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마실 : 소곱창

1차와 2차가 같은 집에 가본 적이 있나요

by 지지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본다.

"넌 어떤 음식이 제일 좋니"


그럴 때 난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곱창이요"

그 때가 언제였는 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그 동안 몇 번의 곱창을 먹었는 지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건, '첫 경험'이라는 단어 아래 논의되고 향유되는 모든 사건들이 굉장한 가치가 있다면, 나에게 소곱창구이를 처음 만난 날 역시 어떠한 면에서는 그런 것이었다는 사실이다.


친구의 생일이었던가. 친구의 남자친구를 소개받는 자리였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지금 기억하는 바로 그 장면, 그 공간, 그 시간이 아마 처음 소곱창을 접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10년 훌쩍 전이지 않았을까. 그 집은 무리 중 누구가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얘기를 했고, 웨이팅이 길어 다른 곳에서 심지어 대기하며 어색하고 모호한 분위기를 어렵게 이어가다 들어갔던 그 집이었다.


"분명히 기름지고 몸에 나쁠 것 같은데, 이상하다"

식당에서 쓸 것만 같은 큰 가스버너에 돌판을 올리고 양배추와 버섯과 숭덩숭덩 썰은 양파를 올려 곱창과 굽는 동안, 판 바닥에 고이는 기름은 나에게는 실로 충격이었다. 마치 소의 모든 기름을 빼다가 조금 덜어낸 후 다시 내 몸에 채우는 느낌이랄까. 두려워하는 내게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다. 걱정말라고, 우선 먹어보라고.


덧붙여 나오는 간장 소스에 곱창을 찍어 들어보니, 그 안에는 고기인지 영양분일 지 가늠할 수 없는(지금은 물론 제일 애정하지만) 곱이 가득했고, 겉은 살짝 그슬려 있었다. 연이어 입에 곱창을 넣을 때의 놀라움이란, 되새겨 곱씹어도 아직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그슬린 겉과 간장소스가 입 안을 기름과 간장으로 먼저 자극하고, 연이어 등장하는 곱은 고소함을 몰고 입 안 가득 지배하는 느낌이었다. 당시 일행이 권해준 소주 한 잔까지 들어가버리니. 개운한 자극이 다시 입 안을 홀가분하게 해줬다. 기름짐과 고소함과 짭쪼롬함과 쓴맛에 이은 개운함이라니. 이보다 행복한 천국이 어딨을까 싶었다.


"이제 2차 가요, 옆 집으로"

지금 생각나는 건, 그 때의 내가 굉장히 좋은 사람들과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날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살면서 온전한 행복감을 느끼며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나이가 들어가며 절절히 느끼고 있는 중이기에 좋은 기억으로, 그 장면은 아주 희귀한 어떤 마음 깊은 곳에서의 몇 안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같은 자리에 앉은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즐거워하고 그 시간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혹은 그 아끼는 누군가의 속을 더 열렬하게 들여다보고 알고 싶어 술잔을 부딪히고, 누군가는 꺄르르 웃고, 누군가는 지그시 누군가를 보며 웃고 그런 자리. 모두가 투명인간처럼/유리잔처럼 멋 안부리고


그렇게 주문한 음식을 모두 먹고 약간의 취기가 올라올 즈음이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암묵적이지만 얘기하지 않아도 2차로 떠날 시간이 되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모두가 직감하고 예상하는 그 일을 누군가가 추진력있게 꺼내준다. "2차 가시죠"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1차로 나와 2차로 간 곳이 바로 옆 2호점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그 곳에서 똑같은 메뉴를 하나 더 시켰고, 소주를 딱 그 이상의 2배 정도 마신 후 헤어졌다. 아직도 그 집이 그렇게 2차까지 갈 정도로 맛있는 집이었는지, 혹은 그 날의 내 '첫 경험'이 너무나 들떠서 그랬었는지, 혹은 그 날의 사람들과 분위기가 모두가 동의할 정도로 유지되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첫 그 날은 그대로의 놀랍고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소곱창을 먹을 때 부추와 김치를 함께 내 주는 곳인지 꼭 체크한다. 대파김치를 주는 곳이 최근에 몇 곳 생긴 것으로 아는데, 곱창을 먹는 중간 과정에서 기름에 살짝 볶듯 먹으면 그 감칠맛이 배가 된다. 아무래도 느끼함이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파든 배추든 김치는 필수. 부추로는 오래 못 먹는다. 주로 먹는 종류로는 암소와 황소가 있는데 개인적인 입맛에는 암소가 나았다. 난 체인은 되도록이면 기피하는 편이며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하얀 가루(마늘(생강) +a 가루)를 뿌려주는 곳이 많은데, 독주+불쇼로 비린기를 잡아주는 곳이 곱창 특유의 냄새 제거에는 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볶음밥에 먹고 남은 곱창을 다져서 볶아먹으면 맛이 좋다. 기호에 따라 김치나 깍두기 국물을 함께 넣어 볶으면 그 맛이 더 좋다. 초반에 먹어야 하는 염통이 너무 익어 딱딱해졌다면 볶음밥에 사용하는 것도 방법. 소주는 필수. 편하고 좋은 내 사람도 필수. 향수도 필수. 불금/불토 추천.





* 이미지는 그 집과 상관이 없음을 알립니다.

* 마실나간 곳 : 교대역 부근 교*곱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