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마실 : 타코

멕시칸 요리에 꽂힌 여자

by 지지



"비슷한 여자"

가장 가까운 친구 중,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게 있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와 가장 비슷한 한 여인이 있다. 우리는 주로 만나 보통의 친구들과는 하지 않는 조금 무거운 주제로 토론을 벌이곤 한다. 예를 들어 정확히 18살부터 시작된 연애사에서의 우리의 평행이론과 같은 신기한 남성 패턴과, 그로 인해 얻게 된 것들, 그리고 잃게 된 것들. 앞으로 조심해야할 것들에 대한 정말이지 다른 이들이 엿보기라도 한다면 진지의 끝을 달리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이십 대 후반과 삼십 대를 보내오면서 우리의 고민은 점점 더 많아졌고, 비슷해지거나 달라지거나 어떻든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우리는 4-5시간을 줄창 떠들곤했다. 주제도 다양하다. 제 2의 인생, 제 2의 전공, 연애하기 좋은 남자 결혼하기 좋은 남자, 남사친의 기준, 다이어트, 문화 등등


친구들이 모두 결혼 혹은 육아로 제 갈길 가는 때에 "우리 둘이 너무 부유하는거 아냐?"하며 자조하기도 하는, 그냥 평범한 30대 초반의 친구 관계다. 꽤 오래된.


"요즘 멕시칸 요리에 미쳐 살아"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그녀와 먹게되는 음식에 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최근 만남의 5회 중 3회 이상을 멕시코 요리 전문점에 가게 되면서 난 진지해졌다. 물론 나야 다양한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에 큰 문제 없지만, 혹독한 다이어트로 환골탈태 후 식단 조절을 하는 그녀에게는 오로지 멕시칸 요리가 최대 보상음식이었기 때문에 영양 상태가 괜찮을까 걱정이 된 것 이었다.


막상 만난 그녀에게 물어보니 그 만의 이유가 있었다.


"삶이 변했어, 한 끼를 먹어도 가치있게 먹는 게 좋은 것 같아"

지난 2015년은 어쩌면 그녀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던 해일 것이다. 나 또한 그녀의 변화를 가장 옆에서 크게 지켜봤고, 굉장히 의미있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전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와, 퇴직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 그 복잡한 시기를 친구를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며 보냈다.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니 한 번쯤은 원했던 이상적 몸무게에 다다르고 싶었다고. 그래서 큰 돈과 시간과, 모진 마음을 들여 3개월 동안 전력투구 했단다.


모든 것을 바꾸고 3개월. 난 그녀를 절친하게 지낸 지 정확히 12년만에 가장 마르고 날씬한 모습을 봤고, 그 이후 그녀의 마음가짐과 관리 습관에 두 번 충격받았다. 그리고 본인에 대한 만족감이 얼마나 큰 영향과 아우라로 주변인들에게 보여지는 지. 그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서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것임을 너무나 크게 느꼈다. 어쩌면 나에게도 일종의 자극이 된 셈.


이제 365일 관리가 생활화 된 내 친구에게는 친구를 만나거나 집이 아닌 바깥 요리를 먹을 때 살이 찌지 않는, 그리고 자취를 통해 결핍되기 쉬운 어떤 영양소를 채우기에는 멕시칸 요리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물론 타코나 샐러드 류를 대부분 먹고 있지만, 맛도 있어 애용하고 있다고.


나처럼 두서없이 먹는 생활패턴이 없어지고 나서 그녀는 진정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 듯 했다. 어찌나 멋있던지 질투가 날 뻔 했다. 그녀의 특별식. 오히려 나에게도 타코에 그런 이미지가 자연스레 씌워진 듯 했다. 대단한 힘이다.


"난 있지. 진짜 잘돼서 부러우면 질투가 나더라. 진짜 부러울 때는 칭찬도 안 해"

약 5-6년전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꾸준한 관리로 내 몸이 가장 최상의 상태에 있을 때(물론, 일생 중 제일 말랐을 때다) 그 때를 상기하며 그녀는 말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었다. 아, 관리의 힘이란 얼마나 부러운가. 돌아가고 싶다. 아마 마음 저 아래 먼 언저리에서 되뇌이고만 있던, 과거의 훈장이며 영광일 뿐인 그 기억 속 어렴풋한 나로. 그리고 다시 한 번 현실로 왔을 때. 그녀가 내게 얼마나 가까운 사람만이, 진짜 오래 내 곁에서 나를 보아온 사람이 하는 어떤 부드러운 충고는 진실성이 있는 말인지를 문득 깨달아버렸다. 고마웠다.





* 이미지는 그 집과 상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 마실나간 곳 : 압구정로데오 부근 엘*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