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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클 Dec 31. 2015

수학 선생님

손 뻗으면 닿을듯한데

오늘도 선생님의 머리엔

밤새 흰 눈이 내려 있을 거에요


오늘도 선생님의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을 거에요


ㄱ, ㄴ, ㅏ, ㅑ대신

1, 2, +, - 선생님의 언어들이

하얀 분필가루 날리며 춤을 추겠죠


한 손에 들고 다니시는 얇은 회초리보다

매서운 선생님의 눈빛에

벌벌 떨었던 작은 소녀가 여기 있는데


선생님께서 거닐고 계실지 모를

학교 벤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수없이 지나치곤 해요


저에겐 참 멋진 모습이

저에겐 참 멋진 향기가

저에겐 참 멋진 말투가

아직 생생한데

훌쩍 커버린 저를 기억하실까

발걸음을 쉬이 옮기지 못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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