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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Jun 24. 2021

제품으로 대박을 치고 싶다면

처음 기획했던 그 모습 그대로. 혹은 그보다 더 나은 형태로.

마케팅은 제품을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컨셉팅, 욕망을 건드리는 원메시지, 뛰어난 효율의 광고 소재,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화력지원, 눈길을 끄는 이미지와 탄탄한 상세페이지...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유입과 체류시간은 잡을 수 있지만, 최종 구매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제품 그 자체입니다. 이걸 억지로 뛰어넘으려고 하면 과장이나 거짓을 말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고객과의 관계를 잃게 됩니다. 더 나은 성과를 추구하는 마케터라면 이 포인트에서 답답함이 밀려오죠. 



'마케터가 제품까지 만들면 안 돼?'


제가 직접 제조에 도전했던 것도 이런 현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왜 이렇게밖에 못 만들지?'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아이폰처럼 첨단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 아니면 확실한 아이디어와 컨셉만으로도 대박 상품을 뚝딱 만들어낼 거라고 자신했습니다. 정말 제가 부자가 될 줄 알았어요. 결과는? 제조 일정은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고, 제품의 완성도는 엉망이었고, 소비자에겐 배송하고도 욕을 먹는... 돈도 잃고 마음도 쓰린 그런 제품을 세상에 내놓게 됐죠.  


얻은 것도 있습니다. 제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마케팅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프로젝트와는 차원이 다른 성과를 냈습니다. CPC, CTR, CPA 모든 수치가 압도적이었죠. 세상에 없던 컨셉과 메시지의 조합은 확실히 힘이 셌습니다. 광고비를 딱 15만 원 정도 썼는데 사전 판매 매출이 1,800만 원을 넘었습니다. 전환율을 봤을 때 예산을 더 투입하면 매출도 훨씬 더 커질 것이 명확했죠. (생산 리스크를 대비해 더 키우지 않은걸 천만다행으로 여깁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제품이 완성되면 비용 없이 출연하기로 한 큰 방송사의 프로그램도 2개나 잡혔습니다. 


하지만 제품은 우리가 처음 기획했던 모습대로, 사전 예약 페이지에 연출한 완벽한 모습대로 나오지 못했고 결국엔 반쪽짜리 성공 프로젝트로 남았습니다. 



기획과 생산의 간극  


그때의 치열한 공부 덕분에 지금은 제품을 보면 클라이언트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 대략 눈에 보입니다. 제품에 대해 피드백을 드릴 때도 더 조심스럽게 말하는 습관이 생겼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더니 역시 선조들의 말은 틀린 게 하나 없습니다.  


제조를 좀 알게되면, 이 사람이 얼마나 비범한 사람인지 알게됩니다.


너무너무 어려운 걸 알지만, 그럼에도 요즘 제품을 만들고 계신 창업자 분들을 만나면 꼭 강조드리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제조에 타협하는 순간 소비자와 멀어질 확률이 크다'는 겁니다. '그 가격에 그렇게는 만들기 어렵다'라는 공장의 말에 수긍할수록 날카로웠던 우리의 셀링포인트는 점점 무뎌집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제 실패 경험 속 제품도, 대박의 꿈을 실현하지 못해 잊히는 많은 제품들도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자기 포지션을 잃고 태어난거죠.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과 일해봐도 여전히 많은 분들이 기획과 생산의 간극을 경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애플이나 삼성 같은 전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제품의 디자인과 사용성에 제조를 맞춥니다. 제조 여건에 계속 얽매이다 보면 결국 소비자와 동떨어진 제품이 나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은 자연스럽게 진입 장벽이 형성되어 한동안은 경쟁업체가 생기지 않습니다. 독보적인 위치로 보상을 받게되죠. 


'대박 제품'은 처음의 기획을 잃지 않고 제조 과정의 의사결정이 소비자를 향해 이루어질 때 탄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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