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인가?' 질문하세요.
이전 글에서 이미 언급했듯, 좋은 사업 아이템은 좋은 문제를 찾는데서 시작합니다. 소비자 모드가 켜져 있는 평소의 우리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소비 과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모든 소비활동을 분석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결정에서 이게 최선인지 일일이 따져보기도 어렵습니다. 인생이 너무 피곤해집니다. 잘 모를 땐 인플루언서의 추천 제품을 그냥 믿고 사야 합니다. 전 국민이 쓰는 1등 앱을 쓰는 게 안전합니다. 나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를 검색해 써보고 맘에 안 들면 안 쓰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소비자 모드에서는 불편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제품은 이미 유명한 제품일 확률이 높으니까요. 대부분의 유명한 제품은 이미 사람들에게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사랑을 받으면서 여러 차례 사용성이 개선된 제품일 거고요. 제품을 쓰는 과정에서의 작은 불편들은 그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에 비하면 크게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떠올리려면 공급자 모드를 켜야 합니다. 소비자로 사는 우리의 행동을 면밀히 쪼개 관찰해야 합니다. 1등 제품을 쓰면서도 더 나아질 부분은 없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술이 산업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도 예측해봐야 합니다. 기회를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책 '블루오션전략' 저자분들이 소개한 또 하나의 도구가 '구매자 효용성 지도'입니다. 역시 용어는 딱딱합니다. 책과 완전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 개념만 빼와서 내게 유용한 생각도구로 마음껏 변형해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선의 상태는 어떤 상태인가'를 고민해보는 것은 사업 아이템은 물론 마케팅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핵심 개념은 간단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사업 분야를 정해 두 가지 행동을 해보면 됩니다.
1. 평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소비 활동을 단계별로 쪼갭니다.
2. 각 단계에서 '이게 정말 고객에게 최선인가'를 고민하게 만들 질문을 던집니다.
1. 소비 활동 쪼개기
온라인 의류 쇼핑몰 창업에 관심이 있다고 해보죠. 이미 유명 서비스가 너무나도 많은 분야입니다. 그저 그런 쇼핑몰을 열었다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 질 겁니다. 좋은 아이템 발굴을 위해 생각도구를 꺼내봅니다. 평소 내가 하는 소비 활동들을 단계별로 쪼개 보는 겁니다. 작년과 올해 겨울 옷을 샀던 기억을 끄집어내 다음과 같이 꼼꼼하게 기록해봅니다.
1) 1차 정보 탐색 : 유튜브를 통해 어떤 아우터가 유행인지 한 번 살펴봄
2) 앱/웹 검색 : 무신사, 브랜드 공식몰에 들어가 여러 후보 제품의 상세 특징, 가격대를 훑어봄
3) 2차 정보 탐색 : 후보 제품들에 대한 전문성 있는 리뷰나 인플루언서의 추천 여부 등을 살펴봄
4) 구매 : 네이버 페이로 간편하게 구매
5) 배송 : 이틀 정도 걸려 배송이 왔는데 생각보다 사이즈가 커서 교환하느라 또 이틀이 걸림
6) 사용 : 패션 블로그나 잡지를 보면서 다양한 코디로 활용
7) 유지 및 보관 : 세탁소에 맡겨 드라이를 하고, 비닐 포장된 상태 그대로 옷장에 보관
8) 처분 : 1년 지났더니 뭔가 디자인이 지겨워져서 당근마켓에 올렸으나 안 팔림. 친구에게 줌
2. '이게 정말 고객에게 최선인가?'
쪼개 보니 8단계가 나왔네요. 이제 각 단계에 질문을 던져볼 차례입니다. '더 나아질 게 있나?'같은 막연한 질문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6가지 질문을 제 방식대로 살짝 바꿔봤습니다. 꼭 아래 질문들만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질문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다른 질문들을 더 추가해도 좋습니다.
1) 시간이나 돈, 노력을 아껴줄 수 없는가
2)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없는가
3)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4) 고객의 후회나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5) 경험, 외형, 느낌이 더 재밌을 수 없는가
6) 환경에 더 이로울 수 없는가 '
총 8단계가 있으니, 각 단계에 6개씩 질문을 던져보면 총 48개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모든 질문에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을 해보며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편한 곳에 메모해봅니다. 저도 가볍게 아이데이션을 해봤습니다.
1. 의류 쇼핑몰의 카테고리를 '인플루언서의 이름'으로 나누어 인기 패션 크리에이터들의 추천템만을 발 빠르게 판매하는 쇼핑몰은 어떨까?
