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을 공부하기 가장 좋은 연습의 장
'와디즈'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와 인연을 맺은지 약 5개월이 지났습니다. 저희 프로젝트를 좋게 봐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다음 주 월요일인 4월 29일, 저희 플랜브로의 이야기를 300여 명의 예비 메이커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자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이크 앞에 서는 설렘과 동시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사람들에게 우리를 각인시키기에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이니까요.
강연을 준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에 오시는 300분은 와디즈라는 플랫폼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하시는 분들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이 초기에는 아이디어를 가진 메이커가 대중을 통해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자금을 얻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했지만, 지금은 큰 대기업에서도 마케팅의 한 채널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곳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초보 메이커도 있지만, 저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한 마케터분들이 오실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는 와디즈에서 제공할 것이고, 마케팅 스킬은 오시는 분들이 저보다 더 좋으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플랜브로의 실질적인 크라우드 펀딩 경험담을 겸손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행사를 여는 와디즈의 취지도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이용해 보면서 느낀 와디즈는 '크라우드펀딩'이라는 행위 자체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행사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겠죠. 더 많은 메이커분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을 만듦과 동시에, 크라우드 펀딩에서 큰 성공을 거둔 분들과 저처럼 이제 막 시작해 작게나마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을 겁니다. 이분들이 저희 코너에 '슈퍼루키'라는 이름을 붙여주셨으니, 최대한 루키다운 관점에서 와디즈의 장점을 어필해주는 역할에도 너무 무심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플랜브로는 브랜딩과 기획을 기반으로 컨설팅을 하는 회사입니다. 클라이언트 대표님들과 함께 목표를 수립하고, 그 목표를 실행하는데 직접 참여하며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플랜브로가 와디즈를 통해 반려동물 응급키트를 선보인 이유는 '더 나은 컨설팅을 위한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브랜딩은 사업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개념이라, 대표자의 입장에서 비즈니스의 전 과정을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브랜드의 이름이나 로고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사업의 존재 이유와 이를 통해 해결하려는 문제, 소비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면, 그 뒤로는 회사가 직면하는 모든 문제에 일종의 의사결정 가이드라인이 형성됩니다.
전체를 보는 공부를 가장 빠른 템포로 시도해보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제품 론칭입니다. 저희는 한 번도 관련된 일을 해보지 않은 '반려동물' 시장을 택했습니다. 공부는 새로운 곳에 적용해보면서 해야 실력이 빠르게 느니까요. 저희가 반려동물 시장에서 주목한 점은 '보호자의 의식 교육'을 위한 제품의 부재였습니다.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이나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제품의 다양성은 물론, '보호자의 의식 교육'이 제품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흔하디 흔한 제품을 론칭하는 것보다는 '응급키트'를 통해 '우리도 이제 이런 준비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하는 메시지를 보호자님들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왕의 공부라면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플랜브로는 1차 펀딩에서 1100만 원을 모으고도 실패한 메이커입니다. 목표 금액을 2500만 원으로 설정했거든요. 100만 원으로 목표를 설정해 성공률을 높이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저희는 이런 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저희가 전하려는 메시지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실지 알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분들을 위해 제품을 한 번 더 업그레이드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통계 기반의 시장 조사보다 더 빠르게, 구매 의사가 있는 직접적인 소비자에게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실제로 1차 펀딩을 통해 2차 펀딩 기획에 적용될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1차에서는 제품을 위해 서울대학교 수의 응급의학과에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참고해 품목을 구성했습니다. 보호자분들과의 정보 불균형을 간과했다는 건 프로젝트를 오픈하자마자 알게 됐습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반려동물 응급처치를 공부한 저희는 각 구성품목이 어떻게 쓰이면 좋겠다는 것이 다 머릿속에 있었지만, 보호자님들은 좀 더 직관적인 제품들을 원하셨어요. 지혈제나 산소캔처럼 한 번에 알 수 있는 것들이 더 제품성이 있다고 느끼신 거죠. 2차 펀딩에서의 구성 품목이 더 직관적이고 쉬운 브랜드 제품들인 이유입니다.
단순히 상자에 뭐 담아주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뼈를 때리는 피드백입니다. 이런 피드백을 극복하기 위해 상자를 들것으로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반려동물용 들것은 시중에 아예 없는 제품입니다. 외국 자료를 찾다보면 반려동물 부상 시 평평한 판을 이용하라는 가이드가 많은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침착하게 집에서 판을 준비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기능을 상자에 넣자는 의견을 냈고, 좋은 디자이너 분을 만나 대량생산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펀딩을 꼭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나 그 제품이 아예 새로운 제품이라면, 크라우드 펀딩은 그 제품을 구입할 실제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는 가장 좋은 장이라고 봅니다.
돈을 쏟아붓는 마케팅은 하기 싫었습니다. 저희가 주로 컨설팅을 해드리는 분들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기업들이 아닙니다. SNS 계정조차 저희가 처음 만들어드리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이왕 공부를 위해 시작한 만큼,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이 무엇이 있을지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하면, 이런 마케팅을 기획할 때 많은 수고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님들의 의식 교육'이라는 확실한 목표가 있기에, 이를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기획, 실행해봤습니다. '구조 스티커'와 '응급 카드'라는 제품을 추가 구성품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 현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도록 한 게 첫 번째 시작입니다. 소정의 참여비를 내고 보호자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반려동물 행사에 나가 보호자님들과 대화하고, 저희 제품과 관련된 주제로 교육/강연도 진행했습니다.
상세페이지를 구성하는 에디팅, 페이스북 카드 뉴스 역시 '반려동물의 삶은 보호자를 통해서만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제작했습니다. 좀 더 넓은 범위의 마케팅이나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나 인스타 마켓을 운영하는 분들과 연락을 취해 직접 셀러의 역할을 위임하기도 하는데, 이때에도 이 제품의 핵심 메시지를 꼭 유념시키고 일정한 가이드를 줍니다. 와디즈에서 제공하는 툴은 이런 성과 기반의 비용 책정 마케팅에 아주 유용합니다.
경쟁사의 제안서를 많이 받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입니다. 실제로 그 제안서를 받고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 돈 쓰라는 이야기들만 가득한 제안서였거든요. 일정한 틀의 피피티를 만들어 보내는 제안서에는 대부분 비슷한 내용들이 담깁니다. 우리 제품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하나만 얻어걸려라' 식의 마구잡이 제안서 발송인 게 눈에 보입니다. 실제 펀딩으로 성공을 거두면 많은 제안들이 들어오는데, 이런 제안서들은 대부분 거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이런 크라우드 펀딩을 사이드 프로젝트로 계속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작게는 상세페이지 대행부터, 크게는 사업장 론칭까지. 여러 대표님들을 도와드리면서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저희의 공부도 게을러지면 안 된다고 봅니다. 또 하나 작은 바람이 있다면, 대학생 혹은 직장인 분들이 메이커가 되어봤으면 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평가받고, 수익을 내는 경험은 그 어떤 공부보다 빠르게 '성장'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줍니다. 그리고 이런 메이커들이 많아질 때, 우리가 소비할 제품도 더 풍성해질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