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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랜브로 박상훈 Dec 31. 2022

상대를 설득하기 전 해봐야 할 질문 3가지

설득할 대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나요? 

우리는 거의 매일 누군가를 설득하는 입장에 놓입니다. 아이에게 가지고 논 장난감을 정리하자고 하는 엄마, 대표에게 예산을 늘려달라고 하는 팀장, 시민들에게 아이들을 살리는데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자선 단체. 하다못해 점심에 중식 말고 일식을 먹자고 하는 것도 설득이죠.


설득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책 [스토리만이 살길]을 읽고 저는 '상상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상대방은 이럴 것이다'는 내 상상을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 것. 이게 효과적인 설득의 시작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어느 날부터 옆집 개가 계속 짖습니다. 편하게 집에서 쉬고 싶은 저는 생각합니다. '강아지가 계속 짖는데 주인은 뭐 하는 거지? 기본 에티켓을 지켜야지...' 옆집 사람을 '짖는 개를 방치하는 사람'으로 상상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 상상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옆집 강아지가 얼마 전 엄마 개를 사고로 잃었고, 그 슬픔에 최근 며칠간 계속 울고 있을 수도 있죠. 주인은 그걸 보며 함께 슬퍼하고 있는 겁니다. '에티켓을 안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보호자'인 겁니다. 방치하고 있는 게 아니라, 슬픔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이죠. 


내 상상을 사실로 믿으면 '강아지 좀 그만 짖게 해 주세요. 생활 에티켓을 지켜주세요.'라는 메모를 포스트잇에 적어 옆집 문에 붙이는 설득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면 포스트잇에 다른 메모가 쓰일 수도 있습니다. '상심이 크시겠어요. 유튜브에서 찾아봤는데, ~를 하면 강아지가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힘드시겠지만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설득해야 할 상대를 알아야 효과적인 메시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스토리만이 살길]에서 소개된,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해봐야 할 질문 중 인상 깊었던 3가지를 일부 각색해서 소개합니다. 직업이 마케터인 분들이라면 타깃 고객을 구체화는 과정 속에 넣어 함께 활용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1. 어떤 믿음 때문에 저런 행동을 할까? 


'어떤 행동을 한다'는 관찰에서 그치지 않고 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그 사람의 '믿음'을 파악합니다. 효과적인 설득은 그 사람이 믿고 있는 것, 평소 품고 있는 신념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가족을 잘 챙기지 못하고 일에만 매달리는(행동) 임원 : 휴일도 없이 일해야 가족들이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더 좋아해 줄 것이라는 믿음 (신념)

운전 중에도 계속해서 카톡을 보내는(행동) 청년 : 빠른 카톡 답변이 친구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게 해주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믿음 (신념) 


행동의 원인이 되는 깊은 믿음을 찾아 이에 공감하면서 설득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원인을 내 마음대로 짐작하는 순간 설득은 힘을 잃습니다. 그게 상대방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라고 하더라도요. 


상대의 신념과 맞물리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에 치여 살던 주인공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을 찾는 스토리, 카톡의 유혹을 이겨내고 소중한 생명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스토리를 들려주는 것이 직접적인 조언이나 충고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2. 상대방은 뭘 포기해야 하지? 


내가 '무언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상대에게는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하라'는 요청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환경을 지키는 일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 일'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일상의 행복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을 위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세요.

아침 스타벅스 한 잔 값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의 목숨을 살려주세요. 


누군가에게 출근길 운전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닙니다. 험악한 상사의 얼굴을 마주하기 전에 좋아하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에게 스타벅스 커피는 5,000원짜리 기호음료가 아닙니다.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활력소, 삶을 살아가는 낙이죠. 


이들에게 '그 정도는 포기할 수 있죠?'식의 메시지는 와닿지 않습니다. 자전거로 출근하면서 몸과 마음을 더 잘 가다듬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를 돕는 것이 매일을 버티는 활력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이야기가 더 와닿습니다. 



3. 그들은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지? 


'상대방의 시간을 아껴주고, 비용을 아껴주면 무조건 좋아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설득할 대상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은 '그 아이디어(주장, 제품, 서비스)가 좋은 아이디어인가'가 아닙니다. '이걸 선택하면 남들이 보는 내 모습, 그리고 내가 보는 내 모습이 어떻게 좋아지나?'입니다. 때로는 시간이 더 들고, 비용이 더 드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케이크를 더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는 믹스를 출시하면 주부들이 좋아할 거야 (=내 생각)

이걸로 케이크를 만들어 내놓으면 가족이나 손님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상대방의 생각) 


인스턴트 케이크 믹스 제조사 제너럴 밀스는 제품에서 달걀 파우더 믹스를 빼 주부들이 직접 달걀을 넣게 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대접할 때 '한몫하는 느낌'을 느끼게 해 대박을 냈습니다. 


손님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제공하면 다 우리 모텔로 올 거야 (=내 생각)  

그 모텔에 가는 걸 누가 본다면 날 짠돌이라고 생각하겠지? (=상대방의 생각) 


저가 모텔 브랜드 모텔6는 소탈한 느낌의 광고 모델을 섭외해 '모텔6를 이용하는 사람은 쪼잔한 사람이 아니라 돈을 더 중요한 곳에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호화로운 방이나 대리석 바닥에 쓸 돈을 아이의 교육, 자기 계발을 위해 쓰는 사람이라는 뿌듯함을 느끼게 해 성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있다면, 그를 생각하면서 이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들은 어떤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행동할까요?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우리 제안을 통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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