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초밥 스시 세트를 처음 먹은 그 날의 기억 (초보편)
2011년 어느 여름. 구로동
"여기 대박이다. 스시 밥알이 살아있네,막 부스러지는데 부드러워. 이렇게 주는 집 처음 봤어. 다음에 또 오자."
그리고 그와는 다시 그 집엘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 없었다.
어느 때보다 더운 여름 날 꿉꿉한 냄새를 풍기며 먹을거리를 찾아다녔던가. 아니면 맛집 다니길 좋아했던 그를 웃게 하기 위해 몇 날 몇 일을 찾았던가. 그렇게 알게 된 집이었다. 교차로 교각을 사이에 두고 지하철을 마주보는 그 음산한 골목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잡은 그 집을 몇 번이고 지나쳐 화를 내다 들어갔던 기억.
나름 지역의 맛집이었는 지, 바로 옆 가게까지 터놓고 분점아닌 분점을 지니고 있던 그 집. 서늘하고 매쾌한 여름 냄새를 풍기며 들어간 공간은 비좁고, 파란, 습기 가득찬 어떤 수조같았다. 각자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꽉 들어차 앉아있었고, 어떤 이는 홀로 공허한 젓가락질을 하거나, 누군가는 열변을 토하거나, 어떤 이들을 우리처럼 수줍게 마주보며 서로의 접시에 초밥을 나르고 있었다.
"다찌에 앉으면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댔어."
그가 나에게 가르쳐 준 인생팁이었다. 물론 정해진 12피스가 한 셋트로 나오는 그 집에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지만. 생각해보면 하나의 지식으로 모든 세상을 판단하던 어쩌면 많이 어렸던 24살이었다.
고슬하니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단초밥 8개가 한 접시에 나왔고, 방금 그 초밥을 만든 주방장님은 내가 집은 광어초밥을 보며 웃고 있었다. 따뜻한 온도가 느껴지고 입에서 밥알이 흩어졌다. 회가 밥에 붙어 씹히지 않을 정도로 컸다. 놀랐다. 마치 손에서 바로 쥐어 입에 넣은 생경스런 맛이었다. 어떻게 이런 초밥이 있지? 마치 새로운 생물실험에 성공하듯, 그는 승리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미 새로운 신세계에 놀라고 있던 나는 그를 마주보았다. 펄펄 끓인 뚝배기 우동도 나왔다. 어묵도 그득, 면도 그득한 국물에 소주를 시켰고. 두 번째 접시를 보니 간장새우, 도미, 연어의 향연이었다. 왜 끝나지 않지? 왜 우동은 식지 않지? 소주를 연신 들이키고 나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스시는 그 때부터 어쩌면 나에게는 밥이 아닌 최고의 안주가 됐다. 행복했고, 어쩌면 그와 만나던 날 중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던 것 같다.
서로 마주앉아 복학에 대한 두려움과 다가올 졸업과 취업, 선후배들에 대한 가십거리를 쏟아내고 신입생 시절을 추억하며 웃던 우리는 그 해 헤어졌다. 이야기가 잘 통했던 그와의 추억은 어쩌면 그 스시집에서, 가장 오롯한 장면의 기억으로 남아버렸다. 너무나도 만족했던 그 집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갈 수 없었다. 그 이후 엄청나게 많은 분점들이 생겼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갈 수 없었다. 왜 인지 모르게 가지 않게 됐다.
5년이 지난 지금, 난 그가 가르쳐줬던 '다찌'의 기억으로 이제 나도 가끔 그렇게 앉아 모른 이들에게 얕은 지식을 뽐내곤 한다. 왜 그 때 그 만이천원짜리 스시 12조각이 그렇게 맛있었을까. 이제는 갈 수 있을까.
* 이미지는 그 집과 상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 마실나간 곳 :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 은*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