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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Oct 07. 2021

마케팅의 반을 끝내드립니다

이거 2가지만 먼저 종이에 적어보세요.

1.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1순위 고객'

2. 그 고객에게 '우리만이 줄 수 있는 가치'


사실 이 두 가지만 정의할 수 있어도 마케팅의 반은 끝납니다. 마케터는 누군가를 (여러 수단을 통해) 설득해서 원하는 결과(지불, 참여 등)를 얻어내는 일을 합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후에도 그 누군가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누군가'에 해당하는 게 1번, 설득에 필요한 무기가 2번입니다. '3. 이걸 어떻게 알려서 결과를 내지?'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마케터의 일이라면, 1,2번은 제품의 일입니다. 눈을 씻고 찾아도 이 두 가지가 제품에서 안 보인다면? 마케터의 '설득'은 '공허한 외침'이나 '사기 or 협박'으로 바뀝니다.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거 좀 보세요~'라고 외치거나,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빨리 돈이나 내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당연히 좋은 관계도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3가지 비즈니스 성공 사례에서 1,2번을 찾아봤습니다. 온라인/오프라인, 유형/무형 뭐 이런 기준은 무의미합니다. 모든 성공 사례에는 명확한 1,2번이 있습니다. 


출처 : 경기도 블로그


'오프라인 관광지' 예시를 먼저 보겠습니다. 최근 누적 관광객이 600만을 돌파한 광명동굴입니다. 


1.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1순위 고객'


자동차, 대중교통으로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서 /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으면서 / 아이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 나들이 or 체험학습 장소를 찾고 있는 / 수도권에 거주하는 30~50대 엄마 혹은 아빠 


2. 그 고객에게 '우리만이 줄 수 있는 가치'


경기도 광명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온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광산을 / '동굴 테마파크'라는 컨셉으로 단장해 / 나들이, 체험학습 명소로 제안 



1순위 고객은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의해봅니다. 지금의 고객들은 연령이나 성별만으로 구분 지어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 그 사람이 무언가를 고르는 기준, 평소 생활패턴, 가치관 등을 자세히 관찰한다는 느낌으로 적어보세요. 제가 적은 것보다 더 구체적이어도 좋습니다. 


타겟을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우리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보입니다. 내가 가진 것 중에서 무엇을 말해줘야 그들이 좋아할지, 만약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게 나한테 없다면 만들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볼 수 있죠. 마케팅보다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우리만의 가치를 만드는 게 먼저입니다.





출처 : 마켓컬리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커머스 기업도 하나 볼까요? 이제는 상장을 준비하는 서비스가 된 마켓컬리입니다.


1.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1순위 고객'


도시에 살고 있고 / 바쁜 일상에 자주 장을 볼 시간도 없지만 / 매일 마주하는 밥상을 산지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채워 / 나와 가족의 건강을 챙기고 싶은 / 30대 여성 


2. 그 고객에게 '우리만이 줄 수 있는 가치'


서울과 수도권에서 /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주문만 하면 / 깐깐한 기준으로 고른 소량의 싱싱한 유기농 채소를 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 하루 만에 집 문 앞에 놓아주는 유통 시스템을 구축해 / '샛별배송' 이라는 이름으로 제안 



마켓컬리가 처음 이 가치를 제안했을 때는 '새벽배송'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사기'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새로운 것이었죠. 마켓컬리가 제안하는 가치는 구현 자체가 어려워 구현하기만 하면 마케팅이 거의 필요 없어지는 극단적인 예입니다. 처음엔 의심하지만, 한 번 경험하면 충성하게 됩니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사업 초기 질 좋은 제품과 유통에만 집중하느라 마케팅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워킹맘들이나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퍼졌고, 마켓컬리 입점 브랜드의 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기도 했죠. 


'마케팅에 돈을 적게 썼는데 성공했다'는 말은 '광고를 잘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데 차원이 다른 자원과 노력을 쏟았다'는 말입니다. 




출처 : 몽제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유형의 제품도 예외는 없습니다. 누적 500억 원어치가 팔린 몽제 매트리스입니다.  


1.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의 '1순위 고객'


아무 매트리스나 썼더니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프고 / 당연히 아침이 개운하지 못해서 매일 피곤한데 / 몇 백만 원짜리 매트리스를 덜컥 사자니 비용과 관리가 부담스러워 /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던 누군가


2. 그 고객에게 '우리만이 줄 수 있는 가치'


허리가 아프지 않도록 척추라인을 탄탄하고 균형 있게 지지해주면서 / 통풍까지 좋아 깊은 숙면을 약속할 수 있고 / 너무 저렴하지도, 너무 고가도 아닌 40만 원 대 가격에 / 통으로 물세척이 가능한 신소재 '에어넷'으로 만든 매트리스를 제안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성공을 거둔 대부분의 브랜드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치를 그냥 말하지 않고 어떤 컨셉을 부여해 말합니다. '동굴 테마파크', '샛별배송', '에어넷' 등의 단어를 사용해서 그 특징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죠.


타겟의 상황이 아주 명확하면 인구통계학적인 요소는 빠져도 무방합니다. 자고 일어나면 허리가 아픈 사람이 꼭 특정 연령대에 모여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같은 문제를 20대가, 50대가 겪고 있을 수도 있죠. 


처음부터 모두에게 먹히는 제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허리가 안좋은 1순위 고객에게 제품이 팔리기 시작하면, 그 제품은 '명성'이라는 힘을 얻습니다. 허리가 아프지 않아도 그냥 통기성이나 세척의 이점이 맘에 들어서, 부모님 선물용으로 사려는 사람들로 알아서 전파되기 시작합니다. 





내 사업의 1순위 고객과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나만의 가치는?


바로 떠오른다면 적어보시면 되고,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부분부터 마케터의 도움을 받아보셔도 좋습니다. 이 두 가지가 스스로에게 와닿지 않는다면, 제품을 한 번 더 개선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마케팅 파트너사와의 미팅에서 우리 비즈니스의 1,2번을 소개하면 미팅을 더욱 생산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적절한 채널과 예산 추천이 이루어질 수도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의해보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죠.


가장 좋은 건, 우리 사업의 마케팅을 공허한 외침이나 협박, 사기로 만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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