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도 의심하여 생각하기
익숙함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기획자의 한 끗,
우리는 매일 수많은 웹사이트와 앱을 오가며 살아갑니다. 어제 들어간 쇼핑몰과 오늘 들어간 쇼핑몰의 디자인이 비슷하고, 결제 과정도,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도 대동소이합니다. 기획자로서 '남들 하는 만큼'만 하면 중간은 간다는 안도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요?
시장의 후발 주자가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혹은 정체된 서비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Better)' 것이 아니라 '다른(Different)' 것입니다. 다른 것에서 새로운 것이 탄생합니다.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아래 복제된 기획은 사용자에게 어떠한 잔상도 남기지 못합니다.
진정한 IT 기획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던지는 것, 내 경험이 아닌 사용자의 고단한 발걸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모두가 오른쪽으로 갈 때 과감히 왼쪽을 바라보는 '거스름'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순히 따라하는 벤치마킹이 아닌, 스스로의 발상으로 사용자의 기억 속에 각인되는 '차별화된 기획'의 세 가지 원칙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로 기획하는 여러분들께 작은 인사이트를 남기고 싶습니다.
제품 이미지를 꼭 스크롤해서만 봐야 할까요? 쇼핑몰 운영자는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이렇게 길고 긴 상품 소개 페이지가 거추장스럽기만 합니다. 로딩이 길어져서 이미지가 중간중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고, 3초 안에 화면이 열리지 않으면 오류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며, 웹 페이지의 하단에 있는 원하는 제품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열심히 화면을 올려야 하는 수고도 있습니다. 상품 소개가 상세하면 소비자의 상품 선택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반복되고 불필요한 이미지 때문에 흥미를 떨어뜨리거나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제품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올릴 수도 있고, 3D로 제작하여 스크롤 이동 없이 한 화면에서 앞, 뒤, 옆, 위, 아래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도록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품 이미지와 설명을 슬라이드 형태로 구성하는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하면 이용자는 길게 스크롤하지 않아도 제품 디자인을 입체적으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스크롤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우스 휠을 이용해 위아래 스크롤 이동을 하며 상품에 대해 원하는 정보만 빠르게 찾아보는 것이 편하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사항은 기획자는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당연한 것을 의심하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가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금치나 사과의 앞, 뒤, 위, 아래 등의 많은 이미지가 필요할까요? 채소와 과일은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과 달리 모양이 저마다 각기 다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채소와 과일의 모양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느 지역에서 자란 상품이고, 얼마나 건강하고 정성스럽게 자라왔는지 맛은 어떤지가 더 궁금해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품이 자란 지역의 청정함, 맛, 농부의 정직함 등을 표현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더욱 움직이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 고객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똑같은 명절 선물 세트를 30개 구매한 후 친구 30명에게 하나씩 보내 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적인 쇼핑몰은 받는 사람의 주소를 한 곳에만 입력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제품을 30명에게 배송하기 위해서는 주문서를 30번 작성해야 하고, 결제도 30번이나 해야 합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주문해야 한다면 고객이 만족스러워할까요?
직접 전화나 메일로 전체 주소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고객과 운영자 모두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이용 특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온라인 쇼핑몰을 설계할 때 제품별로 주소지를 다르게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을 기획하면, 이용자의 불편도 줄이고 운영자도 주문 처리를 위한 업무도 줄어들 것입니다.
이처럼 이용자의 특성을 파악하여, 화면을 설계하는 것을 사용자 경험 설계(UX-User Experience)라고 합니다. UX는 IT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이용자의 특성 이상으로 이용자의 생각, 느낌 등 이용자의 모든 감각 기관을 통해 축척된 경험을 기반으로 설계하는 광의적 개념이지만, 일반적인 IT 기업에서는 이용자의 이용 특성을 파악하여, 특성에 맞게 화면을 설계하여 더 편리하고 익숙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기획자 본인의 사이트 사용 경험을 UX로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UX는 사용자 조사 및 실제 오픈 후 이용자의 불편을 수집하여 개선할 수 있는 것이며, 이러한 기반 없이 화면을 설계한다면, UX가 적용된 것이 아니라 기획자의 경험 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UI로 설계된 것입니다.
큐드럼(Q Drum)이라고 아시나요? 여기 UX의 지혜로움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식수를 길어오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의 거리를 몇 시간씩 걸어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물통을 들거나, 머리에 이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기 위해 수십 킬로미터의 물을 몇 시간 동안 운반한다는 것은 너무도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비되는 일입니다. 물론 이들을 위해 후원금으로 상수도를 개발하거나, 자동차를 이용하여 물을 운반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공사 비용과 관리 비용이라는 벽에 부딪치게 됩니다. 이 방법 말고, 현지 상황에 맞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한스 헨드릭스(Hans hendricks)라는 디자이너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사람들이 물을 나르는 고통을 완화 시켜줄 수 있는 물통을 개발했습니다. 바로 ‘큐드럼’ 이라고 하는데요. 큐드럼은 도넛 모양의 물통으로 물통을 굴리며 운반할 수 있으며, 물을 들고 나르는 것 보다 더 많은 물을 나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은 한 번에 최대 15L의 물을 옮길 수 있는 반면, 큐드럼을 이용하면 50L까지 옮길 수 있으며, 15L의 물을 옮길 때 보다 더 적은 힘으로 쉽게 옮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UX라는 것이 꼭 많은 비용과 기술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자의 이용 환경과 이용 패턴을 분석하여 가장 적합한 화면이 구현된다면, 그것 차제가 타 기업과의 차별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네이버에서 ‘여자 옷’을 검색하면 키워드 광고(파워링크)를 진행하는 업체의 목록이 나타납니다. 웹 사이트를 하나씩 열고 닫으면서 옷을 고릅니다. 이렇게 이용자가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며, 상품을 골라도 상품과 사이트 디자인이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상품이나 옷이 없습니다.
업체 대부분이 인기가 많은 사이트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거나 쇼핑몰 솔루션(제작이 완료된 쇼핑몰에 디자인만 달리하여 상품을 등록하여 판매하는 형태의 쇼핑몰)을 이용하여 만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쇼핑몰을 기획 때 이와 같이 만들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는 많은 쇼핑몰 중 기억에 남지 않는 하나의 쇼핑몰이 됩니다. 따라하기만 해서는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때로는 벤치마킹 결과와 반대로 가는 전략도 필요합니다. 이는 이용자의 지각에 자극을 일으켜 주의를 끌게 하고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래의 예시처럼 모양과 색을 달리하면 금세 눈에 띄는 것처럼 말이죠. (모두가 동그라미 처럼 사이트를 만들었다면, 하트처럼 만들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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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사이트를 동종 업계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디자인하면 이용자가 기억하기도 쉽습니다. 그 결과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물했다면 동종 업체에서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트렌드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획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기획하고 있는 웹 사이트의 주 이용자층을 분석한 후, 해당 이용자층이 많이 이용하는 다른 업계의 웹 사이트의 디자인을 접목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는 주 이용자층이 많이 접해본 디자인으로 이용자에게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덜할 것입니다.
취급하는 상품이 같더라도 콘셉트를 달리하여 소비자에게 다른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노력하여 이용자의 기억에 남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이는 곧 매출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사이트 등을 이용자의 기억에 남기기 위해 많은 광고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동종 업계에 없는 새로운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적용하면 사람들이 쉽게 기억하는 사이트가 될 수 있어 광고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이용자와 신뢰감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