2. 한 제품을 결제하면 대체 사이즈 2~3가지를 함께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선택한 사이즈 이외의 제품을 무료로 회수해주는 쇼핑몰이 있다면 어떨까?
3. 내가 구매한 아우터와 꼭 맞는 추천 코디와 아이템 콘텐츠를 만들어 시즌이 끝날 때까지 메시지나 메일로 보내준다면?
4. 취향이 비슷한 고객들끼리는 중고거래가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간에서 도와주는 쇼핑몰이 있다면 어떨까?
이렇게 각 소비 단계를 쪼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면, 막연하게 '고객 중심의 사고를 해보자'라고 할 때보다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1. 소비 활동 쪼개기
주말에 축구나 풋살을 취미로 즐기는 저는 보통 아래 과정을 거쳐 경기를 하게 됩니다. 소속팀이 있는 아마추어 분들이라면 아마 대부분 저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겁니다.
시간/지역에 따른 인원 모집 → 구장 검색 → 예약 → 상대팀 매칭 (팀 인원이 부족할 경우 네이버 카페를 통해 용병 모집) → (경기 당일) 편의점에 들러 음료 구매 → 주차 → 경기 → 뒷정리 → 귀가 (이후 샤워, 식사 등의 행위)
2. '이게 정말 고객에게 최선인가?'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전할 수 있는 6가지 질문을 각 단계에 던져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봤습니다. 사업의 타당성 여부, 구체적인 예산은 나중에 따져봅니다. 여기서는 고객이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이용해 보고 싶은 풋살장을 떠올리는 일에 집중합니다.
1) 시간이나 돈, 노력을 아껴줄 수 없는가
구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스포츠 음료, 선수별 번호가 새겨진 다회용 물통을 소독해서 준비해주면 어떨까?
주변 식당들과 제휴해 경기 후 단백질 보충을 위한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는 없을까?
2) 복잡하고 번거로운 과정을 단순화시킬 수 없는가
애초에 구장 예약 시스템에 매칭 상대팀 or 용병 구하는 과정을 포함시킬 수는 없을까?
주말 경기 후에 바로 다른 일정을 가야 할 상황에 이용할 수 있는 사우나 시설을 함께 운영하면 어떨까?
3)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주변 주요 지하철 역을 지나는 픽업 승합차를 한 두대 정도 운영하면 어떨까?
평일 낮 시간에 휴가를 내고 참여할 수 있는 1:1 클래스, 평일 야간에 프로 코치나 축구 유튜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단체 클래스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4) 후회나 실패, 위험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너무 한쪽이 압도하는 경기가 되지 않게 매칭이 될 수 있도록 예약 시 팀의 실력과 연령대를 기재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부상당했을 때 응급처치할 수 있는 용품들을 구비해두면 좋겠다.
5) 경험, 외형, 느낌이 더 재밌을 수는 없는가
영상 촬영 서비스를 제공해 팀원들이 직접 드론이나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자신들의 플레이를 기록할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승리하는 팀이 구장비를 조금 덜 내거나, 추후 예약 시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주는 게이밍 요소 옵션을 넣으면 좀 더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지 않을까?
6) 더 환경에 이로울 수는 없는가
천장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실내 온도 조절을 위한 전력을 수급하면 어떨까?
음료를 플라스틱 페트병이 아닌 형태로 대량 구매해 재사용 물병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어떤 아이디어는 큰 비용이 드는 아이디어지만, 어떤 아이디어는 간단한 웹 구축으로도 가능한 아이디어입니다. 큰 비용이 들 것 같은 아이디어도, 좀 더 구체화하다 보면 비용을 줄이면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고객만 30분 간 이용할 수 있는 개별 간이 사우나 시설을 2개만 만들어 운영한다면 큰 사우나를 짓는 것보다는 더 효율적일 수 있겠죠.
본인이 오랜 시간 소비자로서 활동한 영역에서 시작하면 아이디어를 훨씬 수월하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 그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실행하는 고된 과정도 훨씬 더 즐길 수 있죠.
만약 내가 소비자가 아닌 분야에 도전한다면, 반드시 일정 기간 까다로운 소비자가 되어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해봐야 합니다. 지금 소비자들이 어떤 수준의 경험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더 나은 경험을 기획할 수 있으니까요.
타인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렇게 정직하게 부자가 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점점 더 나은 곳이 되어 갑니다. 다양한 저서들에서 힌트를 얻어 나만의 생각도구를 습득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고민을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