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령 Oct 17. 2019

갤러리에서 나온 '작은 사진'

이름 없는 일상 사진들에 대한 작은 담화

'사진은 뭘까?'


 10여 년간 국내외 사진 관련 취재, 사진책 편집 다양한 사진 일을 해 왔지만 정작 '사진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사진이 좋아 사진 곁에 머물렀지만 정작 내 스스로 사진이 되어 본 적은 없는 경우. 사진 일을 하면서도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사진잡지에서 일하면서 내 출입처는 갤러리였고 취재원은 작가였다. 고상하고 위엄 있는 갤러리에 걸린 유명한 사진들이 내 사진 세계의 전부였다. 하지만 사진 출판사로 직장을 옮기며 이름 없는 사람들이 찍은 이름 없는 사진들이 주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보잘것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은 '작은 사진'들.


다행히 지난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며 일을 잠시 쉬게 되면서, 생활 밖에 있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진을 생활 속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사진계의 틀에서 빠져나와 한 아이의 엄마, 하나의 여성으로 바라본 세상은 사진에 대한 시각도 많이 바꾸어놓았다.


사진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생활 속에서 발견한 이 사진 경험들이 그동안 내가 궁금해했던 사진의 정체를 밝혀 줄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의 끝에는 사람의 마음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나는 사진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보려는 것이다.


이름 있는 작가가 찍은 사진은 언제나 주목받는다. 하지만 이름 없는 사람들이 찍는 일상의 사진이 더 감동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사진가이자 대상이 바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가족사진, 돌사진, 셀카 사진, 영정사진, 결혼사진, 음식 사진 등 우리 삶을 관통하는 일상 사진은 인간의 희애락뿐 아니라 인간 사회와 문화, 존재 의미까지 돌아보게 한다.


여기에 옮기는 사진 경험은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한 나의 시각을 가미한 것이다. 그것은 아주 작은 여운. 손에 닿지 않는 거대담론에 가려진 '작은 사진'에 대한 변이자, 인문학적으로 바라본 일상 사진의 일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