘 청년들 보면 아르바이트하면서 야간학교도 다닐 수 있잖아요. 지금은 한글 겨우 읽고 쓰는 정도예요. 그래서 나가서도 자신감이 없어요.”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직하고 믿음직한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죠. 근데 그런 건, 남이 봐줘야 아는 거예요. 내가 스스로 됐다고 되는 건 아니고.”


“요즘 청년들 보면 기특하고 존경스러워요.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 그게 참 부럽고, 참 고마워요.”


그는 격려가 필요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격려를 건네는 사람이었다.


순옥: 나는 없어서 못 도와주지만, 있으면 도와주고 싶어요. 지금도 그래요.




그는 자신을 “그냥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그 말 끝에 담긴 말들은 다시 배워보려는 마음, 아직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쩌면 어른이란 이미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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