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뻗으면 닿을듯한데
오늘도 선생님의 머리엔
밤새 흰 눈이 내려 있을 거에요
오늘도 선생님의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을 거에요
ㄱ, ㄴ, ㅏ, ㅑ대신
1, 2, +, - 선생님의 언어들이
하얀 분필가루 날리며 춤을 추겠죠
한 손에 들고 다니시는 얇은 회초리보다
매서운 선생님의 눈빛에
벌벌 떨었던 작은 소녀가 여기 있는데
선생님께서 거닐고 계실지 모를
학교 벤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수없이 지나치곤 해요
저에겐 참 멋진 모습이
저에겐 참 멋진 향기가
저에겐 참 멋진 말투가
아직 생생한데
훌쩍 커버린 저를 기억하실까
발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